수습기간 지나서 근로계약 종료했는데, 부당해고라니요?
태광노무법인의 'e노무세상 이야기'
최근 몇 년새 급성장하고 있는 어느 한 건실한 기업의 대표로부터 인사관리에 관한 SOS를 받았다. 팀장급 경력 직원을 채용했으나 업무능력에 문제가 있어, 근로계약에 따라 수습기간 중 고용관계를 원만히 종료했다고 생각했는데 다툼이 생기고 난 후 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로 판단을 받았다는 것이다. 내용을 살펴보니 부당해고의 요지는 수습기간에 대한 평가가 불분명하고, 무엇보다 주장하는 사항에 대한 입증이 없고, 다른 수습기간 중의 근로자와 비교해 보더라도 형평성 관점에서 낮은 점수를 주기 위한 주관적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대법원까지 가겠다"는 대표의 흥분을 가라앉히며 사건의 승소가 매우 어려운 점을 설명한 후 당사자간 합의로 종결시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으로 설득하는게 노무사로서의 역할을 다한, 매우 안타까운(?) 사례다.
이처럼 수습기간을 두면 '만능열쇠'처럼 그 기간까지는 해고가 자유로울 것이라는 크나큰 오해가 실무 현업에서는 상당히 많이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은 대표자 혹은 사업부서의 의사결정권자 레벨에서 많이 발견된다. 사업운영의 시급성에서 오는 직원의 업무능력 내지 자격, 조직인화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 신속한 방법을 찾고자 하는 일념에서 비롯된 사정임에 그 나름의 고충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과 그 해석은 수습기간에 대해서도 나름의 기준을 갖고, 그와 같은 기준을 충족한다고 볼 수 있을 때, 수습기간 중 계약해지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즉, 수습기간 중에 일을 잘 못한다고 느끼고 조직의 리더로 인화가 부족하거나 업무수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느끼면 바로 해고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점이다.
우선, 개념적으로 근로계약 확정을 유보하고 채용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기간을 둬 적성, 능력을 판단하는 기간의 의미에 있어서는 ‘시용’이 정확한 표현이다. 법에는 시용이란 표현이 없고 수습에 관한 규정 내용이 있다보니 흔히들 시용의 개념을 수습으로 혼용해 부르고, 또 쉽게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의미부터 정확히 하지 않으면 정작 시용기간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으로 시용기간으로서의 법적 평가조차 받지 못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인사관리에 있어 시용의 근거는 반드시 취업규칙, 근로계약 모두에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 특히, 시용의 의미가 그 기간 중 회사의 평가가 이루어지고 그 결정으로 본채용이 거부(근로계약 종료)될 수 있다는 점을 규정해 두어야 한다. 시용의 기간에 대해서는 법률에 정함이 없고 일부 판례에서 6개월 이상을 인정한 사례도 확인되기도 하나, 통상 실무상으로는 3개월 정도로 설정함이 보통이고, 1회에 한하여 시용기간을 연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역시 그 연장기준과 횟수, 기간을 정확하게 명시해 취업규칙 및 근로계약의 내용이 되도록 규정, 관리해야 그 유효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더불어 시용기간에 대해서는 사업부서에서 함께 근무하며 시용근로자의 업무를 직접 경험한 부서의 상위 직급자, 평가자들이 일정한 업무나 근태 등의 사실관계에 기반해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우선적으로는 반드시 관련 근거사실의 기록이 구비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업무능력 부족에 대해 현업에서 지적했다"라거나 "일을 시켰는데 제대로 안한다"라는 추상적 접근에 기초한 평가는 앞서 말한 안타까운 사례의 전형이 될 수 있다. 구두로 개선 지시한 업무에 있어서도 적어도 시용기간에 있다면 메일, 문자, 내부 메신저 등을 활용해 그 기간 중 이루어진 업무상 부족한 부분, 개선요청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록관리하는 것이 좋다. 이같은 업무지시의 관리방식은 구두에 의한 방식보다 정확하게 지시되고 관리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용근로자 관점에서도 업무능력 향상 방향을 이해하고 노력하는데 더욱 더 실질적인 효과를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람관계가 잘 맞을 때가 있고 때론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감정이 평가에 투영되면 결과에 있어 드러나는 법이다. 노동위원회 사건에서 흔히 발생하는 유형 중 하나가 다른 시용 근로자에 비교해 동일, 유사한 사실관계에 대한 평가점수가 유독 분쟁의 당사자가 된 시용근로자에 대해 낮은 점수를 메겨 그 차이가 두드러질 때 해당 시용평가의 신뢰성은 무너지고, 결과적으로 해당 평가에 근거한 계약종료는 부당하다는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점에서 회사의 대표자 혹은 경영진 차원에서 시용평가에 대한 평가자 교육을 실시하고 유의사항을 사업부서 단위로 안내하는 프로세스를 포함해보면 더욱 안정된 운영을 기대할 수 있다.
성장하는 회사에는 좋은 인재가 있고, 또 함께 발전해 간다. 어느 기업이나 훌륭한 인재와 함께 성장해 가길 기대하고, 그것이 가장 올바른 인사관리의 길이라 생각할 것이다. 이 점에서 회사에서 새로운 시작의 발걸음을 내딛는 시용근로자가 업무적 비전과 방향을 이해하고 잘 따라올 수 있도록 하고, 한편으로는 조직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용기간의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이와 같은 인식과 관리체계 위에서 이루어지는 시용기간의 평가와 관리는 조직의 인력운영 건전성은 물론 회사에 적합한 구성원의 안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기세환 태광노무법인 대표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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