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통보한 여친 무참히 살해…급기야 ‘안전 이별’ 서비스까지 등장한 한국 사회 [기자24시]

지혜진 기자(ji.hyejin@mk.co.kr) 2024. 6. 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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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기자로 연애상담소를 취재했다.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소위 '연애 고수'들이 운영 중인 연애 상담 프로그램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일부 전문 연애 상담 업체가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을 부르는 상술 부작용이 있긴 해도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발생하는 게 시장 원리다.

취재 과정에서 느낀 연애상담소의 백미는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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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매일경제]
20대 기자로 연애상담소를 취재했다. 직접 상담을 받아보니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핫’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상담사들은 주변인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연애 고민을 세심하게 들어줬고, 설득력 있는 방안을 컨설팅해줬다. 누군가 말 못 할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담료 몇만 원의 가치가 있었고 진짜 절실하면 지갑을 더 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연애 상담 업체 숫자는 예상보다 많았다. 전문 상담원과 코치들을 두고 있었고, 연애 전 과정에 걸쳐 세분화한 교육과정을 갖춰놓고 있었다. 호감도를 올리는 방법부터 권태기 극복, 결혼 생활을 잘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상담 항목도 다양했다.

궁합·운세를 보는 역술가보다는 경험 과학을 바탕으로 하면서 결혼정보회사보다는 부담이 없는 ‘틈새시장’을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소위 ‘연애 고수’들이 운영 중인 연애 상담 프로그램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일부 전문 연애 상담 업체가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을 부르는 상술 부작용이 있긴 해도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발생하는 게 시장 원리다.

한 대학 교수는 “요즘 학생들이 토로하는 어려움 중 첫 번째가 관계 맺기”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고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만나고 소통할 귀중한 시간을 놓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취재 과정에서 느낀 연애상담소의 백미는 따로 있었다. 관계를 맺는 법뿐만 아니라 관계를 잘 정리하고 이별을 극복하는 법도 가르쳐준다는 것이었다. 연인과 헤어지는 일이 범죄로까지 이어지다 보니 남녀 모두 관계를 정리할 때 고민이 늘어가고 있다는 게 취재를 간 상담소 측 얘기였다.

지난달 한 의대생이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해 큰 충격을 줬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여성 인권이 과거에 비해 크게 진전됐지만 최근 심각한 수준의 데이트폭력은 되레 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안전한 이별’을 위한 법적 장치가 확고하다면 굳이 이런 ‘안전 이별 서비스’까지 필요했을까.

지혜진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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