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석유 시추 ‘밑빠진 독 물 붓기’ 우려…신중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포항 영일만 석유 시추’ 발표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5일 매장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막대한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석유 탐사를 놓고 (성공) 확률이 20%라고 한다. 반대로 얘기하면 80%는 아니라는 말”이라며 “(석유 시추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지 모르는데 정부예산을 전적으로 들여서 하는 건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5개를 시추하는 데 5천억원 정도 든다고 한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시도)에 들어간 돈과 비슷하게 쓰이고 있다”며 “성공하길 바라지만 그 과정에서 예산 낭비 요소가 없는지, 불필요하게 과도한 국민 기대를 자극해서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와 같은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고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밑도 끝도 없는 대통령의 가벼운 발표에 세계 산유국은 비웃는다”며 “이제 부산 엑스포를 유치할 게 아니라 석유수출기구(OPEC‧오펙) 가입을 준비해야 할 판”이라고 꼬집었다. 석유 매장 가능성을 분석한 미국 액트지오의 아브레우 박사가 한국을 찾는 점을 두고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전 옥스퍼드 명예교수가 방한해 ‘일본을 신뢰해야 한다’ ‘오염수 1리터도 마실 수 있다’고 말한 적 있다”며 “포항 석유를 점지해 준 천공과 액트지오 외 어떤 검증을 받았냐”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원 구성이 마무리 되는 대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유관 상임위를 중심으로 검증에 나설 방침이다.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 브리핑을 두고 충분한 검증 없이 발표된 “국정 전환 쇼”라고 비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은 브리핑 시작 8분 전 언론에 일정을 공지하고 4분 발표 뒤 질문도 안 받고 떠났다. 이런 엉터리 대통령비서실과 ‘아니면 말고’식 정부는 처음 본다”며 “‘아니면 말고’ 식 국정 전환 쇼를 할 게 아니라 국민이 지금 진짜로 필요로하는 게 뭔지 찾아 시행하라”고 지적했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혈세 5천억원짜리 도박이거나 값비싼 홍보다. 국민 혈세와 기업 기부금으로 끝까지 국민을 속였던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가 떠오른다”며 “경제성이 모자라거나 원유 양이 적다 해도 대통령이 격노하면 사업은 계속될 것이다. 국정조사를 해야 할 일이 또 늘었다”고 비판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