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1인당 국민소득, 일본 제쳤다… “수년 내 4만달러 달성”

최온정 기자 2024. 6. 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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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GNI 3만6194달러… 美·獨 이어 6위
실질 GNI 2.4% 증가… 8년만에 최대폭 성장
기준년 개편, GNI 상승 기여… 조사대상 확대
설비투자·민간소비는 부진… GDP 하향조정

올해 1분기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나타내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6000달러를 넘어섰다. 인구 5000만 이상 국가 중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6위를 차지했다. 실질 GNI도 전 분기보다 2.4% 증가하면서 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성장했다. GNI는 전체 국민이 일정기간 벌어들인 임금과 이자, 배당 등 모든 소득을 합친 것으로,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4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실질 GNI는 전기대비 2.4% 증가한 567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0.6% 증가했던 작년 4분기와 비교해 상승률이 4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1분기 상승 폭 기준으로는 2016년 이후 가장 크다.

◇ 교역조건 개선·기준년 개편 영향… 주요국 중 6위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실질무역손실이 17조원에서 11조3000억원으로 축소된 영향이 컸다. 우리나라 교역조건은 수출 쪽에서는 반도체 가격, 수입 쪽에선 원유가격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반도체 수요 증가로 상품 가격이 오르고, 국제유가가 내리면서 무역손실이 축소됐다.

국민총소득, 디플레이터, 저축률 추이. /한국은행 제공

실질 GNI 성장률은 1분기 대폭 상승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1.3%도 웃돌았다. 1분기 GDP는 건설투자(3.3%)와 수출(1.8%), 정부소비(0.8%), 민간소비(0.7%)를 중심으로 작년 4분기(0.6%)의 두 배를 넘는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다만 전기 대비 3.0% 증가한 명목 GDP 성장률보다는 낮았다.

경제지표가 전반적으로 개선되면서 1인당 GNI(명목 GNI를 추계인구 수로 나눈 것)는 3만6000달러를 넘어섰다. 작년 말 기준 한국의 1인당 GNI는 3만6194달러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수출 증가 영향도 있지만, 기준연도를 2015년에서 2020년으로 개편하는 과정에 소규모 사업자 매출 등 그간 실적에 포함되지 않던 부분이 반영되면서 명목 GNI 규모가 확대된 영향도 있었다.

인구 5000만명 넘는 국가 중에서는 미국과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한국이 6위를 차지했다. 자국통화가 약세를 보인 일본을 넘어선 것이다. 한국이 기준연도 개편으로 국민소득이 크게 상승한 가운데, 일본은 엔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달러화로 표시한 1인당 국민소득이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최 부장은 “기준년 개편 결과로 한국의 1인당 GNI는 이탈리아보다는 적고, 일본보다는 많은 수준이 됐다”며 “일본을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 4만弗 달성, 변수는 환율… 소비·설비투자도 부진

한은은 이런 추세대로라면 수년 내 국민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부장은 “1인당 GNI를 산출할 때는 실질소득 증가율과 환율, 국외순수취 요소소득 등을 봐야 해 언제 달성할 수 있을지 말하기가 어렵다”면서도 “수년 내에 4만달러 달성 가능하리라 본다”고 했다.

최정태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이 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 및 국민계정 2020년 기준년 1차 개편 결과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변수는 환율이다. 원화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 미국 달러화로 환산한 1인당 GNI도 쪼그라들 수 있다. 지난 2022년에도 원·달러 환율이 평균 12.9% 상승하면서 한국의 1인당 GNI가 20년 만에 대만에 추월당한 바 있다. 지난해 환율 변동 폭이 작아지면서 다시 대만을 상회했지만, 환율이 불안해지면 국제순위가 또 내려갈 수 있다.

민간소비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변수다. 지난 1분기 GDP 중 민간소비 부문을 보면 전 분기 대비 0.7% 성장에 그쳤다. 지난 4월 발표된 속보치(0.8%)보다 0.1%p 내린 수치다. 의류 등 재화와 음식·숙박 등 서비스 분야가 개선되면서 3분기 연속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증가 폭은 여전히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설투자가 고꾸라질 가능성도 있다. 건설투자는 작년 4분기에 3.8% 하락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올해 1분기에 3.3% 성장했다. 일부 대규모 건설 현장의 완공 전 마무리 공사 진행 등 요인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호조세가 2분기에도 지속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 부장은 “작년부터 지속된 입주물량 및 착공 감소 요인이 반영되면 향후 건설투자는 다소 부진할 것”이라고 했다.

전 분기 대비 2.0% 감소한 설비투자(-2.0%)도 우려스럽다. 작년 4분기에 2.8% 오른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지만, 운송장비 투자가 줄어들면서 1분기 만에 감소로 전환됐다. 지난 2년간(2022~2023년) 분기별 설비투자 성장률이 -2.0%를 기록한 것은 작년 3분기와 올해 1분기가 유일하다.

최 부장은 “1분기 국민소득 상승의 주요인은 반도체나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IT) 품목이 당초 예상했던 것 보다 호조를 나타낸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기준년 개편으로 인해 시계열이 소급 적용된 영향도 있었다”면서 “내수의 경우 3월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부진해서 하향 수정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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