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서울에 쏠린 스타트업 생태계...부산에 이식하는 산업銀

부산=유윤정 기자 2024. 6. 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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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2시 부산 중구 산업은행 부산지점 9층. 김주현 금융위원장,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 등 굵직한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산업은행이 이 곳에 스타트업 보육공간인 ‘넥스트원(NextOne)’을 열었기 때문입니다. 산업은행은 이준성 혁신성장금융부문 부행장을 필두로 서울 마포에 넥스트원을 열어 운영해 왔는데요. 4년 만에 처음 서울이 아닌 곳에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보육공간을 만든 겁니다.

‘넥스트원’은 산업은행이 최초로 만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입니다. 산업은행은 서울 마포의 넥스트원 1~7기 총 105개사를 선발·보육했는데요. 보육기간 중 54곳이 총 628억원의 투자유치를 이루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새로 생긴 부산 넥스트원에는 입주사 사무공간을 비롯해 50석 규모의 투자 유치를 위한 IR(기업소개) 공간이 조성되고, 상시적인 투자와 연계를 위해 수도권 벤처캐피탈(VC)도 입주할 예정인데요. 산업은행은 이달 중 15곳 내외의 부산 소재 스타트업 1기를 선발해 5개월간 보육프로그램을 본격 진행할 계획입니다.

산업은행이 부산에 이런 공간을 만든 것은 최근 사회 화두로 떠오른 지역 불균형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 생태계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죠. 스타트업 불균형 이유가 수도권 편중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전세계 나라들은 스타트업을 향후 국가경제를 이끄는 동력으로 인식하며 창업을 전폭 지원하고 있습니다. 창업 생태계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러나 우리나라는 서울을 제외한 지역 창업 생태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한것이 현실입니다.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에 따르면 VC 90% 이상이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이는 지역 기업과 모험자본 간 거리가 멀다는 의미죠. 거리가 멀면 VC가 기업을 발굴하고 관리하는 것이 불편하고, 사업을 이해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많이 소모될 수 밖에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수도권 VC가 자주 지역에 가서 스타트업을 파악하고 투자 결정까지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죠. 투자 결정도 늦어지게 하지만 투자 이후 사후관리에도 장애로 작용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우리 경제는 ‘초(超) 저성장 시대’에 직면해 있다”며 “성장 잠재력을 높이려면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역 간 불균형을 완화하고 지역경제 육성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필수”라고 했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이번 넥스트원 부산 개소는 부산지역 벤처생태계를 양적·질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부도 지역산업에 특화된 금융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서서히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산업은행과 부산시는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이하 부산 벤처펀드)’ 결성을 앞두고 있는데요. 총 2500억원 규모의 자펀드를 조성할 계획으로 현재 출자기관들과 세부적인 부분을 논의 중입니다.

산업은행은 부산 벤처펀드의 앵커 출자자(LP)로 총 500억원을 출자했습니다. 또 부산시가 50억원, BNK금융지주에서 100억원을 지원했죠. 나머지 자금은 모태펀드와 금융권 등에서 확보할 예정으로 막바지 출자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모종린 연세대 교수는 “한국 경제는 수도권 집중과 지역간 불균형이라는 오랜 과제를 안고있다”고 했습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나이키(오리건), 스타벅스(워싱턴), 월마트(아칸소), 보잉(버지니아) 등 미국의 각 주에서 창업한 기업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성장하며 그 지역의 산업 생태계를 견인하고 있죠.

한국에서도 지역에 뿌리내리는 좋은 기업들이 많아지면 지역 불균형 문제도 점차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러한 다양한 시도들이 투자 혹한기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스타트업들에 활기를 불어넣을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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