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한국계 미국 상원의원 나올까… 앤디 김, 민주 뉴저지 경선 승리

AP, 개표 14분 만에 확정… 11월 본선행
“부패 정치 맞선 시민 운동 놀라운 승리”
3선 하원의원… 의회 폭동 때 홀로 청소

미국 민주당 뉴저지주 연방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 출마한 앤디 김 연방 하원의원이 4일 뉴저지주 패러머스에서 열린 버건카운티 민주당 전당대회장 밖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패러머스=AP 연합뉴스

한국계인 앤디 김 미국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이 4일(현지 시간) 당내 뉴저지주(州) 연방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승리했다. 11월 본선에서도 이기면 첫 한국계 미국 상원의원이 된다.

현직 메넨데스, 표 잠식 가능성

AP통신은 이날 치러진 뉴저지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 결과 김 의원이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로 확정됐다고 개표 시작 14분 만에 보도했다. 그는 80%에 가까운 압도적 득표율로 경쟁 후보인 시민단체 활동가 로런스 햄, 노동운동 지도자 파트리샤 캄포스-메디나를 제쳤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은 오는 11월 5일 미 대선일에 함께 실시되는 상원의원 선거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김 의원은 승리 확정 직후 성명을 내고 “부패와 틀에 박힌 정치에 맞서 조직된 시민 운동이 이룬 놀라운 승리”라며 “나는 변화를 위한 우리 움직임을 상원에 전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당선 가능성도 작지 않다. 뉴저지주는 1972년 이후 50여 년간 민주당이 연방 상원 의석을 석권해 왔을 정도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기 때문이다.

변수는 지난해 수뢰 혐의로 기소된 뒤 당내 경선에 불참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같은 당 현역 밥 메넨데스 의원이다. 그는 2006년 이후 20년 가까이 뉴저지주를 대표해 연방 상원의원을 지내며 외교위원장도 두 차례 맡았던 3선 거물이다. 그가 본선에 경쟁 후보로 나설 경우 민주당 표를 잠식해 결과적으로 공화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미국 언론은 보고 있다.

‘기득권 혁파’ 개혁가 이미지

이민 2세로 아직 41세(1982년 7월생)에 불과한 김 의원은 젊은 나이에 3선 연방 하원의원 자리에 오른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적 인물이다. 현 지역구인 뉴저지주 남부에서 자란 그는 시카고대를 졸업한 뒤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9년 이라크 전문가로 국무부에 들어갔고 2013~2015년 국방부 및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각각 이라크 담당 보좌관을 역임하며 이슬람 수니파 무장 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힘을 보탰다.

한국계 앤디 김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2021년 1월 7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하루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 난입으로 아수라장이 된 의사당 바닥의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이 장면으로 그는 전국 인지도를 높였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의회에는 2018년 입성했다. 11월 중간선거에서 백인 비율이 높은 뉴저지주 남부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시 공화당 현역 의원이던 톰 맥아더에 신승을 거두고 뉴저지주 첫 아시아계 연방 의원이 됐다. 그 뒤 2020, 2022년 선거에서 연달아 승리, 1996년 김창준 전 의원 이후 26년 만에 하원에서 한국계 3선 고지에 올랐다.

그가 유명해진 것은 2021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 사태 때다. 폭도들이 물러난 의회 건물에서 홀로 쓰레기를 치우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며 전국적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이번 경선 과정에서는 기득권에 맞서는 개혁 정치인 이미지를 얻었다. 그는 지난해 9월 메넨데스 의원이 재판에 넘겨지자 다음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상원의원 선거 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그 과정에서 지역 민주당 지도부에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경선 때는 지역 정치권이 지지하는 후보를 투표용지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하는 ‘카운티 라인’ 관행 혁파에도 나섰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누구에게도 허락을 구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