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0.72’ 저출산 극복에 칼 뺐다…파격 조건 공개[취재메타]
2시간 단축근무 제도 이용 보장…본청이 직접 감독
“정책 비수혜자, 한국 인구 소멸 위기 이해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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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경찰이 저출산 위기 극복과 자녀 양육 여건 개선을 위해 다소 파격적으로 느껴질 정도의 복지 제도 개선을 단행한다. 부부 경찰관을 같은 시도청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인사에서 배려하고, 유아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단축 근무를 보장 받도록 직속 상관에게 강제성을 부여할 계획이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경찰청 저출산 태스크포스(TF)는 경찰 내부망인 ‘폴넷’에 5개의 구체적 저출산 극복 방안을 공지했다. 세 차례의 TF 회의와 솔루션팀(젊은 직원 중심으로 이뤄진 현장자문단) 회의를 거쳐 나온 제도 개선안을 처음 선보인 것이다.
TF 관계자는 “14만명의 거대조직인 경찰 내에 정책 수혜자와 비수혜자가 나뉘는 만큼 내부 공감대를 쌓는 일 역시 중요하다”며 “내부망에 올린 결과물에 대한 조직 구성원들의 의견을 면밀히 살필 예정”이라고 밝혔다.
TF가 내놓은 첫번째 과제는 인사 교류 제도 개선으로, 요지는 각각 다른 지역에 떨어져 근무·생활하고 있는 ‘별거(別居)’ 부부 경찰관을 같은 시도청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인사를 내는 것이다. 가점을 주거나 배점을 조정해서 우선적으로 근무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할 계획이다.
다만 많은 직원들이 전입을 원하는 대구경찰청, 세종청, 대전청, 광주청, 전북청은 이미 정원보다 현원이 많은 포화 상태다. 해당 청에 부부 경찰관을 같이 근무하도록 하려면 더욱 인원이 초과될 수도 있다. 그만큼 현원이 정원에 못 미치는 ‘결원청’(대표적으로 경기남부청과 서울청)에서는 더욱 직원 구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는 셈이다.
TF 관계자는 “앞으로 단 몇 세대만에 우리나라 인구가 소멸 직전이 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기에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을 알지만서도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인사와 관련해서는 계속해서 좀 더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해 고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두번째 과제는 만 5세 이하 저연령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단축 근무를 보장하는 것으로, 이미 제도가 완비된 상태이지만 실제 이용하는 직원은 많지 않았다. 원칙대로라면 24개월 범위 내에서 하루 2시간 일찍 퇴근하거나 2시간 늦게 출근할 수 있다. 한 수도권 근무 경찰관은 “막상 쓰려고 하면 사무실에서 눈치도 보이고, 승진하는 데에 불이익이 있을 것 같아서 주저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TF는 단축근무 수혜 당사자의 직속 상관에게 의무성을 부여하려 한다. 경찰청 차원에서 단축근무 이행률을 보고 받고 관리함으로써 부당하게 부하 직원의 제도 이용을 막는 행위를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또, 둘째 이상을 낳은 경찰관(당사자 및 배우자)에 대해서 기존 출산휴가 기간인 90일(여성)·10일(남성)에 더해 휴가일수를 10일 범위 내에서 추가 연장해 주는 것도 구체적으로 고려되고 있다고 TF는 설명했다.
세번째 안은 6개월 이상 장기 육아휴직자를 대체할 인력을 신속하게 배치함으로써 육아휴직을 쓰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신임 경찰관을 곧바로 육아휴직자 자리로 배치할 수도 있고, 휴직자가 맡은 업무가 난이도가 있는 일이라면 선임을 배치하고 신입이 또 그 자리를 채우게 하는 식으로 연쇄적인 인사 이동이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외에도 TF는 보건복지부, 인사혁신처와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출산 및 육아 지원 혜택 내용을 전수조사,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내·외부망에 게시했다. 직원들은 이를 통해 본인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파악할 수 있다.
당직근무에 있어서도 저연령 자녀를 양육하는 직원에게 당직 전·후반 선택 우선권을 준다. 경찰은 교대 근무자가 아닌 내근직도 오후 6시~익일 오전 1시, 오전 1시~오전 9시로 전·후반 당직을 선다. 원칙적으로 당직 전반, 후반 근무를 개인이 선택할 수 없다. 육아를 해야하는 직원에게 예외적으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끔 배려하는 조치다.
총 다섯 가지 저출산 대책이 조만간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TF는 조직 내에서 불거질 형평성 논란에 대해서도 예민하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TF 관계자는 “우선권, 예외적 배려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손해 보는 직원들이 생긴다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자칫 반감을 얻고 정책 취지가 왜곡될 우려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저출산 극복과 양육 여건 개선이라는 대의를 위해서 결단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데에 많이들 공감해주기를 바라며, 조만간 세부 추진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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