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더블로 가’...꼼수에 사기 더한 ‘아옮’ 이용 사기 횡행

‘웃돈’ 받고 구매자 아이디로 티켓 옮겨주는 ‘아옮’
“거래 완료 하려면 티켓 값 한 번 더 보내야” 추가 요구
대포폰·대포통장 사용으로 진범 잡기 어려워

암표 거래 수법 중 하나인 ‘아이디 옮기기’를 활용해 사기를 치는 수법이 횡행하고 있다. 구매자가 티켓 값을 송금했지만, 이후 ‘수수료가 입금되지 않았다’며 티켓 값을 한번 더 보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수수료 미입금으로 아옮 업체에서 티켓팅을 해드릴 수 없다고 합니다. 입금한 금액을 한 번 더 입금하면, 거래가 정상 처리 됩니다.”

암표 거래 수법은 더 치밀해지는 가운데 이를 악용해 한 번 더 사기를 치는 행위가 횡행하고 있다. 사기에 이용되는 대표적인 수법은 아이디 옮기기, 일명 ‘아옮’이다. ‘아옮’이란 제3자의 명의로 산 티켓을 웃돈을 받고 매크로 등을 활용해 구매자의 아이디로 재예매해주는 수법이다. 티켓 소지자와 구매자의 개인정보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기획사의 눈을 피하기 위해 나온 ‘꼼수’ 수법이다.

최근에는 꼼수 수법에 사기까지 더해지고 있다. 티켓 값과 웃돈을 요구하며 아옮을 해주겠다고 접근한 이후, 거래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티켓 값을 한 번 더 보내야 한다며 추가 입금을 요구한다. 가령 트위터 등에 티켓 원가에 소정의 착수금을 받는다는 글을 올리고 ‘실패시 100% 환불’이라는 문구로 미끼를 던진다. 티켓 구매자가 처음 제시한 금액을 보내주면 또 돈을 요구한다. “예매 수수료가 미입금 됐다”며 “티켓 금액을 다시 한번 보내달라. 환불 받을 계좌를 남겨주면 거래를 정상처리하고 수수료는 환불해주겠다”는 식이다. 티켓 값을 2번 입금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아옮’을 이용한 사기로 22만원을 사기 당한 정모(21) 씨는 “아이디 옮기기 업체 중에서도 정상적으로 해주는 업체가 있고, 실제로 실패하면 돈을 돌려주기도 하는 업체가 있어 별 의심없이 입금했다”며 “사기 계좌를 공유하는 더치트에 계좌번호를 검색해봤지만 문제가 없는 계좌였기 때문에 의심할 부분이 없었다”고 했다.

‘안전한 판매자’, ‘실패시 100% 환불’ 등을 미끼로 아이디 옮기기에 사기를 더한 수법이 횡행하고 있다. [독자 제공]

정씨 외에도 피해자는 수두룩하다. 뮤지컬을 보러간 강모(25) 씨는 19만원을 사기 당해 경기시흥경찰서에서 해당 사건을 수사했고, 아이돌 팬미팅을 예매한 신모(27) 씨는 15만원을 사기 당해 경기 고양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 현재 수사 중이다.

문제는 진범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사기범들이 사기를 칠 때 대포폰과 대포 통장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거제경찰서에서 수사한 정씨 사건의 경우, 정씨가 돈을 송금한 1차 계좌 명의자는 사기를 친 판매자가 아닌 계좌만 빌려준 사람이었다. 단순 계좌 명의자는 피해금 일부를 횡령한 혐의가 인정돼 횡령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정씨에게 사기를 친 진범은 인적 사항조차 특정하지 못해 수사가 중지된 상황이다. 강씨의 사건 또한 타인에게 통장을 빌려준 일부 피의자만 사기방조 혐의로 인정돼 검찰로 송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만약 유사한 수법으로 같은 사람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이 많고 피해 액수가 크면 병합수사 등으로 인력을 투입해 진범을 잡을 수 있지만, 이런 유형의 사기의 경우 대부분 소액 사건이고 사건마다 충분한 인력을 투여하기 어려워 대부분의 사건에서 진범까지 잡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사기 범죄 수사는 피해자가 계좌를 특정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면 계좌 명의자를 조회해 명의자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다”며 “이러한 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처럼, 사기 피해자가 일정 규모 이상이라면 범행에 사용된 계좌를 동결시키는 특례 조항 등을 입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여신전문금융업법에 통장을 돈 받고 빌려주는 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이 있는데, 대부분 범죄행위에 대포통장으로 쓰이기 때문에 처벌을 강화할 필요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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