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별과 죽음…내 앞에 ‘원더랜드’가 펼쳐진다면 [솔직리뷰]

곁에 있던 소중한 이와의 ‘이별’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죽음’은 적응할 수 없는, 적응하고 싶지 않은 단어 중 하나이지 않을까. 이런 ‘이별’과 ‘죽음’을 조금이라도 감싸 안아주는 세상이 있다. 바로 ‘원더랜드’. 차가운 AI 기술이 인간에게 전하는 온기는 얼마나 따뜻할까.

‘원더랜드’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라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에,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라는 색다른 설정의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이다.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원더랜드’ 서비스가 일상이 된 세상, 어린 딸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기기 위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의뢰한 ‘바이리’와 사고로 누워있는 남자친구 ‘태주’를 ‘원더랜드’에서 우주인으로 복원해 행복한 일상을 나누는 ‘정인’. 사람들은 더 이상 그리워하거나 슬퍼하지 않는 삶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원더랜드’의 수석 플래너 ‘해리’와 신입 플래너 ‘현수’는 ‘원더랜드’를 찾는 사람들이 소중한 기억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바쁜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린 시절부터 인공지능 부모님과 교감해온 ‘해리’는 이용자들의 상황을 더욱 세심히 살피고, ‘현수’는 의뢰받은 서비스에서 뜻밖의 비밀을 발견하게 되어 마음이 쓰인다.

어느 날 의식불명 상태의 ‘태주’가 기적처럼 깨어나 ‘정인’ 곁으로 돌아오고 다시 마주하게 된 모든 것이 낯설고 혼란스러운 ‘태주’와 그런 그와 함께하는 현실에 ‘정인’의 마음에는 조금씩 균열이 찾아온다.

‘원더랜드’에서 발굴 현장을 누비는 고고학자로 복원된 ‘바이리’는 딸과의 영상통화를 통해 친구 같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갑작스럽게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하고 만다.

평소 자주 이용하던 영상통화에서 ‘원더랜드’에 대한 영감을 받은 김태용 감독은 ‘세상을 떠난 사람들도 다른 세계에 존재한다고 믿는다면, 그 관계는 지속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게 됐다.

영화에는 ‘원더랜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리운 부모님, 잃어버린 딸, 다시 돌아가고 싶은 일상 등을 원하는 이들은 ‘원더랜드’ 서비스를 이용해 갈증을 풀어나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삶과 죽음 사이,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을 마주한 인물들이 슬픔과 그리움, 혼란의 감정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특히 보는 내내 ‘원더랜드’라는 가상 세계가 ‘진짜’ 현실에 존재한다면 나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인가, 내가 지금 당장 그리워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등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점이 인상 깊다.

각 인물들의 상황과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고 현실감 있게 그려내는 배우들의 열연도 ‘원더랜드’의 관전 포인트다. 배우 탕웨이, 수지, 박보검 등 각 캐릭터를 충실하게 그려내는 모습에서 다채로운 감정에 빠져들게 만든다. 다만 여러 캐릭터의 등장으로 서사가 부족한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이는 곳곳에 배치된 장치들이 부족한 설명을 채워준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남겨진 사람들의 상실감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등 다양한 질문을 던져주는 ‘원더랜드’는 인공지능 시대를 마주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다양한 고민거리를 남겨준다. 진한 여운과 따뜻한 감동은 물론 ‘원더랜드’ 안에서의 나를 투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작품이 될 것이다. 5일 개봉. 러닝타임 113분.

[손진아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