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 원주민 문화를 띄우는 까닭은? 21세기 새로운 관광전략[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호주는 코로나19 이후 전세계 관광시장에서 무섭게 떠오르고 있는 다크호스다.
광활한 자연환경 속에서 잘 정비된 관광인프라 덕분에 웰니스와 지속가능한 성장, 미식과 자연 속 탐험과 새로운 경험을 중요시하는 밀레니엄 세대의 여행 트렌드에 잘 맞아 떨어지는 여행지이기 때문이다.
바다면 바다, 산이면 산, 열대우림과 초원, 사막, 펭귄과 새, 신기한 유대류 동물, 문화 예술과 스포츠까지 다양한 관광인프라를 갖춘 호주가 새롭게 내세우는 또하나의 전략이 있다. 그것은 바로 ‘호주 원주민 문화(Indigenous Culture)’다.
마치 몽골초원에서 한 사람이 두개의 목소리를 내면서 부르는 ‘흐미(khoomi)’ 같은 느낌의 소리다. 호주 원주민을 만날 때면 모두 각각 자신이 직접 만들고, 화려한 문양을 새겨넣은 디저리두를 갖고 있었다. 동물원에서도, 배 안에서도, 섬에서도, 산 속의 바위와 동굴에서도 원주민들은 즉흥적으로 디제리두 연주를 들려주었다.
● 호주 원주민 애버리진
호주 대륙에 살고 있는 원주민은 애버리진이라고 부른다. 현재도 전체 인구의 약 3.3%인 약 81만 명의 애버리진이 살고 있다. 호주 원주민은 약 4~7만 년 전에 호주 대륙에 들어와 살기 시작한 사람들이다. 250여 년전 영국인들이 호주에 도착했을 때 원주민들은 약 250개의 언어를 쓰는 다양한 부족들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서양인들이 가져온 세균과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고, 대규모 학살까지 당하면서 1900년까지 원주민 인구는 90%까지 감소했다고 한다.
캥거루, 왈라비, 코알라, 웜뱃, 포썸(호주 주머니쥐), 바라문디(강에 사는 큰 물고기), 딩고(호주 야생 들개) 등 동물이름 뿐 아니라 부메랑(던지면 돌아오는 V자 형태로 생긴 사냥용 도구), 빌라봉(강이 코스를 바꾼 후 남겨져 고립된 연못) 등의 용어도 많다. 또한 호주의 수도 이름인 캔버라(Canberra)도 ‘만남의 장소’라는 뜻의 원주민 언어라고 한다.
호주 북동부 퀸즐랜드주 동부연안을 따라 122km로 길게 뻗어 있는 세계 최대의 모래섬인 ‘프레이저 아일랜드(Fraser Island)’는 ‘가리(K‘gari) 섬’으로 이름이 변경됐다. 섬 전체가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돼 있을 정도로 셰계 최고의 휴양지로 꼽히는 이 섬은 부근에서 배가 좌초돼 1836년 섬에서 죽은 제임스 프레이저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가리(K’gari)’는 호주 부출라어 원주민 언어로, 이 섬을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전설 속 여성의 이름이다. 서호주는 ‘킹 레오폴드 산맥(King Leopold Rages)’의 공식명칭을 ‘우나민 밀리원디 산맥(Wunaamin Miliwundi Ranges)’로 바꿨다.
또한 호주 정부는 시드니(와라네/warrane), 멜버른(나암/Narrm), 퍼스(부를루/Boorloo),애들레이드(타른타냐/Tarntanya), 케언즈(기무이/Gimuy), 브리즈번(미안진/Mian-jin, 뾰족한 모양을 한 곳) 등 대도시의 이름을 원주민식 언어와 병행표기 한다.
지난달 20~23일 호주 빅토리아주 멜번에서 열린 호주 최대 관광교역전 ’ATE 2024‘에서도 호주 각 지역마다 원주민 문화체험 여행 상품을 들고 나왔다. 사전투어로 참가했던 퀸즐랜드주 팸투어도 타이틀이 ‘퀸즐랜드 원주민 문화 투어’(Queensland Indigenous Culture Tours)였다. 퀸즐랜드의 대표적인 도시인 브리즈번 골드코스트, 케언즈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 북 퀸즐랜드 산악지대 암벽화 투어에서도 모두 원주민 문화가 주제였다.
퀸즐랜드주 관광청 셜리 윈켈 씨는 “지명에 대한 이중 표기는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으로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라며 “프레이저섬이 ‘크가리’로, 브리즈번이 ‘미안진’으로, 모튼섬이 ‘멀검핀’으로 불리게 된 것은 진정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글, 사진 멜버른=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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