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사태 장기화에 췌장암 환자들 “진료 거부, 항암 지연 너무 힘들다”
의대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이후 췌장암 환자들 다수가 진료거부와 항암 치료 지연 등의 피해를 겪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지난달 31일 췌장암 환자 281명을 대상으로 ‘의료공백으로 발생한 암환자 피해사례’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응답자의 67%가 진료 거부를, 51%가 치료 지연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진료 피해 사례를 유형별(복수 응답 가능)로 살펴보면 정상진료 불편(92%), 외래진료 지연(62%), 신환(새 환자) 진료 거부(40%) 등 기본 진료 거부로 인한 피해가 가장 컸다. 항암치료 1주 이상 지연(32%), 입원실 축소로 ‘가방항암’(입원이 안돼 가방에 항암 치료제 등을 직접 챙겨 다니며 항암치료를 받는 것) 30% 등 항암 치료 관련 불편도 컸다. 환자들은 응급실 진료 거부(15%), 시술 지연(14%), 전원 종용(13%) 등의 피해 사례도 호소했다.
협의회는 설문 결과와 함께 중증 환자들의 피해사례를 정리해 공개했다. 한 환자는 “응급실을 찾아 수혈을 해달라고 했더니 호스피스 병동으로 가라고 했고, 혈소판 수치가 23인데 별 조치 없이 귀가 시켰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환자는 “배액관 시술 일정이 늦게 잡혀있는데 복수 때문에 두 달 넘게 식사를 못해서 참다가 응급실을 갔는데, 한 의료진이 ‘동기들이 다 사직서를 냈고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환자만 오는 곳이 응급실’이라며 한소리를 했다”고 말했다. “금요일에 병원이 의료사태로 휴진을 하니 항암치료가 한 주 뒤로 지연됐다. 교수님은 상관없다고 하셨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불안했다”며 고충을 토로하는 사례도 공개됐다.
협의회는 앞서 암환자 189명을 대상으로 1차 조사를(5월7일) 실시했는데, 이때보다 외래 지연·정상 진료·항암 1주이상 지연 등 모든 항목에서 피해를 겪는 환자의 비율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정부와 의료계가 중증 환자들의 어려움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또 앞으로 이같은 의료 공백이 발생할 시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고, 대형 병원 병상수 축소와 필수 의료 전공의를 늘리는 등 장기 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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