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죽는다”..자립준비청년, 홀로서는 순간 생존의 시작 [혼자인家]
양질의 일자리 얻기 어려워.. 현실과 타협, 공장 취직
자립준비청년주택 등 지원 강화됐지만 더 섬세해져야
스무살, 모두가 꿈꾸는 나이에 생존의 벽 앞에 선 청년들이 있다. 만 18세가 되면 보육원이나 위탁가정의 보호가 끝나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청년들, 바로 '자립준비청년'이다. 1000만~1500만원의 지원금과 5년 뒤면 끝나는 월 50만원의 수당이 이들이 가진 전부다.
아무런 준비 없이 세상에 내던져지는 삶을 먼저 경험했던 선배들은 '브라더스키퍼'라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며, 기댈 수 있는 곳이 되어주겠다는 게 이들의 설립 가치다. “타인을 신경 쓰지 않고,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당당하게 살아가길 바란다는 선배들의 조언이 울림 있다.
2018년 5월 설립된 ‘브라더스키퍼’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사회적 기업으로 안정적 일자리 및 정서적 자립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실내외 벽면녹화, 식물 인테리어, 화분 임대서비스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브라더스키퍼에서 5년째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윤재근씨(남·33)도 보육원 출신 자립준비청년이다.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에서 태어난 그는 안동 경안신육원에서 생활했다. 어머니가 몸이 불편해 그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이랬다. 이에 할머니 손에 자라다 해당 보육원에 들어갔다.
“시설에 있으면서 형들한테 많이 맞았어요. 작은 군대같은 거죠. 위축된 상태로 생활하다 보니 중고등학교 대인관계도 힘들었어요. 스스로 의견을 펼치는 게 어려워 성격도 소심하게 바뀐 것 같아요. 생활지도로 상주하는 선생님 혼자서 몇십 명을 케어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보호를 받기 어려웠어요.”
학업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없는 환경이었다. 사교육은 꿈도 못 꿨다.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는 지금에서야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다. 당시엔 진로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하루하루를 사는 게 고달팠다. 어린 윤재근씨가 짊어지기엔 너무나 버거운 인생의 무게였다.
윤재근씨와 같은 보육원 출신인 권용수(남·27)씨는 경제적, 심리적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용돈을 받아도, 늘 부족했다.
“시설별로 상황은 다르지만, 저는 초등학생 때 5000원, 중학생 때 2만원, 고등학생 때 3만원을 한 달 용돈으로 받았어요. 항상 모자랐죠.”
자립을 하고 스스로 돈을 벌면서 조금씩 숨통이 트였다. 경제적인 독립은 했지만, 외로움이란 그림자는 더 짙어졌다. “안동에서 퇴소하고 경기도까지 와서 취업을 했어요. 그때 외로움을 알게 된 것 같아요. 명절에도 갈 때가 없더라고요. 또 ‘어떤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현실과 일찍 타협한 것 같아요. ‘주변에서 소개해 주는 공장가서 빨리 돈 벌어야지’ 퇴소해서 멈추면 그냥 죽는 거예요. 자취하면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잖아요. 그게 20살 때부터 시작됐어요.”
자립준비청년이 20살 때부터 일을 시작해 3~4년의 경력을 쌓아도, 일반 청년들과의 급여 수준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는 곧 스펙에 대한 차이라는 뜻이다.
2023년 정부는 ‘보호종료아동’이란 명칭을 ‘자립준비청년’으로 변경했다. 보호와 지원의 수동적 대상으로 여겨 왔던 보호종료 ‘아동’을 자립의 주체인 ‘청년’으로 본 것이다. 중요한 건 보호종료 후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주거, 경제적 지원에서 벗어난 체계적인 사후관리다.
최근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원이 과거보다 강화된 건 맞다. 시설에서 거주할 수 있는 연령이 당초 만 18세에서 만 24세까지 늘어났고, 시설 퇴소 후 5년간 매달 받을 수 있는 자립수당도 50만원으로 올랐다. 지자체마다 다르지만 시설 퇴소 때 자립지원금 1000만~1500만원도 지원된다. 자립준비청년 중 상당수는 시세보다 낮은 월세로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도 있다.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경제적, 심리적 지원이 예전보다 좋아진 것은 확실해요. 문제는 퇴소 후 보호종료가 5년으로 한정돼 있다는 거예요. 남자친구들의 경우 군대를 다녀오면, 지원 받을 수 있는 기간이 그만큼 줄어들게 돼요. 지원이 확대된 것도 불과 3~5년 정도 밖에 되지 않거든요. 대학교에 가는 학생들도 마찬가지예요. 500만원의 지원금을 주다가 1000만원을 준다고 해서 당장 잘 사는 건 아니잖아요. 조금 더 섬세한 지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자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물었다.
“타인을 신경 쓰지 않고,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회생활을 해보니 다른 사람이 생각보다 저를 (보육원 출신이라고) 많이 신경 쓰지 않더라고요. 먼저 의식해서 위축될 필요가 없었어요. 그래서 당당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윤재근씨)
“회사에서 식물 닉네임을 사용해요. ‘내가 이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의미를 부여하는데, 저는 ‘아카시아’를 선택했습니다. 아카시아는 콩과 식물로 토양의 질소를 잡아주면서 땅을 비옥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열심히 일해서 더 많은 (자립준비청년) 친구들과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어요. 형들이 저에게 그랬던 것처럼, 저도 후배들에게 아카시아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권용수씨)
보육원 출신이라고, 자립준비청년이라고 스스로 위축될 필요는 없다. 우리 모두 이 사회에 필요한, 소중한 존재니까.
#보육원 #자립준비청년 #브라더스키퍼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최현욱, 장난감 자랑하다 전라노출…사진 빛삭
- 남편상 사강, 4년만 안방 복귀…고현정 동생
- "눈 떴는데 침대에 피가 흥건"..토니안, 정신과 증상 8가지 나타났다 고백 [헬스톡]
- 허윤정 "전남편 강남 업소 사장…수백억 날리고 이혼"
- "당신을 믿어 의심치않아"...주가조작 무혐의 임창정 근황 공개한 서하얀
- "자신도 모르게 성행위" 50대女, 증상 뭐길래 [헬스톡]
- "김병만 전처, 생명보험 수십 개 가입"…이혼소송 중 알게 돼 '충격'
- '8번 이혼' 유퉁 "13세 딸 살해·성폭행 협박에 혀 굳어"
- "치마 야하다고"…엄지인, 얼마나 짧기에 MC 짤렸나
- "딸이 너무 예뻐서 의심"…아내 불륜 확신한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