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보다 엑스가 우선’ 보도에…머스크 “거짓말쟁이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코스타 메사에 있는 테슬라 차량 시설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일런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올 한해 테슬라의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위해 엔비디아의 반도체 칩을 30억~40억달러(4조1천억∼5조5천억원) 규모로 사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 언론이 테슬라 신기술 투자 순위가 엑스(X·옛 트위터)에 밀릴 것이란 취지로 보도한 데 대한 반박인데, 머스크는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거짓말쟁이”(Liar)로 부르며 이런 사실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머스크는 4일(현지시각) 자신의 ‘엑스’에 “올해 테슬라가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약 100억 달러의 인공지능 관련 지출 가운데 절반은 내부 비용에 쓰이게 된다”며 “주로 테슬라가 설계한 인공지능 추론 컴퓨터와 모든 차량에 장착된 인공지능 센서,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학습용 슈퍼컴퓨터) ‘도조’(Dojo)에 투입된다고 밝혔다. 그는 인공지능 훈련 슈퍼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해 엔비디아에서 사들이는 장비가 전체 필요분의 3분의 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근거로 올해 테슬라의 엔비디아 구매액을 30억~40억 달러로 내다본 것이다.

머스크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엔비디아 반도체칩 구입 전체 규모를 굳이 공개한 것은 테슬라 주식값을 깎아내린 미국 방송 시엔비시(CNBC)의 보도 내용을 반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머스크가 글을 올리기 전, 시엔비시는 “일런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테슬라를 위해 엔비디아에서 예약한 수천 개의 인공지능 칩을 ‘엑스’와 인공지능 스타트업 ‘엑스 에이아이’(xAI)로 배송하라고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방송은 “머스크는 지난 4월 ‘테슬라가 올해 말까지 엔비디아의 주력 인공 지능 칩인 에이치(H)100의 활성 수를 3만5천개에서 8만5천개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고, 며칠 뒤에는 ‘테슬라가 올해 훈련과 추론 인공지능을 결합하는 데 1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썼다”면서 “그러나 머스크는 (실제로는) 테슬라에 배정된 상당한 양의 인공지능 칩 물량을 ‘엑스’로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번 보도는 엔비디아 고위직원이 작성해 발송한 이메일을 근거로 했는데, 방송은 같은 내용이 테슬라 내부에 널리 공유됐다고 주장했다. 어렵게 구한 인공지능 관련 반도체 칩을 테슬라보다 엑스와 엑스 에이아이에 투입하겠다는 것으로, 머스크가 테슬라보다 엑스 쪽 사업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머스크가 기존에 약속했던 자율주행 차량으로 전환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전용 로보택시, 무인 교통 네트워크 등도 줄줄이 연기될 가능성이 생긴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 4월 테슬라 실적 발표에서 “테슬라가 자율주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게 하지 못하면, 테슬라의 투자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자율주행 문제의 해결을) 그렇게 할 것이고,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또 방송은 이 이메일에서 테슬라가 지난 4월 전세계 직원 세계에서 약 10% 이상의 인원을 구조조정을 진행한다거나, 텍사스에 있는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관련 프로젝트가 추가 지연될 수도 있다는 등의 내용도 보도했다. 이에 대해서도 머스크는 해당 기사를 엑스에 공유한 뒤 댓글로 ‘거짓말쟁이’(Liar)라고 이를 정면 부인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