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총선 후 ‘이들’에 베팅해야 할 이유는? [Hello India]
여야, 유세 과정 정경유착 2라운드 공방
친기업 성향 모디 3선, 인도 투자에 호재
글로벌 투자은행도 올해 인도 시장 낙관
印 증시 모디 정부 수혜주도 쾌속 질주
암바니·아다니 회장, ‘친모디’로 전성시대
블룸버그, 레디 등 신흥 억만장자 주목
인도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여당인 바라티야자나타당(BJP, 인도인민당)이 이겼다. 다만, 선거 전 예상보다는 모디 총리가 ‘빛바랜’ 승리를 거머쥘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특히, 유권자 수만 총 9억7000만명에 이르며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로 불리는 인도의 총선 유세 과정에서 정경유착을 둘러싸고 여야 간의 공방이 벌어졌다. 여당인 BJP의 모디 총리가 최근 친(親) 모디 성향의 재벌들에 대한 야당의 공격 강도가 약해진 이유가 야당 측의 ‘정치 자금 수수’ 때문이란 주장을 들고 나왔고, 야당 측은 평소 재벌들로부터 정치 자금을 수수해온 것은 여당이라며 즉각 반격에 나서며 첨예하게 대립한 것이다.
그동안 라훌 간디 인도국민회의(IRC) 전 총재는 모디 총리가 재벌 이익을 위해 일해왔으며, 그 결과 빈부 격차가 그의 집권 10년 동안 더 심화했다고 줄곧 주장해왔고, 여당은 이를 부인해왔던 양상과는 사뭇 다른 장면이 펼쳐진 셈이다.
▶모디와 ‘지연’ 앞세운 ‘구자라티 상인’ 전성시대=모디 총리와 간디 전 총재 간의 설전에 등장했던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과 가우탐 아다니 아다니그룹 회장은 인도는 물론, 아시아를 대표하는 양대 부호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5일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Bloomberg Billionaires Index)의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암바니 회장과 아다니 회장이 보유한 자산 규모는 각각 1140억달러(155조원), 1090억달러(148조원)에 이른다. 전 세계 기준 12·13위 부호이며, 아시아 대륙에선 나란히 1·2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한국 최고 부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평가 자산 98억2000만달러(13조원)와 비교하면 각각 11.6배, 11.1배에 달하는 규모다.
암바니 회장과 아다니 회장의 공통점은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州)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구자라트주는 바로 모디 총리의 고향이기도 하다. 일명 ‘구자라티 상인’으로 불리는 두 사람과 이들이 이끄는 기업들이 최대 모디 수혜주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현재 인도 최대 재벌 그룹사다. 릴라이언스호(號)를 이끄는 암바니 회장은 1957년 창사 당시 작은 무역회사였던 릴라이언스를 에너지, 석유화학, 통신은 물론 언론·미디어에 이르는 계열사를 보유한 거대 기업으로 성장시키며 인도 내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암바니 회장이 국내 투자자들에게 잘 알려진 계기는 자녀들의 결혼식 때문이다. 지난 3월 인도 구자라트에서 열린 암바니 회장의 막내아들 아난트 암바니의 결혼식에는 인도 스타들뿐 아니라 세계 4위 부자 마크 저커버그(1700억달러·231조원), 6위 부자 빌 게이츠(1540억달러·209조원) 등이 인도 전통 복장을 착용한 채 참석해 화제가 됐다. 심지어 세계적인 가수 리한나가 이날 결혼식 축가를 부르고 받은 돈은 500만파운드(87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회장은 2018년 12월 암바니 회장의 딸, 2019년 3월 암바니 회장의 장남 결혼식에 잇따라 참석해 머리를 터번을 두른 인도 전통 의상을 입어 눈길을 끌었다. 이 회장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하기 싫은 걸 하는데 열심히 살아야지”란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생성돼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끌기도 했다.
암바니 회장이 이끄는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그룹은 언론 장악을 통해 모디 총리와 정경유착을 강화 중이란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그룹은 신문·방송 등 미디어 매체를 70개 이상 소유하고 있다.
1988년 설립해 에너지와 교통 인프라, 식품 사업 등을 영위하는 초거대 기업인 아다니그룹은 모디 총리와 연관된 대표적인 테마주로 꼽히기도 한다.
일각에선 ‘모디노믹스(모디 총리가 주도하는 인도 경제 개발 정책)’의 핵심 역할을 아다니그룹이 맡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아다니그룹 내 인도 최대 석탄 수입업체이자 광산업 계열사인 아다니그린에너지(AGEL)가 인도 서부 황무지에 프랑스 수도 파리의 5배 크기의 세계 최대 규모 친환경 에너지 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업이란 평가가 있다. 이 단지가 완공될 경우 스위스 전체에 전력을 공급할 정도의 전력 생산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 1월 ‘활기찬 구자라트 세계정상회의’에서 아다니 회장은 인도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240억달러(33조원)를 신규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미 인도 내에선 아다니그룹과 모디 총리 간의 유착 관계는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1월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 힌덴버그 리서치가 아다니그룹의 주가 조작과 회계부정 가능성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 여파로 수도 뉴델리를 비롯해 뭄바이, 콜카타 등 인도 주요 도시에선 모디 정부에 대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정경유착·빈부 격차’불편한 진실 속 달성한 세계 5위 경제 대국=지난 2월 인도 대법원이 내린 ‘선거 채권(electoral bands)’에 대한 위헌 결정은 친 기업 정책을 펼친 모디 정부와 주요 기업들 간의 유착 관계를 더 분명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선거채권은 인도중앙은행(SBI)이 발행하는 무기명·무이자 채권을 말한다. 개인이나 기업이 1000루피(1만6360원)부터 1000만루피(1억6360만원)까지 다양한 권종의 채권을 구매 후 정당에 기부하는 데 활용돼 왔다.
신규 채권 발행을 중단하고, 그동안 기부금을 받은 정당은 세부 내용을 밝혀야 한다는 인도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공개된 결과 선거채권의 최대 수혜자는 모두가 예상한대로 모디 총리가 이끄는 여당 BJP였다.
BJP는 전체 기부금의 절반에 가까운 600억루피(9816억원)를 받았다.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이외에도 메가 엔지니어링, 베단타 그룹, MKJ 엔터프라이즈 등의 기업들도 주요 기부자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모디 정권이 추진했던 ‘제조업 육성정책(Make in India)’, 법인세 인하 등의 친기업 정책은 인도가 세계 경제 5위국으로 부상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승자와 패자가 분명한 심각한 빈부 격차를 불러왔다는 평가도 잇따른다. 영국 BBC 방송은 인도 경제의 불균형 성장을 ‘K자형’ 경제라고 부르며 “쾌속 순항하는 인도 경제에도 많은 부작용과 도전 요소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2년말 기준 인도의 1인당 국민소득은 2390달러(325만원) 수준으로 주변국 방글라데시(2820달러·383만원)나 스리랑카(3610달러·491만원)보다 적은 수준이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인도의 억만장자는 모디 정부 기간 3배 증가했다고 짚었다.
블룸버그통신은 빈부 격차란 짙은 그림자를 딛고 인도 경제 부흥이란 빛을 만들고 있는 5명의 인도 신흥 억만장자에 주목했다.
첫 번째로 다룬 인물은 순자산이 83억달러에 이르는 PV 크리슈나 레디다. 그의 삼촌인 PP 레디가 설립한 ‘메가 엔지니어링’은 1980년대 후반 파이프 제조업체로 시작해 정부 계약을 바탕으로 다양한 인프라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레디 가문의 자산은 2015년 20억달러 미만에서 현재 수준까지 불어났다. 메가 엔지니어링은 지난 5년간 모디 정권에 가장 많은 금액을 기부한 회사다.
순자산 69억달러인 사티아나라얀 누왈이 설립한 솔라 인더스트리는 1990년대 중반 민간 기업 진입이 허용된 폭발물 제조 부문에 처음 뛰어든 기업 중 하나로서 부를 쌓았다. 초대형 국영 광산 기업에 폭발물을 납품하던 솔라 인더스트리는 모디 정부가 광산업계 활성화 정책에 박차를 가하면서 수익이 급증했다.
이 밖에도 ▷가루 세제 제조업에서 시멘트 제조 사업까지 발을 넓히며 66억달러 규모의 순자산을 모은 카르산바이 파텔 ▷아버지로부터 불려 받은 사업을 상업용 부동산, 상업 단지, 쇼핑몰 및 백화점을 갖춘 거대 기업으로 확장 시킨 찬드루 라헤자 K 라헤자 회장(순자산 36억달러) ▷전통의학업체 파탄잘리 아유르베드의 아차리아 발크리슈나 전무(순자산 38억달러) 등이 주목할 인물로 꼽혔다.
▶올해 印 증시 시총 상위주 쾌속 질주=친 기업 성향의 모디 정부 3기 출범은 인도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모디 정부가 향후 5년간 더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은 인도 증시 강세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27일 종가 기준 인도 증시 대표 지수인 센섹스(SENSEX) 지수와 니프티(Nifty)50 지수는 최근 1년간 각각 20.04%, 23.33% 상승했다.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올해 들어서도 각각 6.82%, 5.59% 올랐다.
모디 정부 주요 수혜주이자 인도 증시 시총 최상위권을 구성하고 있는 기업들의 주가도 올 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시총 1위(2397억달러·325조3928억원)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주가는 올해만 13.45% 상승했다. 시총 2위(1700억달러·230조7750억원)인 인도 최대 IT 서비스 기업이자 릴라이언스·아다니그룹과 ‘3대 재벌’로 꼽히는 타타그룹 소속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의 주가도 1.41% 올랐다.
인도 최대 은행 그룹사인 ‘스테이트뱅크오브인디아’(시총 6위·891억달러·120조9354억원)를 비롯해 ‘ICICI뱅크’(시총 5위·960억달러·130조3008억원) 등 대형 민간은행주도 올 들어 각각 29.85%, 13.37%씩 상승했다.
대표적인 모디 테마주 중 하나인 ‘아다니엔터프라이즈’(시총 14위·451억달러·61조2007억원)의 주가도 올해만 15.45% 올랐다.
우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인도 정부에서 진행 중인 ▷국가 인프라 구축 계획 ▷국가 수익화 계획이란 두 가지 인프라 프로젝트 기한이 1년도 남지 않은 가운데, 올해 연초 총선 이전에 모디 정부가 ‘회계연도 2024~2025년 임시 예산안’을 통해 인프라 중심의 적극적인 재정확대 정책을 예고한 만큼 총선 이후 구체적인 관련 정책 방안이 발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2분기 중 예정된 인도중앙은행 회의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 전망된다”는 분석도 인도 증시의 중장기적인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의 판단도 다르지 않다. 필리포 고리 JP모건 아시아·태평양 최고경영자(CEO)는 인도 시장을 일본과 함께 “아시아에서 밝게 빛나는 두 국가”라고 칭했다.
미 컨설팅기업 베인앤드컴퍼니도 인도 인수·합병(M&A) 시장을 지칭해 낙관적이며 올해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냈다. 딜로이트는 미국과 중국 간 긴장 고조에 따라 투자자들이 중국 대체지를 물색하는 이른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의 수혜를 인도 시장이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딜로이트는 인도에서 제조 기반을 확대하려는 기업들이 인도 M&A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생산 연계 인센티브 제도 등 정부 정책의 덕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애플이 중국의 엄격한 코로나 통제로 중국 내 생산에 차질을 빚자 일부 생산시설을 인도로 이전해 현재 아이폰의 약 14%가 인도에서 생산되고 있다.
부상 중인 인도 시장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수요를 잡기 위해 국내 자산운용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테마형 인도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다. 인도 증시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 외에도 인도 소비재 테마나 특정 그룹 내 계열사를 모은 상품 등으로 투자 선택지를 다양화하는 모습까지도 보이고 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드래곤’ KAIST 교수됐다…“엔터테크 ‘빅뱅’ 유발할 것”
- "SM 아이돌이 성매매·마약?"…주가 폭락시킨 루머에 SM "사실 아냐"
- "신부보다 예쁘면 반칙" 조민 부케받는 모습에 지지자들 열광
- "개XX야" 초3이 교감 뺨 수차례 때려…모친도 담임 폭행
- 김호중, TV 설치된 ‘독방’ 쓴다…‘N번방’ 조주빈·‘버닝썬’ 정준영 있던 곳
- 뉴진스, 美 빌보드 미국 제외 ‘글로벌’ 차트 7위…“5번째 톱10”
- "일본서 대체 뭘 하고…" 김희철 '성매매 루머'에 내놓은 해명
- 결국 김호중 소속사 폐업 수순…홍지윤·금잔디 등 연예인 줄줄이 떠나
- '김건희 명품백 수수' 직전 카톡 공개됐다…김 여사 측근 "시간 내보신대요"
- ‘밀양 성폭행’ 가해자 공개되자 ‘해고·휴업’ 파장…‘사적 제재’ 논란 속 ‘44명 추가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