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냉해·찜통 여름 예고...고랭지채소 농가 시름
‘고온다습’ 취약한 고랭지 채소 불안
작년에도 집중호우로 채소가격 급등
“농산물 수급안정 철저 대비해야”
“안 그래도 때아닌 냉해 때문에 걱정이 태산인데. 올여름 더 뜨겁고 비도 더 많이 온다니.... 한숨만 나오네요.”
강원도 춘천시에서 10만평 규모의 고랭지 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 씨는 올해 들어 날씨 예측이 아예 불가능해졌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지금까지 아무리 냉해가 늦게 생겨도 5월 초였는데, 지난주 난데없이 냉해가 생겼다”며 “노지로 옮겨심은 터라 내달쯤 얼마나 냉해 피해를 입었을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올여름 유독 고온다습할 것으로 예보된 날씨도 악재다. 김 씨는 “요새처럼 높은 기운에 비가 쏟아지면 고랭지 작물들은 찜통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작년에도 수확이 평소의 20~30%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더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올여름 날씨가 유독 덥고 비가 많이 내릴 것이라는 전망에 밥상 물가에 경고등이 켜졌다. 고온다습한 날씨는 고랭지 채소를 중심으로 성장을 어렵게 한다. 태풍이나 집중호우 등 예상치 못한 변수까지 겹치면 작년 여름보다 심한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수 있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은 평년보다 덥고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크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다른 나라들처럼 우리나라도 평년보다 덥고 많은 비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6월과 8월의 기온은 평년보다 높거나 비슷할 확률이 각각 50%, 30%로 전망됐다. 7월에도 평년보다 높거나 비슷할 확률이 각각 40%다. 기상청의 기후 전망의 토대가 되는 기후예측모델(GloSea6 앙상블)은 6~8월에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확률을 91~94%로 예측했다. 강수량도 6월은 평년보다 비슷하거나 많을 확률이 50%, 30%였다. 7월과 8월은 모두 평년보다 많거나 비슷할 확률이 각각 40%씩이었다.
농산물 작황은 여름철 날씨에 크게 좌우되고 농산물 출하량이 줄어들면 밥상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기상 여건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신선식품 가격은 날씨 충격에 민감하다. 신선식품 가격은 평균 강수량이 추세보다 100㎜ 증가할 경우 신선식품 가격은 최대 0.93%P(포인트) 오르고, 평균기온의 경우 10℃ 오를 때 신선식품 가격이 최대 0.42%P 오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고온다습한 기상 상태는 특히 배추나 무 등 고랭지 노지채소의 수급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김 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무의 경우 올해 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공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며 “공급에 문제가 없는 농작물도 더울날씨가 이어지면서 품질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농림부에 따르면 여름배추와 여름무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각각 4.6%, 3.25% 좁아져 기본적인 공급량 자체가 줄어들 전망이다.
여름 태풍이나 집중호우 등 기상재해도 변수다. 기상청은 올해 태풍 수가 평년보다는 적게 올 것으로 예측했지만, 한반도 주변 바다의 수온이 높아지며 태풍의 강도는 유독 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처럼 집중호우가 내리면 상추나 풋고추 등 시설채소들이 직격탄을 받게 된다. 농림부 관계자는 “시설채소는 유독 비에 약해서 집중호우가 내리면 쉽게 죽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도 태풍과 집중호우 등 기상재해에 농산물 공급량이 크게 줄어든 적이 있다. 지난해 7월 집우호우 여파로 채소류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07.61(2020년 100 기준)으로 전월 대비 7.1% 올랐다. 특히 상추(83.3%), 시금치(66.9%), 열무(55.3%) 등 잎채소들의 가격이 급등했다. 8월에도 폭염과 폭우, 태풍 등의 여파로 배추(42.4%), 사과(12.1%), 수박(29.1%), 시금치(59.3%), 토마토(27.3%) 등의 가격이 급등했다.
정부는 여름철 농산물 수급 안정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우선 배추·무 수급안정을 위해 생산량이 늘고 있는 봄배추 1만t과 봄무 5000t을 비축하기로 했다, 여름철 기상재해로 재배지 유실 등에 대비해서도 배추 예비묘 200만주를 준비할 계획이다. 열무도 경기 고양 등 열무 주산지 작황 점검과 기술 지도를 지속 추진하고, 여름철 병해충 급증으로 수확량이 줄면 재파종비를 지원해 공급량을 조기 회복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상추나 풋고추 등 시설채소의 경우 지난해처럼 하우스가 침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재해 예방에도 총력을 기울인다. 불가피하게 재해를 입으면 재파종비와 출하장려금 지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여름철에는 고온다습한 기상 여건으로 인해 고랭지 노지채소의 수급이 불안해져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해에는 집중호우로 상추 등 시설하우스가 침수되어 시설채소의 출하량이 일시적으로 크게 감소한 바 있는데 올해는 여름철 기상재해에 취약한 농산물의 수급 안정을 위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벼리 기자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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