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인텔 홀렸다...주성엔지니어링, 마이크로LED·유리기판용 차세대 반도체 공정 세계 첫 상용화

양연호 기자(yeonho8902@mk.co.kr) 2024. 6. 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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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족 화합물 반도체’ 양산공정 첫 공개
실리콘보다 얇은 기판에 트랜지스터 쌓아
차세대 반도체기판·디스플레이 공급 유력
미세화 한계 극복...EUV 노광 공정 대체
“고효율 태양전지 발전효율 45% 달성”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반도체 장비 중견기업 주성엔지니어링이 기존의 실리콘 반도체를 대체할 차세대 반도체 양산 공정 구현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기판에 촘촘히 트랜지스터를 붙여야 했던 실리콘 반도체의 미세화 한계를 극복할 대안 원천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가 있다.

해당 공정을 활용하면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와 차세대 반도체 기판인 유리기판의 수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어 애플과 인텔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이 예상된다. 궁극적으로는 반도체 미세화 한계를 극복해 네덜란드 ASML이 독점하고 있는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 장비까지 대체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5일 용인R&D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파이어 기판 위에서 1000℃ 이상 고온 공정을 거쳐야만 구현이 가능했던 ‘3-5족 화합물 반도체’를 400℃ 이하 더 얇은 글라스 기판 위에서 10배 이상 높은 수율로 만들 수 있는 공정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 제조는 실리콘 위에서만 가능했는데, 이제는 하부 기판 종류에 관계없이 어떤 전기전자 회로도 값싸게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황 회장은 “최근 차세대 반도체 기판으로 주목받는 유리기판을 비롯해 어떤 기판에서도 메모리·비메모리 트랜지스터를 쌓아올릴 수 있게 됐다”며 “차세대 반도체·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고효율 태양전지에도 모두 적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이 세계 최초로 공개한 3-5족 화합물 반도체 공정은 기존 제조 공정에서도 바로 적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내년부터 차세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태양광 발전 장비 생산 공정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애플과 인텔을 비롯한 글로벌 테크기업들과도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황 회장은 애플과 인텔의 공정 도입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그 이상일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화합물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379억3500만달러(약 52조원)에서 오는 2027년 557억8400만달러(약 78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에서 내년부터 화합물 반도체 일종인 GaN 화합물 반도체 파운드리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반도체 재료로 널리 쓰이는 실리콘은 4족 원소다. 낮은 가격 대비 높은 성능을 구현해 그동안 반도체 칩을 구성하는 핵심 재료로 쓰였다. 하지만 반도체 소자의 정보 처리량이 늘어나면서 미세 공정이 한계에 이르자, 이를 대체할 새로운 반도체 재료로 3-5족 화합물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3-5족 화합물반도체는 실리콘 대신 주기율표상 3족과 5족에 해당하는 원소를 결합한 것이다. 갈륨질소(GaN), 갈륨비소(GaAs), 인듐인(InP), 인듐안티몬(INSb) 등이 있다.

3-5족 화합물 반도체는 트랜지스터를 소형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리소그래피 기술 한계는 물론, 작아진 반도체 소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발열과 전류 누설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물질로 꼽힌다. 공정을 미세화하지 않아도 물질 특성상 전자 이동속도가 상당히 빨라 성능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 특성 때문에 3-5족 화합물 반도체에서 전자의 이동 속도는 기존 실리콘 반도체보다 수십 배 빠르다. 전기도 기존 반도체에 비해 8분의 1에서 10분의 1만 든다.

이처럼 장점이 많지만 제조원가가 비싼 게 단점이었다. 성능은 뛰어나지만 양산 시 수율이 낮다보니 가격이 비싸 통신위성이나 레이더 시스템를 비롯한 고급 애플리케이션이나 군 사용 제품, 최근 급격한 성장을 보이는 발광다이오드(LED) 소재, 태양전지 모듈 원료 등으로 적용처가 제한됐다.

애플이 마이크로 LED 양산에 차질을 겪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애플은 마이크로 LED를 생산하기 위해 사파이어 기판 위에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 공정을 도입했지만 수율을 잡지 못하면서 양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MOCVD는 사파이어 웨이퍼 위에 질화갈륨(GaN)과 금속층을 성장시키는 장비인데 1200℃ 고온 공정에서 에피웨이퍼를 생산한다.

주성엔지니어링은 기존 3-5족 화합물 반도체의 이 같은 단점을 모두 해결했다. 황 회장은 “단위 면적에 최대한 많은 트랜지스터를 심으려고 하다 보니 EUV 포토 장비가 필요한 것인데, 3-5족 화합물 반도체로 트랜지스터 위에 트랜지스터를 쌓아 올리면 EUV 장비가 필요 없어질 것”이라며 “3-5족 화합 물반도체를 글라스 기판에서 만들면 회로는 10배 이상 단순해지고 원가도 10분의 1로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이번 신공정 상용화로 고효율 태양전지 업계에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3-5족 화합물 반도체를 활용하면 태양광 발전 효율을 45%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황 회장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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