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등록 거부된 지적장애 진단 40대, 행정소송서 이례적 승소

法, 장애등급 외 결정처분 취소소송서 원고 승

법원 로고./뉴스1

장애인등록을 지방자치단체에 신청했다가 거부된 지능지수(IQ) 65 수준의 40대 남성이 변호인의 도움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인천지법 행정1-2부(재판장 김원목)는 40대 A씨가 경기도 부천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장애등급 외 결정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5일 밝혔다. 2022년 1월 A씨가 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결정을 취소한 것이다.

A씨는 지난 2021년 11월 병원에서 지적장애 진단을 받아 자신의 주소지 지자체인 인천시 부평구에 장애인등록(지적장애)을 신청했다.

지자체는 보통 장애인등록 신청 내용에 대한 국민연금공단 심사 결과를 토대로 장애인등록 여부를 결정하는데, 국민연금공단은 A씨의 상태가 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국민연금공단은 “A씨의 진단서와 임상심리검사에서 지능지수가 현저히 낮게 나왔지만, 정신증상으로 인한 기능 저하가 가중된 상태인 점, 학교생활기록부상 교과학습 발달 상황과 행동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적장애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A씨는 이후 이의신청을 했지만 같은 결과를 받았고, 행정심판청구도 했지만 기각되자 변호인의 도움을 얻어 행정 소송을 냈다. 소송 과정에서 A씨의 주거지가 부천시로 바뀌었고, 법원 결정에 따라 피고가 부천시장으로 변경됐다.

재판부의 판단은 국민연금공단의 심사 결과를 토대로 한 지자체의 결정과 달랐다. 재판부는 “A씨를 직접 관찰하고 검사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모두 원고가 지능지수 70 이하로서 지적장애 상태에 있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히고 있고, 이 검사 과정에서 오류가 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조현병 등 정신질환으로 인해 A씨의 지능이 저하된 측면이 있더라도 본래 지적능력 역시 현재와 동일한 수준(지능지수 65 전후)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신체감정의의 견해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A씨가 지적장애 등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힌 국민연금공단 측 자문의들은 학교생활기록부 등 간접적인 자료만으로 평가했을 뿐, A씨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는) 인지능력 부족으로 인해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에 이르기까지 줄곧 또래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한다”며 “학교생활기록부 학년별 석차가 최하위가 아니라는 학생부 내용만으로는 A씨가 지능지수 70을 넘는 지적능력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장애정도 판정 기준에 따르면 지적장애는 선천적으로 지능이 낮은 경우와 뇌 손상 등으로 성인이 된 후 지능이 낮아진 경우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지능지수가 70 이하면 지적장애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부천시는 이번 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으며, 조만간 A씨늘 장애인으로 등록할 예정이다. 부천시에서 장애등급 외 결정이 행정소송으로 뒤집힌 건 8년만에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