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소비자 "전공의 유화책 환영…환자 곁으로 돌아와야 할 때"
정부 "불가피한 조치"…형평성 문제, 복귀여부는 숙제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전공의의 사직서 수리를 허용하고 복귀하면 면허정지 같은 행정처분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환자단체·소비자단체들은 "환영한다. 동의한다. 하루빨리 사태가 수습되기를 희망한다"면서도 전공의들이 끝내 돌아오지 않을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 겸임)는 5일 뉴스1에 "기본적으로 정부의 이번 조치에 환영한다. 그러나 환자들 입장에서는 사직서 문제가 해결된다고 전공의들이 돌아올 것 같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가 훌륭한 의사로 성장하도록 (전공의들을) 돕겠다는데, 지난 100일 넘도록 전공의들은 환자 고통에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었다. 훌륭한 의사가 되도록 돕겠다는 시각은 매우 적절치 못하다. 이런 시각으로 그동안 환자들을 외면했나 싶어 분통을 터뜨리는 이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가 이날 발표한 췌장암 환자 281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3%는 진료 거부를 겪었고 51%는 치료가 지연됐다고 답했다. 암이 전이됐는데도 진료를 받지 못해 눈물을 머금고 병원을 나서야 했던 사례도 있었다.
한 환자는 협의회에 "의사 의식이나 사명감은 바라지도 않는다. 의사 눈치 안 보고 진료를 보고 싶다. 환자나 보호자들이 사직서 쓰라고 등 떠민 적도 없는데 왜 환자한테 투정하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 환자는 배액관(수술 후 생긴 상처의 분비물을 제거하는 장치) 시술이 늦게 잡혔고, 복수가 차서 2개월 이상 식사를 거의 하지 못한 상황에서 응급실을 갔는데 의료진에게 "동기들이 다 사직서를 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환자만 오는 데가 응급실"이라는 핀잔을 들었다고 한다.
협의회는 "정부와 의료계는 환자 중심의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더 이상 환자를 의정 갈등의 도구로 쓰는 걸 멈추고, 정부가 의료개혁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막을 실효적 제도 재정비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역시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 조치에도 대한의사협회는 총파업 투표를 진행 중이며 의료 전문가들은 물론 국민도 이번 조치로 전공의가 복귀할지 의구심이 들고 있다"면서 "정부 결정을 환영할 수도, 비판할 수도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들은 "정부도, 의료계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병원에 남아 계속해서 고통받아야 하는 건 환자들"이라면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끝이 나든 안 나든, 혹은 어떻게 끝이 나든, 결국 그 결과 고통받아야 하는 건 환자다. 절망적인 현실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단체인 한국소비자연맹의 정지연 사무총장은 "시민사회 안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 이탈 전공의들을 법적으로 처벌하거나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나, 전공의들이 이렇게 내몰린 이유 또한 있다고 본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지연 사무총장은 "사직서 수리 방향도 동의하고, 사직 선택도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 하루빨리 수습되는 게 소비자 입장에서 중요하다"면서 "한국소비자연맹 또한 이번 사태가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니, 대응 방안을 꾸준히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도 이날 "전공의들은 진료 거부를 중단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의사들은) 정부와 싸운다지만, 피해자는 환자와 국민 그리고 의료 공백을 메우고 있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강대강 대치를 이어갈 것인가, 환자 곁으로 돌아가 새로운 대화 국면을 열 것인가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면서 "지금은 의대증원을 놓고 백지화 투쟁을 벌일 때가 아니라 올바른 의료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한편, 정부는 전공의와 소속 수련병원에 내린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 등을 지난 4일부로 철회하고 복귀 시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병원장들은 각 전공의 개별 의사를 확인해 복귀 및 사직을 결정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현장에 남아 묵묵히 일한 전공의 등과의 형평성 논란, 미복귀 전공의들의 복귀 불확실성을 감안하더라도 진료공백 최소화를 위해 불가피하게 이같이 조치했다고 밝혔다. 복귀 시 규정을 바꿔서라도 전문의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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