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시인의 맑고 순정한 마음…'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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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오래전 그러니까, 그때 내가 시를 읽고 세상을 배워가며 글을 쓰기 시작할 무렵부터 지금까지 따로 써놓고 발표하지 않은 우리 마을 이야기들이다."
"그들이 저세상 어느 산골, 우리 마을 닮은 강가에 모여 마을을 만들어 살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나도 그 마을에 들어가 그때는 시 안 쓰고 그냥 얌쇠 양반처럼 해와 달이 시키는 대로 농사일 하면서 근면성실하게 살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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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원 기자 = "이 시집은 오래전 그러니까, 그때 내가 시를 읽고 세상을 배워가며 글을 쓰기 시작할 무렵부터 지금까지 따로 써놓고 발표하지 않은 우리 마을 이야기들이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펴낸 시집 '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은 입체북 같다. 빼어나게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시인의 시선이 실감나게 그려진다. 67편의 시와 2편의 산문과,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 열 다섯 장이 담겼다.
종종거리며 움직이던 멧새의 모습과 부지런히 밭을 매던 어머니의 머릿수건, 일을 마치고 징검다리에 앉아 수다를 떨던 사람들, 친구와 과일 서리하던 밤, 계절을 분명하게 실감할 수 있었던 농사일의 추억은 사라져가기에 더욱 안타까운 마을공동체의 한 모습들이다.
논밭 한 뙈기 없이/우리 동네 유일한 상업 행위로 살다가/마을회관에 구판장 생기자/품 팔아 빚 없이 잘 먹고/자립경제로 깨끗하게 잘 살았다./암재 할머니 돌아가시자/집 없어졌다./물 찍어 발라 빗은 허연 머리만/물 위를 떠가는 거품처럼/동네 이곳저곳에 남았다.(―「암재 할머니」에서)
김용택이 고향인 진메 마을에 보내는 애정은 더없이 맑고 순정하다. 마을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는 것만으로도 한 편의 시를 써 내려간다. 문학의 힘으로 깊숙이 묻혀 있던 순하고 진실한 기억을 끌어올리며, 우리가 어울려 살았던 마을의 소중함과 공동체의 가치를 마음에 굳게 아로새겨준다.
"그들이 저세상 어느 산골, 우리 마을 닮은 강가에 모여 마을을 만들어 살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나도 그 마을에 들어가 그때는 시 안 쓰고 그냥 얌쇠 양반처럼 해와 달이 시키는 대로 농사일 하면서 근면성실하게 살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놓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tide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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