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님 안 계셨으면, 나가지도 못했다” 이승엽이 떠올린 베이징 신화…16년 지났어도 ‘무한한 감사’[MD창원]
[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감독님 안 계셨으면, 제가 경기에 나가지도 못했을 거예요.”
두산 베어스 이승엽(48) 감독에게 한화 이글스 김경문(66) 감독은 어떤 존재일까. 이승엽 감독은 4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떠올렸다. 이승엽 감독이 1995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할 때 김경문 감독이 삼성 배터리코치이긴 했다. 2년간 코치-감독 관계로 지냈다. 그러나 이승엽 감독에게도, 김경문 감독에게도 서로의 강렬한 임팩트는 역시 베이징올림픽이다.
당시 한국은 9전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이승엽 감독은 예선 풀리그 내내 극도로 부진했다. 그럼에도 당시 대표팀 김경문 감독은 이승엽을 3번 타순에 붙박이로 기용했다. 훗날 김경문 감독은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산다’는 심정으로 이승엽을 믿었다고 털어놨다.
예선 내내 헛돌던 이승엽의 방망이는 일본과의 준결승전 8회 역전홈런, 쿠바와의 결승전 1회 선제 결승홈런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 두 방으로 한국이 금메달을 따낼 수 있었고, 김경문 감독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16년 전 얘기다. 혹자들은 캐캐묵은 옛날 얘기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승엽 감독은 16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를 기억하고, 김경문 감독에게 무한한 감사함을 갖고 있다. 이승엽 감독은 해당질문이 나오자 “그럼요”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이승엽 감독은 “감독님이 안 계셨으면, 경기에 나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경기에 계속 나갈 수 있어서 다행히 마지막에 결과가 좋았다”라고 했다. 이승엽 감독은 일본전 홈런 직후 방송인터뷰서 울면서 감사함, 미안한 마음을 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경문 감독에 대한 진심도 투영됐다.
이승엽 감독은 기본적으로 김경문 감독을 두고 “특유의 아우라, 카리스마가 있으시다”라고 했다. “잘생기셨다. 무서우시다”라고도 했다. 그리고 김경문 감독 특유의 믿음의 야구에 대해 “워낙 선수들을 잘 믿어주신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승엽 감독은 “그런데 좀 무서운 분이시긴 하다. 그냥 마냥 믿어주시지는 않는다. 그만큼 믿음을 줘야 한다”라고 했다. 김경문 감독이 아무에게나 믿음을 주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그만큼 야구에 진심이고, 열심히 하는 선수, 기본에 충실한 선수, 팀을 위해 희생하는 선수를 선호한다.
이승엽 감독은 “무서움과 카리스마는 좀 다른 것 같다. 뭔가 모를 그 아우라가 있으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웃더니 “감독님은 무서우시지만 참 좋으신 분”이라고 했다. 베이징의 추억을 묻어두고, 두 감독은 11~13일 잠실에서 사상 첫 맞대결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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