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사령탑으로 65살은 많은 것일까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김양희 기자 2024. 6. 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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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이 4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케이티 위즈와 경기에서 승리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문 감독이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현장으로 돌아왔다. 그의 그라운드 복귀는 2018년 이후 6년만. 그 사이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 대표팀을 지휘했으나 장기 레이스를 뛰는 프로팀을 맡지 않았으니 우려가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게다가 그는 1958년 11월생이다.

프로야구에서 김경문 감독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이는 이강철 케이티(KT) 위즈 감독으로, 1966년생이다. ‘막내’인 이범호 기아(KIA) 타이거즈 감독은 1981년생이다. 김경문 감독과 이범호 감독은 23살 차이가 난다. 9전 전승 금메달을 일궈냈던 2008 베이징올림픽 때 김경문 감독은 사령탑,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과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선수였다. 세월이 그만치 흘렀다. ‘올드 보이의 귀환’이라는 말도 그래서 흘러나온다.

한화 이글스 지휘봉을 잡고 프로야구에 복귀한 김경문 감독이 3일 오후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취임식을 하며 유니폼을 입고 있다. 연합뉴스

KBO리그에서는 한동안 60대 이상의 감독이 없었다. 김경문 감독이 엔씨(NC) 다이노스 사령탑을 관뒀을 때(2018년)도 그는 리그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사령탑이었다. 이후 KBO리그에는 40대, 50대 감독밖에 없었다. 세이버메트릭스 기반의 데이터를 중시하는 젊은 감독 선호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올드 스쿨 야구=감(feeling)의 야구, 데이터 경시의 구식 야구’라는 인식 또한 팽배했다. ‘야구는 감독이 아닌 선수가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진 탓도 있었다. 선수 출신 단장이 늘어나면서 다루기 까다로운 야구계 선배 감독을 멀리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만 봐도 30명의 현역 사령탑 중 1950년대에 태어난 감독이 5명이나 된다. 론 워싱턴 엘에이(LA) 에인절스 감독이 1952년생,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브루스 보치 텍사스 레인저스 감독이 1955년생이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브라이언 스닛커 감독 또한 1955년에 태어났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버드 블랙(1957년생), 밀워키 브루어스의 팻 머피(1958년생) 감독도 60대 중반의 나이다. 이들과 함께 올리버 마몰(1986년생·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스티븐 보그트(1984년생·클리블랜드 가디언스) 감독 등 30대 젊은 사령탑이 자웅을 겨룬다. 메이저리그에는 1980년대생 감독도 5명 있다.

메이저리그 최고령 현역 감독인 론 워싱턴 감독(왼쪽). AP 연합뉴스

김성근 감독이 에스케이(SK) 와이번스 사령탑으로 부임했을 때(2007년) 나이는 64살이었다. 당시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경문 감독은 48살이었다. 이들은 2007,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연달아 맞붙었고, 김경문 감독은 거듭 고배를 마셨다. 한국 야구는 신구를 대변하는 두 사령탑의 무한 경쟁 속에 빠른 야구에 작전의 야구가 덧대지며 봄을 맞았고,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2009 세계야구클래식(WBC) 준우승의 영광을 안게 됐다. 지금 이승엽, 박진만 감독의 나이가 47살이다.

리그는 다양성을 자양분으로 성장한다. 젊은 감독의 두려움 없는 패기의 야구도, 베테랑 감독의 섬세한 관록의 야구도 필요하다. 젊은 감독의 도전과 베테랑 감독의 응전은 리그를 살아 숨 쉬게 한다. 한동안 선수 개개인의 능력치에만 의존하는 단선의 야구만 보여준 KBO리그였다.

프로농구 전창진 케이씨씨(KCC) 감독은 2023~2024시즌 역대 최고령(61살) 나이로 챔프전에서 우승했고, 프로 골퍼 최경주는 지난달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역대 최고령(54살)으로 정상에 섰다. 나이가 어때서. ‘늙다’라는 것은 ‘낡다’는 것이 아니다.

김경문 감독이 두산, 엔씨 사령탑을 거치면서 거둔 통산 승수는 896승(774패 30무)이다. ‘896승’이라는 어제의 영광의 오늘의 야구를 구원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896승’으로 가는 과정에서 켜켜이 쌓인 경험치는 후배 감독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올드 보이’의 야구가 그저 ‘올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김경문 감독이 보여줬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올드 보이’가 될 것이기에.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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