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김건희·이화영·김정숙...‘하루에 한 건’ 꼴로 특검법 발의 남발
1심 선고 앞둔 이화영도 특검 사안으로...“오로지 정쟁 수단으로 활용”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22대 국회가 고금리·고물가로 시름 하는 민생을 위한 안건보다 '특별검사제(특검) 정국'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국회는 5월30일 개원 이후 5일 만에 특검법 5건을 내놨다. 이는 지난 30여년간 역대 국회에서 발의된 특검법(118건)의 4%에 불과하지만, 일수로만 따지면 이번 국회에서 가장 많은 특검법이 나온 것이다.
문제는 특검의 '성격'이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내놓은 특검이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김건희 여사 사건뿐만 아니라, 집권여당이 이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전직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에 대한 특검법까지 내놓으면서다.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한 사안에 한해 적용돼야 할 특검제도가, 정치권의 잇속에 따라 남발되는 듯하다.
30년간 118건 발의…22대 국회는 단 5일 만에 '5건'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는 6월4일 오후 기준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의 검사·장관 재직시 비위의혹, 자녀 논문대필 등 가족 비위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송금 사건' 관련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검찰의 허위진술 강요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호화 외유성 순방, 특수활동비 유용 등 의혹과 관련해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임명을 요구했다.
이는 '하루에 한 건' 꼴로 특검법이 발의된 셈이다. 역대 국회와 비교해서도 일수로 보면 최대치다. 14대 국회부터 최근까지 발의된 특검법은 118건인데, 이번에만 전체의 약 4%가 발의됐다. 국회 임기별로 보면 ▲14대 1건 ▲15대 2건 ▲16대 14건 ▲17대 18건 ▲18대 12건 ▲19대 8건 ▲20대 31건 ▲21대 27건 등 주요 사안에 대한 특검법이 발의됐다. 이 가운데 1999년 '한국조폐공사 노동조합 파업 유도 및 전 검찰총장 부인 옷로비 사건'을 시작으로, 13건의 특검법이 제정·시행됐다.
물론 특검은 권력형 비리 수사에서 필요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특검의 필요성이 1980년대부터 제기된 이유도 그래서다. 특히 검찰이 민감한 정치적 사건에서 권력에 종속되는 문제가 불거지면서 독립 수사기구가 거론됐다. 특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이 대안으로 등장한 이유다. 1988년 12월 평화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이 최초로 특검제 도입 법안을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특검제는 '임시적'으로 활용됐다. 처음 발의된 사안은 1995년 12월 '5·18 사건 및 1992년 대통령선거 자금 수사'와 관련해서다.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이 방아쇠를 당겼다. 검찰이 1995년 7월 "성공한 쿠데타는 기소할 수 없다"며 노태우·전두환에 대해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린 것은 결정타였다. 특검 도입 법안과 청원이 쏟아진 배경이다. 이 역시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이로부터 20여년이 흐른 2014년에야 상설특검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남북정상회담 관련 대북송금·검찰고위간부 박기준·한승철 등 불법자금 및 향응수수·삼성 비자금·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등과 관련한 의혹은 상설특검 도입 이전에는 임시특검 형태로 다뤄졌다.
"'정치적 활용 도구' 특검...성공 사례 드물어"
22대 국회의 특검 정국을 바라보는 법조계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현재 여야가 경쟁적으로 내놓은 특검이 본래 취지와 배치되는 측면도 있다. 특검은 통상 수사기관의 수사로도 의혹이 풀리지 않은 사안에서 활용된다. 수사기관의 권력 종속 우려가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서울중앙지검이 김 여사의 의혹을 수사 중이지만, '대통령실-검찰 갈등설'이 불거지면서 철저한 수사에 대한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이와 달리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관련한 특검은 논란거리다.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송금 의혹'을 받는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수사는 이미 종결됐다. 6월7일 1심 판단만을 앞둔 상황이다. 법원 판단이 예정됐는데 수사상 문제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특검이 정치적으로 활용된 대표적 사건"이라는 법조계 지적이 나온 이유다.
특검의 성공 사례가 드문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그나마 상설특검 도입 이후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결국 유죄를 선고받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박근혜 정권을 무너트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이 특검이 활약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다만 국정농단 사건 특검이 박근혜 정부 인사들에게 적용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법원에서 줄줄이 인정되지 못한 점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특검이 혐의 입증이 어려운 직권남용죄로 공무원들을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법조계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특검 자체가 정치적으로 활용되기 쉬운 소재"라며 "현재 발의된 특검 역시 차기 권력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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