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SK] 최·노 이혼소송이 꺼낸 정경유착의 기억

김지환 기자 2024. 6. 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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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서열 2위 SK그룹의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17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확정되면 최 회장은 SK그룹의 지주회사 지분을 상당 부분 처분할 수밖에 없어 경영권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결과로 1980~1990년대 '정경유착(정치와 경제가 밀착된 현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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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층, 대기업 밀어주고 정치자금 받아
노태우, 회고록서 “공화당 시절부터 관행”

재계 서열 2위 SK그룹의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17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확정되면 최 회장은 SK그룹의 지주회사 지분을 상당 부분 처분할 수밖에 없어 경영권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판결의 내용 및 판결이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결과로 1980~1990년대 ‘정경유착(정치와 경제가 밀착된 현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재판부는 SK그룹이 노 관장의 아버지인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도움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최 회장에게 재산 중 1조3808억원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임기 당시 한국 경제는 연 10% 안팎 성장했다.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여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외국에서 차관(정부·기업·은행 등이 외국 정부나 공적 기관에서 빌린 자금)을 받는 것 자체가 일종의 특혜였다.

노태우 전 대통령./조선 DB

노 전 대통령은 2011년 발간한 ‘노태우 회고록’에 “30대 대기업 그룹 가운데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성장한 기업이 거의 없었다”면서 당시 대기업은 정부의 도움을 받고 대통령이나 여당은 대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밝혔다. 기업이 대출이나 차관을 받으면 일부 금액을 정치자금으로 헌납하는 식이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도움으로 SK그룹이 빠르게 성장했다고 밝혔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의 임기 기간인 1988년부터 1992년까지 SK그룹(당시 선경)의 자산은 2조8160억원에서 8조651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그래픽=손민균

그러나 이 기간에 SK그룹만 빠르게 성장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재계 순위 1위였던 현대그룹의 자산총액은 이 기간 9조5170억원에서 23조1160억원으로 증가했고 삼성의 자산은 6조7660억원에서 18조713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럭키그룹은 6조9970억원에서 17조1520억원으로 성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총선, 1992년 대선과 총선 때 쓰기 위해 기업들로부터 정치자금을 걷었다.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1400억원을 지원 받았고 1992년 김영삼 당시 민자당 총재 캠프에는 3000억원을 지원했다고 적었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많은 정치자금을 갖고 있었다. 법원은 1997년 4월 노 전 대통령에게 2628억9600만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보유하던 현금과 비자금을 빌려간 기업에 대한 채권 내역을 제출했는데 현금은 원금만 1218억1232만7505원이었고 채권 내역은 5개 기업에 대여한 원금 1538억7900만원과 이자였다. 원금에 이자까지 합하면 4000억원이 넘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제출한 채권 내역에 SK그룹 관련 내용은 없었고 노 전 대통령 측은 2013년 추징금을 완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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