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모디의 마법, 3연임 성공 불구 과반수 확보 실패

정미하 기자 2024. 6. 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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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4월 19일부터 시작한 총선 결과
모디 총리 소속 ‘BJP 압도적 승리’ 전망과 달리
여권 연합, 전체 의석 과반 간신히 넘겨
BJP 단독 과반 어려워, 정치력 감소
물가·실업률 상승에 대한 불만이 반영

나렌드라 모디(73) 인도 총리가 4월 19일부터 6주 동안 진행된 총선에서 승리해 3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모디 총리가 소속된 인도국민당(BJP)이 이끄는 여권 연합인 민족민주동맹(NDA·National Democratic Alliance)은 하원(로크사바) 전체 의석 중 과반을 간신히 넘겼고, BJP만으로는 단독 과반이 어려운 상황이다. 모디 총리가 총리 임기를 시작한 2014년 이후 BJP가 자체적으로 과반을 얻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그동안 모디 총리를 둘러싸고 있던 ‘무적의 아우라’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겸 인도국민당(BJP) 지도자가 4일(현지 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총선 승리 연설을 하기 위해 당 본부에 도착하고 있다. / EPA 연합뉴스

인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5일(현지 시각) 모디 총리가 이끄는 NDA는 하원(로크사바) 전체 543석 중 291석을 획득하며 과반(272석)을 간신히 넘겼다. 이는 투표 전 보유했던 352석은 물론 모디 총리가 목표로 설정했던 400석에 못 미치는 수치다. 여기다 집권 BJP 의석은 238석에 불과해 단독 과반은 어렵다. 집권당인 BJP가 지난 2019년 총선에서 303석을 얻었고, BJP를 포함한 NDA이 352석을 획득한 것과 상반된 결과다. 반면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를 중심으로 26개 지역 정당이 결합한 야당 연합인 ‘인디아’(INDIA)는 234석을 획득하면서 5년 전 총선(129석)보다 105석이 늘었다.

모디 총리가 23년의 정치 경력 동안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충격적인 결과는 인도 야당 정치인이 열광적인 축하를 받게 했고, 모디 총리에게는 보기 드문 좌절을 안겨줬다”고 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73세의 정치 지도자는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개인적인 카리스마에 의존해 왔고, 선거를 앞두고 몇 달 동안 전국을 오갔다”면서도 “선거 결과는 모디 총리가 가진 ‘무적’의 기준을 무너뜨렸다”고 했다. 뉴델리의 싱크탱크인 옵서버 연구재단 소속 라쉬드 키드와이 분석가는 WSJ에 “모디라는 브랜드가 희석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총선 전까지만 해도 모디 총리가 이끄는 BJP가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 10년 동안 모디 총리는 인기 있는 정치인이었고, 연임에도 성공했다. 여기다 인도 야당은 무기력하고 자금력이 부족하기에 여당의 승리가 점쳐졌었다. 모디 총리 역시 인도 대중과 해외 투자자들에게 강력한 개혁 실행 능력을 강조하며 결단력 있는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해 왔다.

하지만 인도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이 이번 총선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인도 경제가 성장하면서 억만장자가 등장했지만, 수억 명의 사람들은 치솟는 인플레이션, 실업률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 출신의 42세 노동자인 모하마드 아메드는 WSJ에 “모디 총리는 무료 음식을 나눠줬지만, 일자리는 주지 않았다”며 “모디 총리가 집권한 10년 동안 부자는 더 부자가 됐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졌다”고 했다.

모디 총리가 2047년까지 인도를 선진국 반열에 올리겠다고 공약한 것이 오히려 불평등 문제를 부각했다는 평가도 있다. WSJ는 “모디 총리가 서민의 일상생활, 실업 문제, 인플레이션 등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인도의 성공을 세계 무대에 알리는 데 너무 열중했다”고 지적했다. 농부인 데비 싱 말비야(34세)는 “모디 총리 정부는 현재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며 “대신 BJP 체제 10년 동안 실업률과 물가가 증가했으나, 이들은 2047년 목표를 세웠다”고 지적했다.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대학원 정치학자 데베쉬 카푸르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인도의 민주주의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죽지 않았다”며 “이번 선거의 놀라움은 유권자들이 여전히 독립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 FT는 “모디 총리는 인도가 직면한 막대한 경제적 과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강국으로서 지위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개혁을 시행하기 어려운 위치에 놓였다”며 “모디 총리가 ‘무적의 아우라’를 잃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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