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누나 폭력에 방치된 ‘금쪽이’…母 “아이들 악플 수집 중”
누나를 챙기던 착한 아들이 갑자기 공격성을 보인다며 TV 프로그램에 사연을 신청한 ‘금쪽이’ 엄마가 오히려 아동학대라는 비판을 받았다. 아픈 누나만 챙기느라 둘째인 아들의 아픔은 방임한다는 이유에서다. 어머니는 방송 후에도 이어지는 비난에 “우리 가정을 궁지로 몰지 말아 달라”며 나름의 고충을 털어놨다.
어머니 A씨는 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194화 금쪽이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지난달 31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누나를 챙기던 착한 아들이 폭력성을 보여요’ 사연에 출연했었다. 당시 A씨는 4년 전 이혼한 후 2살 터울의 남매를 홀로 양육하고 있다며 “아들이 한 달 전부터 갑자기 욕을 하고, 물건을 집어 던지고, 누나를 때리고 할퀸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어른들이 집을 비운 사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 판정을 받은 누나가 오히려 ‘금쪽이’ 동생을 폭행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방송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아들이 불쌍하다”며 “아동학대라고 지적만 할 게 아니라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 프로그램 제작진 측에 항의성 연락을 했다는 이들도 있었다.
A씨는 이에 대해 “선 넘는 댓글들이 많아 글을 남긴다”며 “무책임한 말이지만, 첫째의 폭력을 몰랐다”고 했다. 그는 “녹화하고 바로 다음 날 누나가 다니는 센터와 학교에 물었다”며 “다들 놀라고 당황해하셨다”고 했다.
A씨는 “제가 아동학대의 피해자인데, 그걸 알면서 방치했겠느냐”며 “내 행동이 후회되면서 제가 아동학대 가해자라니 너무 끔찍하고 혐오스러웠다”고 했다.
A씨는 “현재 우리 가족 모두 회복 중”이라며 “첫째는 전보다 더 교육 중이고, 둘째는 심리치료를 다니기 시작했으며 저도 상담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실을 알고 난 뒤로 절대 단둘만 놔두지 않고, 둘째가 어떤 말을 하거나 칭얼거리면 무슨 일인지 꼭 확인한다”며 “둘째가 보였던 욕하거나 집어던지는 행동은 이제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아이들을 향한 도가 넘는 댓글들은 열심히 수집 중이고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법적 대응 의지도 밝혔다. 그는 “제가 많이 모자라고 부족한 거 알고 있고, 인정한다”며 “그래도 아이들과 잘 살아가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고 개선 중이니 부디 우리 가정을 궁지로 몰지 말아 달라”고 했다.
◇오은영 “알고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게 두는 건 방임”
앞서 ‘금쪽같은 내 새끼’ 방송에서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녹화된 화면을 본 후 “냉정하게 말하면 아동학대에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장면은 A씨가 잠깐 쓰레기를 버리러 간 사이 벌어졌다. 누나는 자는 ‘금쪽이’의 등을 때리다가 나중에는 몸을 들어 바닥에 내팽개쳤다. 금쪽이는 “누나 개XX”라고 욕하며 울면서 화장실로 도망쳤다. 누나는 따라갔고, 그 이후 장면은 상황이 너무 심각한 탓에 비공개됐다. 금쪽이는 숨이 넘어갈 듯 울며 현관문을 열고 “아파요. 도와주세요”라고 외쳤다.
이후 A씨가 돌아오자 금쪽이는 “누나가 괴롭혔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근데 문은 누가 열어놨어. 네가 열어놨어?”라며 오히려 금쪽이를 질책하는 듯한 질문을 했다. 누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바닥에 누워 있었고, A씨는 “오늘 저녁은 고기야”라고 말하며 그렇게 마무리됐다.
금쪽이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엄마’에 대해 “나를 싫어하는 사람. 누나만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누나에게 하고 싶은 말 있느냐’는 물음에는 머뭇거리다가 “무섭다”고 했다.
A씨는 해당 영상을 본 후 말을 잇지 못하며 누나의 폭력을 처음 봤다고 했다. 오은영 박사는 “금쪽이는 누나의 행동을 예측도 못 한다. 느닷없이 와서 패대기를 친다”고 했다. 이어 “욕이나 물건을 던지는 행동이 그것만 보면 공격적으로 볼 수 있지만 앞뒤를 다 맞추어보면 아이는 극도로 두렵고 공포스러운 상태인 것 같다”고 했다.
오 박사는 또 누나는 자폐 스펙트럼이 아닌 지적장애로 의심된다고 했다. 그는 “엄마는 ‘첫째가 한없이 가엽고 불쌍해 죽겠다’는 함정에 빠져 있다”며 “지적장애는 20번, 200번 가르치면 인간이 꼭 알아야 하는 것들을 가르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장애가 있다고 가여운 마음에 그냥 끼고돌면 아이 인생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느냐”며 “그 결과가 이 영상에 고스란히 나와 있다”고 했다. 오 박사는 “이제 알았는데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게 두는 건 방임”이라고 강조했다.
A씨에게도 어린 시절의 상처가 있었다. 그 역시 지적장애를 가진 어머니와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 밑에서 오빠의 폭력을 견디며 자랐다고 한다. 오 박사는 “엄마가 어릴 때 겪었던 그 고통과 어려움에 아직도 매몰되어 있는 것 같다”며 “금쪽이나 누나가 보내는 다양한 신호를 엄마가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애정과 관심, 칭찬, 보호, 정서적 소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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