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업튀' 제작진이 말하는 #각색 #김혜윤 #변우석 #목걸이[TF인터뷰]

김샛별 2024. 6. 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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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작 만든 또다른 공신…윤종호 감독·김태엽 감독·이시은 작가
'복덩이' 김혜윤·'운명' 변우석에 애정 가득한 인사

이시은 작가, 윤종호 감독, 김태엽 감독(왼쪽부터)이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tvN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선재 업고 튀어'의 흥행은 제작진까지 마이크 앞으로 이끌었다. 배우들에게서는 들을 수 없는 또 다른 비하인드와 작품 탄생 과정을 낱낱이 들려줬다.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결국 이들이 가장 전하고 싶은 진심은 작품을 훌륭하게 완성해 준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를 책임졌던 윤종호 감독과 김태엽 감독, 이시은 작가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세 사람은 기획 과정부터 배우 섭외, 촬영 에피소드까지 작품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달 28일 종영한 '선재 업고 튀어'는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 순간 자신을 살게 해줬던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변우석 분)와 그의 죽음으로 절망했던 열성팬 임솔(김혜윤 분)이 '최애'를 살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2008년으로 돌아가는 타임슬립 구원 로맨스 드라마다.

작품은 지난 4월 8일 첫 방송 이후 회차가 거듭될수록 매주 높은 화제성과 놀라운 파급력을 선보였다. 특히 tvN이 타깃 시청층으로 집중했던 2049 남녀 시청률에서 8주 연속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이에 tvN은 콘텐츠의 성공을 더 이상 시청률로 판단할 수 없다는 선례를 보여준 것 같아 뿌듯하다는 반응이다.

tvN 제작진이 '선재 업고 튀어'를 떠나보내는 소감과 많은 사랑을 받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tvN

제작진 역시 예상하지 못해 얼떨떨했으며 기대보다 더 많은 사랑을 보내준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먼저 이시은 작가는 "사실 방 안에만 있다 보니 화제성을 크게 체감하지는 못했다. 기사로만 접하는 데다 저희도 시청률만 보다 보니 화제성이 있다는 게 맞는지 믿기지 않더라.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많은 분들이 찾아와줬다는 것을 들었을 때부터 서서히 체감 중이다. 덕분에 이제야 조금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다. 수치로만 꼭 증명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려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씀 꼭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태엽 감독은 "살다 보니까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싶다. 열심히 살길 잘했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여러 의미에서 시대가 바뀌고 콘텐츠 소비 방식이 바뀐 것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로 남은 것 같아 영광스럽다"고 덧붙였다.

윤종호 감독은 "너무 큰 사랑을 받아서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오늘은 또 어떤 기사가 떴을지 하루하루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매일이 행복하고 이 순간이 지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작품이 거의 운인 거 같다. 처음엔 편성이 12월 정도에 잡혔던 걸로 아는데 그때 공개됐으면 이렇게 사랑받지 못했을 것 같다"며 "처음에는 속상할 정도로 반응에 비해 시청률이 오르지 않아 기운이 빠질 때도 있긴 했다. 하지만 전례 없는 화제성이라는 데이터를 보고 위안을 얻었고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체감하며 뿌듯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윤 감독의 말처럼 작품의 흥행은 여러 요인이 결정한다. '선재 업고 튀어'의 경우에는 이시은 작가의 필력이 돋보인 각색과 배우 김혜윤 변우석의 '로코 케미'가 큰 몫을 했다. 여기에 과거와 현대를 오가는 감각적인 연출이 더해지며 시청자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윤종호 감독, 이시은 작가, 김태엽 감독(왼쪽부터)이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각색과 캐스팅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tvN

◆ '쌍방 구원 로맨스 서사' 완성한 '각색'

이날 이 작가는 각색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전했다. 사실 각색이 쉬운 건 아니다. 이시은 작가는 '쌍방 구원' 키워드를 내세우며 세세한 설정 하나하나 적재적소에 맞게 변화시켜 설렘과 몰입도를 동시에 잡았다.

이 작가는 "전작 '여신강림'을 끝내고 고민할 때 원작을 알게 됐다. 당시에는 웹툰도 없고 단 권짜리 책이었는데 팬이 최애를 살리러 가는 설정이 좋았다. 곧바로 제작사에게 판권을 사 달라고 부탁했다. 원작에 충실해서 포인트만 살렸던 '여신강림'과 달리 '선재 업고 튀어'는 기본 설정을 두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끔 해줬다. 덕분에 감사하게도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새롭고 다양하게 펼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이 작가는 팬의 이야기보다는 '기억'에 관한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는 "과거로 갔을 때 내가 놓치고 있던 기억이나 잊고 있던 기억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솔이의 예가 대표적"이라고 전했다.

'선재 업고 튀어'의 각색 중 가장 두드러진 건 류선재의 짝사랑 서사다. 원작은 고등학생 당시 두 주인공의 접점이 크게 없다. 타임슬립을 한 임솔에게 류선재가 스며들며 러브라인을 형성한다. 반면 드라마는 류선재가 타임슬립 전의 임솔을 일찍부터 짝사랑하고 있었던 사실이 공개되며 빠르게 러브라인을 완성했다. 짝사랑 서사를 추가하니 '쌍방 구원' 카드가 더욱 빛을 발했다.

류선재에게 '짝사랑' 서사를 넣은 건 이 작가만의 클리셰 비틀기였다. 그는 "대개 서브남주들이 마음을 속이고 짝사랑 하지 않나. 반면 남자주인공은 틱틱거리는 경우가 많다. 이걸 반대로 남주에게 짝사랑 서사를 추가해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여기에 '열아홉 서른넷'이라는 설정도 한몫했다. 원작은 18세와 23세를 오가는 6년의 차이인 반면 드라마는 19세와 34세로 조금 더 극명한 시대의 차이를 뒀다. 덕분에 2008년을 소환하며 그 시대의 감성을 살린 OST와 스타일, 배경 등으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또한 풋풋함과 성숙함을 오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시공간을 뛰어넘는 장르의 매력을 200% 살렸다.

이 작가는 과거 배경을 2008년으로 설정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타임슬립은 현재와 과거가 분명하게 대비가 돼야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고등학생은 아니지만 07학번이라 베이징 올림픽을 보면서 재미를 느꼈던 세대였다. 자료 조사를 하다 보니 마침 2008년에 올림픽 외에도 개기일식 등 에피소드로 활용할 수 있는 소재들이 많더라. 또한 2008년은 너무 잘 아는 시대다 보니 자신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나이 설정에 관해서는 "18세로 하면 6회 타임슬립 이후에도 계속 고등학생이어야 하더라. 개인적으로는 솔과 선재이 고등학생, 대학생, 성인까지 모든 모습을 담고 싶었다. 19세로 설정하면 캠퍼스 라이프도 보여드릴 수 있겠다 싶었다. 세 타임으로 나눠야 해 어려움은 있었지만 개인적인 욕심으로 밀어붙였다"고 밝혔다.

tvN 토일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가 이례적인 성과를 남기며 종영했다. /tvN

◆ 김혜윤의 저력·변우석의 발견…"나의 복덩이와 운명"

사실 '선재 업고 튀어'의 시작은 쉽지 않았다. 기획 후 시청자들에게 선보이기까지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편성이 밀리기도 했다. 또한 처음부터 김혜윤을 낙점하고 집필한 것과 달리 남자 주인공 캐스팅에서 난항을 겪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에 이 작가는 "전 작품이 끝나고 기획, 대본 집필, 촬영까지 총 3년이 걸렸다. 남자 주인공 역시 캐스팅에 난항을 겪었다기보다는 선재의 이미지를 찾는 기간이 있었다"고 정정했다.

제작진은 두 배우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했다. 이 작가는 처음부터 김혜윤을 염두에 두고 썼던 만큼 신뢰가 가득했단다. '불도저를 탄 소녀'를 보고 김혜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했던 그는 "늘 밝은 줄만 알았던 김혜윤이 깊은 감정을 안에 품은 채 차갑고 버석한 표정을 눈빛에 담아내는 게 인상적이었다. 밝은 면과 아픈 면을 동시에 가진 배우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김 감독 역시 인터뷰 마지막까지 김혜윤을 언급했다. 그는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김혜윤은 인간으로서 너무 훌륭한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현장 상황이 굉장히 힘들었다. 겨울에 여름 장면을 찍어야 한다든가 폭 넓은 감정씬을 하루에 다 찍어야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김혜윤은 항상 훌륭한 태도로 현장에 임해줬다. 자신의 연기에 집중하는 것은 물론이고 배우와 스태프들을 대하는 태도도 너무 훌륭했다. 너무 감사하다고 꼭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솔이를 생각할 때 김혜윤을 생각하면서 기획하고 집필했어요. 대본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 캐스팅을 제안했는데 흔쾌히 저의 솔이로 와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너무 믿기지 않았죠. 운명처럼 다가온 제 복덩이예요." (이시은 작가)

수영은 물론이고 노래도 수준급으로 소화해야 했던 변우석 또한 운명처럼 다가왔단다. 마땅한 배우가 있을지 고민하던 찰나 이 작가는 '20세기 소녀' 속 변우석을 발견했다.

그는 "'20세기 소녀'를 보면서 왜 내가 먼저 발견하지 못했는지 아쉬움이 컸었다. 근데 변우석이 선재를 해준다니까 너무 고마웠다. 카페에서 처음 만난 날 들어오는 변우석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 난다. 순간 선재가 걸어들어오는 줄 알았다"고 돌이켰다.

"변우석은 자신에게 선재 역을 줘서 감사하다고 하지만 저는 오히려 변우석이 선재가 돼줘서 고마워요. 내가 그린 선재가 이 세상에 있을까 싶었는데 선재 그 자체의 모습으로 제게 와줬어요. 운명같다고 느꼈죠." (이시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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