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SSG·홈플러스…유통 M&A 봇물, 시장 소화 '관심'

2024. 6. 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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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소수지분·사업부 분할 등 형태 제각각
FI 엑시트 연계돼 매각 의지 커
경쟁 포화 상태, 사업성 입증 ‘난관’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인수합병(M&A) 시장에 유통회사 매물이 하나둘씩 쌓이고 있다. SK그룹의 11번가를 비롯해 신세계그룹의 SSG닷컴, 홈플러스의 기업형슈퍼마켓(SSM)까지 다양한 형태의 매물이 주주 교체를 준비 중이다. 쿠팡과 네이버라는 유통 공룡이 군림하는 시장에서 거래 성사의 핵심으로 사업 경쟁력이 지목된다. 사업적으로 공통분모를 지니는 매물들이 M&A 시장에서 동시에 소화될지도 관전포인트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와 신세계는 SSG닷컴의 지분 30% 매각을 위해 원매자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신세계 측은 매각 주관사를 따로 두지 않고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신세계와 이마트는 SSG닷컴의 지분 70%를 소유한 지배주주다.

이번 거래는 기존 재무적투자자(FI)의 엑시트를 위한 조치다. 앞서 신세계 측은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매니지먼트에 각각 15%씩 총 30%의 SSG닷컴 보통주 신주를 발행해 투자를 유치했다. 총 투자금은 약 1조원, 이를 고려한 SSG닷컴의 총 지분가치는 3조3000억원대였다.

올해까지 SSG닷컴의 기업공개(IPO)를 통한 회수 전략을 바탕으로 성사된 투자다. 그러나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가 빠르게 바뀌면서 경쟁이 포화됐고 SSG닷컴은 조 단위 몸값을 설득할 만한 경영 실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295억원으로 영업활동에서 현금이 유출되는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그 결과 SSG닷컴 지배주주는 올해 연말까지 FI 지분 매각을 주도하고 불발되면 FI 보유 지분을 사주는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다.

물론 SSG닷컴의 신규 FI 역시 출구 전략은 IPO 외에 마땅한 대안은 없다. 적자 구조를 탈피해야 하지만 업계 전반적으로 출혈경쟁이 지속되는 점은 걸림돌이다.

시장 관계자는 “이마트와 신세계 측에서 1조원 이상 SSG닷컴 지분을 감당하기는 어렵고 경영권을 매각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돼 FI 교체가 유일한 선택지”라며 “엑시트가 쉽지 않은 소수지분이고 이커머스 시장이 어려운 점은 한계”라고 말했다.

SSG닷컴 소수지분이 매물로 나오면서 새 주인을 찾고 있는 11번가에 미칠 영향도 관심거리다. 양사는 동일하게 이커머스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자산 규모나 매출은 SSG닷컴이 11번가를 앞서지만 두 곳 모두 현금 유출 기조인 점은 동일하다. 11번가의 지난해 EBITDA는 -905억원을 기록했다.

11번가 역시 FI의 엑시트 목적으로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 SSG닷컴과 차이점은 FI가 경영권 지분 매각을 주도하는 점이다. 지배주주인 SK스퀘어 측에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FI인 국민연금, MG새마을금고, H&Q코리아, 이니어스프라이빗에쿼티 등이 드래그얼롱을 행사해 11번가 지분 100%를 팔고 있다. FI 컨소시엄은 2018년 5000억원을 투자해 11번가 지분 18%를 확보한 상태다.

11번가는 경영권 양수도 거래로 잠재 인수자가 독립 경영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빠르게 세를 넓히고 있는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잠재 인수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2015년부터 보유 중인 포트폴리오 홈플러스도 주주 교체를 앞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SSM 사업을 영위하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분리 매각한다는 구상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11번가나 SSG닷컴과 사업 영역은 다르지만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성을 내세우고 있어 접점은 가진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서울과 수도권 등 곳곳에 분포돼 있는 400여개 매장을 바탕으로 신선식품 즉시 배송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을 연동해 구축한 점이 매물 가치를 높이는 요소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잠재 인수자 풀은 전략적투자자(SI)에 한정될 개연성이 있다. 유통 인프라나 네트워크가 빈약한 FI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해 독자적으로 경영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다만 GS프레시, 이마트에브리데이, 롯데슈퍼 등 경쟁사는 이미 오프라인 채널이 확보된 상태에서 사업장을 확대할 유인은 낮다. 따라서 신선식품 분야에 진출해 있는 쿠팡이나 컬리 등 이커머스 기업이나 중국 이커머스 기업의 행보에 주목되고 있다.

ar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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