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불러 책임 묻겠다는 건가”…‘오답노트’ 놓고 갈라진 국힘
백서 발표할 시점조차 못정해
전대 이후 주장하는 지도부에
조정훈 위원장도 한발 물러서
한동훈 면담 놓고도 티격태격
당권주자 대부분 선대위원장
전당대회 앞두고 이해 엇갈려
이런 백서특위의 갈지자 행보의 원인에는 총선을 진두지휘했고 지금은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로 떠오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작용하고 있다.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정훈 의원은 이날 부산에서 열린 총선 출마자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나는 백서의 작가이자 편집자이고, 비대위는 출판사”라며 “출판시기는 출판사에서 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조 의원은 백서를 두 번에 나눠 발표하자는 제안을 했다가 지도부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 복수의 비대위 참석자에 따르면 조 의원은 “이달 중 향후 대책에 대한 방향성을 먼저 내놓고, 추후에 총선 패배의 원인분석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여야 간 원 구성 협상 등이 진행되고 있는데 당 내부 이슈가 불거지는 건 적절치 않다”고 시점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지도부 인사들은 또 “전당대회 경선을 위한 후보 등록이 이뤄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처방을 먼저 발표하고 원인 분석이 나중에 이뤄지는 것은 순서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마디로 겨우 기력을 회복한 당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으니 발표를 늦추자는 얘기다.
백서 발표 시점이 예민한 이슈가 된 이유는 잠재적 당권주자들과 총선 선거대책위원장들이 대부분 일치하기 때문이다. 한동훈 전 위원장을 비롯해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그리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모두 총선 때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특히 한 전 위원장의 경우 당대표에 나설 경우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다.
당권주자 중 한 명인 윤상현 의원은 하루라도 빨리 백서를 발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의원은 최근 열린 세미나에서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게 그나마 총선백서”라며 “반드시 전당대회 이전에 발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 시점뿐만 아니라, 백서 작성을 위한 면담 대상을 두고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핵심은 면담 대상에 한동훈 전 위원장을 넣을지 말지다.
조정훈 위원장은 한 전 위원장을 만나야 하고, 면담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조 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대통령실 면담은 진행 중이고, 한 전 위원장은 아직 연락이 없다”며 “한 전 위원장 입장을 정리하는 게 그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면담이 불발되면)‘요청은 했으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수준에서 기술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특위의 한 전 위원장 면담 추진과 관련해 총선 때 사무총장이었던 장동혁 의원은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당 대표를 면담하고 대통령실 참모를 면담하겠다니, 백서팀이 특검은 아니지 않나”라며 “개인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박상수 당 인천 서갑 조직위원장도 “(한 전 위원장을)차분히 불러서 조용히 만났으면 물 흐르듯이 갔을 것”이라며 “지금은 마치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며, 특위가 정치적 해석을 낳는 일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다만 다른 당권 주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말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너무 특정인 책임을 묻는 총선 백서도 문제겠지만, 특정인은 무조건 책임이 없다고 하는 총선 백서도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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