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불러 책임 묻겠다는 건가”…‘오답노트’ 놓고 갈라진 국힘

박자경 기자(park.jakyung@mk.co.kr), 이유섭 기자(leeyusup@mk.co.kr) 2024. 6. 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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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총선백서 특위
백서 발표할 시점조차 못정해
전대 이후 주장하는 지도부에
조정훈 위원장도 한발 물러서
한동훈 면담 놓고도 티격태격
당권주자 대부분 선대위원장
전당대회 앞두고 이해 엇갈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24.04.11 [한주형 기자]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참패한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모색하겠다며 출범한 ‘총선백서 특별위원회’가 표류하고 있다. 총선이 끝난 지 50일이 넘도록 백서를 발표할 시점조차 정하지 못하면서 특위 활동이 ‘용두사미’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백서특위의 갈지자 행보의 원인에는 총선을 진두지휘했고 지금은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로 떠오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작용하고 있다.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정훈 의원은 이날 부산에서 열린 총선 출마자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나는 백서의 작가이자 편집자이고, 비대위는 출판사”라며 “출판시기는 출판사에서 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조 의원은 백서를 두 번에 나눠 발표하자는 제안을 했다가 지도부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 복수의 비대위 참석자에 따르면 조 의원은 “이달 중 향후 대책에 대한 방향성을 먼저 내놓고, 추후에 총선 패배의 원인분석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여야 간 원 구성 협상 등이 진행되고 있는데 당 내부 이슈가 불거지는 건 적절치 않다”고 시점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지도부 인사들은 또 “전당대회 경선을 위한 후보 등록이 이뤄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처방을 먼저 발표하고 원인 분석이 나중에 이뤄지는 것은 순서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마디로 겨우 기력을 회복한 당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으니 발표를 늦추자는 얘기다.

지도부의 대체적 의견은 7월 25일로 잠정 결정된 전당대회 이후에 총선 백서를 발표하는 쪽으로 모이고 있다. 김용태 비대위원은 “워낙 예민한 시기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잘 준비해 한 번에 발표하는 게 낫지 않냐는 입장”이라 말했다.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전당대회가 얼마 안 남았으니, 끝난 다음에 발표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백서 발표 시점이 예민한 이슈가 된 이유는 잠재적 당권주자들과 총선 선거대책위원장들이 대부분 일치하기 때문이다. 한동훈 전 위원장을 비롯해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그리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모두 총선 때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특히 한 전 위원장의 경우 당대표에 나설 경우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다.

당권주자 중 한 명인 윤상현 의원은 하루라도 빨리 백서를 발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의원은 최근 열린 세미나에서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게 그나마 총선백서”라며 “반드시 전당대회 이전에 발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 시점뿐만 아니라, 백서 작성을 위한 면담 대상을 두고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핵심은 면담 대상에 한동훈 전 위원장을 넣을지 말지다.

조정훈 위원장은 한 전 위원장을 만나야 하고, 면담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조 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대통령실 면담은 진행 중이고, 한 전 위원장은 아직 연락이 없다”며 “한 전 위원장 입장을 정리하는 게 그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면담이 불발되면)‘요청은 했으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수준에서 기술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특위의 한 전 위원장 면담 추진과 관련해 총선 때 사무총장이었던 장동혁 의원은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당 대표를 면담하고 대통령실 참모를 면담하겠다니, 백서팀이 특검은 아니지 않나”라며 “개인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박상수 당 인천 서갑 조직위원장도 “(한 전 위원장을)차분히 불러서 조용히 만났으면 물 흐르듯이 갔을 것”이라며 “지금은 마치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며, 특위가 정치적 해석을 낳는 일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다만 다른 당권 주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말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너무 특정인 책임을 묻는 총선 백서도 문제겠지만, 특정인은 무조건 책임이 없다고 하는 총선 백서도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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