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 평범한 여학생 아냐"…밀양 성폭행범 과거 반성문 '공분'
[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20여년 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주동자들의 근황이 한 유튜버의 신상 폭로로 알려지는 가운데 과거 가해자 중 한 명이 쓴 반성문 내용이 공개돼 공분을 사고 있다.
5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밀양 사건 가해자 중 한명인 A씨가 2005년 소년보호시설 퇴소 후 쓴 글이 갈무리돼 올라왔다.
당시 A씨는 “포털사이트 모 카페에서 밀양 성폭행에 대한 기사를 봤다”며 “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소년부 재판에서 2월 7일 6호 단기를 받고 7월 29일 퇴소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A씨는 “이 사건이 나쁜 것은 알지만 제 나이대는 한참 여자들도 만날 나이고 즐겁게 놀 시기인데 이런 나쁜 사건에 포함된 것이 너무 분하고 억울하기만 하다”며 “저는 피해자와 몇 번 만나지도 않았고 성관계를 갖지도 않았는데 검사한테 조사받을 때 자꾸 피해자가 성관계를 가졌다고 해서 억울하게 소년원(소년보호시설)을 다녀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려고는 했지만 피해자가 안 좋게 볼까 봐 3명이서 하는 게 싫어서 안 했다”며 “성관계를 하지 않았으므로 제 죄명은 ‘강간미수’로 나와야 하는데 ‘특수강간’으로 돼 있는 걸 봤다”고 적었다.
A씨는 “기사에 ‘가해자 4명이 서로 공모해 야외 테니스장에서 주먹으로 피해자 머리를 때리고 팔다리를 잡아 꼼짝 못 하게 한 채 성폭행했다’고 나온다”며 “그 4명 중 저도 껴있었으나 저는 그런 일을 한 사실이 없다. 기사를 보고 너무 황당해 글을 올린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A씨는 되레 피해자를 향한 원망을 쏟아냈다. 그는 “저희 밀양 친구들 때문에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 나라에 사과라도 하고 싶으나 그 피해자도 문제 있는 아이”라며 “그 피해자가 먼저 연락해서 만나다가 술을 마시게 됐고 저희도 남자이기 때문에 호기심에 이렇게 사건이 일어난 것 같다. 그 피해자가 자살 시도를 했다던데 저는 그 말을 못 믿겠다. 그 피해자는 그럴 여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의 가출한 친구들을 부모에게 돌려보내기도 했다고 주장하며 “저는 그렇게 여자를 나쁘게 다루지 않는다. 누리꾼들이 우리가 남자라서 너무 안 좋게 보는 것 같다. 일이 이렇게 크게 될 줄 몰랐다. 그리 크게 될 사건도 아닌데 44명이라는 큰 인원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적었다.
A씨는 끝으로 “밀양 사건의 진실은 저희 44명만 알고 아무도 모른다. 그 피해자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지 모르지만 평범하기만 한 그런 여학생 아니다. 오히려 저희만 크게 다 뒤집어썼다”면서도 “전 국민에게 저 혼자만이라도 사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의 말은 없었다.
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아직도 반성을 제대로 안 했다” “뭘 잘못했는지 개념 자체가 없다” “끝까지 파헤쳐 고개도 못 들고 살길” “가해자 중에도 딸이 있을 텐데” “44명 전원 신상공개 무조건 해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밀양 성폭행 사건은 지난 2004년 44명의 남학생이 여중생을 1년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가해자들은 1986년~1988년생 고등학생으로 알려졌다.
당시 피해자 아버지는 가해자들에게 받은 합의금 5000만원을 친척들과 나눠 가졌으나 정작 피해자에게는 한 푼도 돌아가지 않았다. 피해자는 끝내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 당시 충격 때문에 트라우마를 겪고 일용직을 전전하며 굴곡진 삶을 살고 있다고 전해졌다. 자신을 도왔던 변호사와도 연락을 끊었다.
사건에 연루된 고등학생 44명 중 10명은 기소됐으며 20명은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14명은 합의로 인한 공소권 상실 처리돼 사실상 이 일로 처벌을 받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해당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 ‘한공주’가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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