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모습 보여주려다 갑자기 '그게' 안 되는 사람들 [스프]
갑작스럽게 근육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하던 동작이 잘되지 않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흔히 입스(Yips)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입스가 야구에서 나온 용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이는 메이저리그의 유명한 투수인 스티브 블래스(Steve Blass)로 인해서다. 1966년 데뷔 후 8년 동안 100승을 기록한 투수 스티브 블래스는 1973년 시즌 갑자기 아예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제구력 난조에 빠진다.
2군으로 내려가서 회복하려 했으나 결국 돌아오지 못하고 1975년 은퇴하게 된다. 이후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선수들을 표현할 때 이 선수의 이름을 따서 블래스 신드롬이라고 부르는데, 이 현상이 바로 야구에서 보이는 대표적인 입스다. 물론 투구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우승을 견인했던 투수 존 레스터(Jon Lester)는 투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1루 견제구를 던지지 못하는 입스를 보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입스는 사실 골프에서 나온 용어다. 1927년 쇼니 오픈(Shawnee Open)에서 스코틀랜드 레전드 골퍼인 토미 아머(Tommy Armour)가 섹스튜플 보기(sextuple bogey)를 기록하면서 내뱉은 말이라고 전해진다. 실제로 최상위 수준의 골퍼들이 특히 쇼트 게임에서 입스 현상을 보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타이거 우즈도 2014년 하반기부터 2015년 전반기까지 골프 황제라는 타이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쇼트 게임을 보여주었다. 2015년 피닉스 오픈(Pheonix Open)에서는 칩샷과 퍼팅이 아예 망가진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으며, 결국 컷오프되었다.
실제로 골프에서 입스는 드문 현상이라고 하기 어렵다. 통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30~40% 정도의 골퍼가 어느 순간 입스를 겪는다고 보고하고 있다. 게다가 프로 선수가 입스를 경험한 후 원래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은퇴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갑자기 근육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흔히 입스는 과도한 긴장감으로 인해 불안감이 극도로 증가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전반적으로 수행이 저하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약간의 오해가 있다. 이건 입스와 질식 현상(choking)을 뭉뚱그려서 설명하는 것이다. 아직 학계에서 입스와 질식 현상을 엄밀하게 구분하지는 않고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입스와 질식 현상이 같은 것은 아니다.
입스는 갑작스럽게 특정 동작을 수행하기 어려운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국소적 근긴장 이상증(focal dystonia)으로 인해 떨림이나 경련 혹은 근육의 과도한 긴장 등의 현상을 보이게 되며, 반복적으로 해온 정밀한 동작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한 번 발생하고 나면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되며, 회복이 쉽지 않다. 골프에서는 특히 쇼트 게임, 퍼팅에서 입스를 보고하는 경향이 높은 편이다.
이와 비슷하여 혼동하기 쉬운 것이 바로 질식 현상이다. 극도의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중요한 순간에 숨이 막힐 듯한 느낌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수행이 저조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심리적 압박감, 불안, 두려움 등으로 인해 발생하며 특정 동작에 국한하지 않는다. 심리적 요인이 주원인이라서 압박감이 해소되거나 그런 상황이 지나가고 나면 질식 현상은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리해 보면, 입스는 익숙하게 사용하던 근육의 문제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한 번 나타나게 되면 상당 기간 지속된다. 반면 질식 현상은 주로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으로 대부분 일시적이다.
그렇다면 입스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이에 대해 명쾌하게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현재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번에는 그중 성격과의 관련성을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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