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들만의 세상', 이제는 대놓고 펼쳐진다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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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초를 찾으려 했던 진시황의 이야기는 다들 잘 아실 겁니다. 굳이 진시황이 아니라도 인류 역사에 이름을 남긴 권력자 가운데는 다시 젊어지려고 애쓴 사람이 많습니다. 그게 어렵다면 늙지 않는 비결을 찾아 헤매거나 최소한 노화를 늦추는 데 효험이 있다는 약이나 비법에 기꺼이 엄청난 돈과 노력을 투자한 사람도 많죠.
[ https://premium.sbs.co.kr/article/cTWxSiHf_mS ]
프랑크 브루니가 칼럼에 썼듯, 상류층이 더 건강하게 사는 건 그 자체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상류층은 건강하게 먹고, 안락하게 자고, 더 좋은 의료 정보를 알 가능성이 크며, 아프면 치료받는 데 필요한 자원도 넉넉합니다. 아프기 전에 병을 예방할 수 있는 지침을 귀가 아프게 들을 수 있는 것도 상류층의 특권입니다. 그래서 보통 상류층은 딱 봐도 건강해 보입니다. 의식주는 물론이고, 수면, 휴식, 마음의 여유에 부족함이 없어서 실제로 건강하기도 할 테고, 피부나 체형 등 외모를 '관리'받는 데 돈을 많이 들인 덕분이기도 할 겁니다.
문제는 "건강한 상류층" 말고 다른 데 있습니다. 상류층이 건강한 삶, 오래 사는 비결을 독점하는 사이 상류층이 아닌 사람들의 건강이 나빠질 때가 문제입니다. 즉, 한 사회의 서민과 저소득층, 하층민들은 아파도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죽는 게 드물지 않은 상황에서 부자들만 건강한 삶을 추구하고 '때깔 좋게' 산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커져 반목과 균열이 생깁니다. 불평등은 그냥 방치하면 점점 더 심해져 곪는 상처와도 같습니다.
물론 상류층이 얼마 되지도 않는 가난한 사람들의 자원을 직접 빼앗아 와서 자기 건강을 추구하는 게 아니므로, 문제의 원인을 상류층 개개인에게 돌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부가 극소수에 너무 많이 집중되면, 사람들은 '저 많은 돈 일부만 가져다 써도 수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Wcej_3PNnmA ]
[ https://mkorostoff.github.io/1-pixel-wealth/ ]세계 최고의 부자인 제프 베조스의 재산은 2,100억 달러가 넘습니다. 부자들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이 속으로 부자들을 부러워하고, 나아가 미워할 만한 토양이 마련된 건 분명해 보입니다.
[ https://www.forbes.com/real-time-billionaires/#807d0d73d788 ]
부자들만 즐기는 딴 세상
불평등의 정도가 전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부의 불평등이 갈수록 심해져서 그렇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부자들이 돈과 계급을 드러내기보다 가급적 비밀스러운 곳에서 부를 즐기는 편을 선호하기도 했습니다.
8년 전 뉴욕타임스에는 부자들만 즐기는 '딴 세상'이 늘어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바다 위의 호화 유람선 안에서도 등급에 따라 서비스의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는 기사인데, 100년도 더 된 타이타닉호에도 특등실부터 삼등칸까지 계급이 나뉘어 있었지만, 요즘엔 그 차이가 더 벌어졌고, 특히 부자들만 즐기는 공간은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데 숨겨져 있다는 내용입니다. 한 배를 타는데도 출입구부터 완전히 달라 서로 동선이 겹칠 일이 없게 설계된 식이죠.
[ https://www.nytimes.com/2016/06/21/universal/ko/velvet-rope-economy-korean.html ]
궁극적인 불평등이 눈에 보이면 더 문제
비행기에 비유하면 예전에는 일등석 승객과 이코노미석 승객의 동선을 아예 겹치지 않게 설계해 보통 승객들이 호사스러운 상품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면, 요즘엔 의도적으로 이코노미석 승객에게 돈을 더 내면 당신도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흘리는 거죠. 또는 요즘 부자들은 보통 사람들과 같은 비행기를 타는 대신 아예 전세기를 타고 다니는데, 언론 보도를 통해 이들이 20km 거리를, 비행기를 타고 7분 만에 이동했다는 식으로 동선이 알려질 때마다 기후변화의 적이라는 비판과 동시에 부자들을 부러워하는 목소리도 따라 나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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