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에 젖은 서울의 밤” 유시연·최정주·박수진 ‘트리오 드 서울’ 연주회 [공연리뷰]
종종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된 3인조 록밴드(기타 에릭 클랩튼, 베이스 잭 브루스, 드럼 진저 베이커의 크림은 좋은 예가 될 것이다)나 피아노, 베이스, 드럼의 재즈 트리오와 머릿속에서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는데, 클래식 피아노 트리오를 듣다 보면 이 둘의 느낌과 분위기가 매끈한 돌고래처럼 예고없이 수면 위로 튀어 오르곤 하기 때문이다.
트리오 드 서울(Trio de Seoul)의 연주를 오랜 만에 들었다. 이번 연주는 이런 저런 일로 3년 만인데, 마지막으로 들었던 연주는 좀 더 오래된 것 같다.
트리오 드 서울은 세 명의 멤버 전원이 현직 음대 교수들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이는 이 팀에게서 풍겨 나오는 다분히 학구적인 분위기를 설명해준다. 유시연(바이올린·숙명여대 교수), 최정주(첼로·추계예대 교수), 박수진(피아노·숙명여대 교수) 세 사람은 각자 강단과 무대, 어느 한쪽에 매몰되지 않고 부지런히 양쪽을 오가며 연주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유시연의 이름이 반갑다. 이른바 1980년대생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3대장’으로 불리는 클라라주미강, 김다미, 김봄소리 중 김봄소리가 그의 애제자로 알려져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바이올리니스트 유시연’이라 하면 당장 그의 이름을 내건 ‘테마콘서트’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20주년을 맞은 테마콘서트는 매회 독특한 콘셉트로 관심을 받아 왔는데, 때때로 한국 클래식 사(史)가 새겨 두어야 할 중대한 음악적 성과를 내놔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국악의 농현, 시김새를 바이올린 연주기법에 이식한 사례가 대표적으로 이는 그가 탁월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치지 않는 학구적 호기심을 지닌 연구자임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
트리오 드 서울의 연주회는 5월 17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서초구 페리지홀(PERIGEE HALL)에서 열렸다. 이날 트리오는 J. S. 바흐의 ‘Jesus bleibet Freude aus der kontate(예수는 인류의 소망 기쁨이시니) BWV 147’, J. 브람스의 ‘피아노 트리오 3번 Op. 101’, F. 멘델스존의 ‘피아노 트리오 2번 Op.66’을 연주했다.
친숙한 멜로디가 곳곳에서 들려오는 바흐의 칸타타로 손을 푼 트리오는 이내 브람스로 진입. ‘피아노 트리오 3번 Op. 101’은 브람스가 50대에 휴가지에서 쓴 작품이다. 브람스의 실내악 작품치고는 꽤 웅장하고 위풍당당한 편인데 과연 트리오의 연주는 힘이 넘쳤다.
박수진의 굳건한 피아노 위에서 유시연의 바이올린과 최정주의 첼로가 마음껏 현을 폈다. 사방에서 브람스의 바람이 불어온다. 2악장의 미묘한 울림, 3악장의 속삭임도 참 좋다. 브람스도 흡족할 만한 정석적인 해석으로, 이런 스승들로부터 브람스를 배우고 있는 제자들이 부러워질 정도다.
2부는 멘델스존의 ‘피아노 트리오 2번 Op.66’. 사실 이 작품은 멘델스존이 작곡한 세 개의 피아노 삼중주 작품 중 마지막 작품이다. 앞서 작곡한 두 번째 삼중주가 출판되지 않는 바람에 ‘2번’을 달고 세상에 나왔다고 한다. 가뜩이나 활기 넘치는 멘델스존이 30대에 쓴 작품인 만큼 열정과 에너지가 펄펄 넘치는 곡이다.
1부 브람스가 기사들의 궁정 행진 같은 연주였다면, 멘델스존은 초당 서너발씩 터지는 불꽃 같다. 바이올린과 첼로의 토론이 격렬해질 때마다 중재자로 등장하던 피아노가 4악장 피날레에 이르러서는 ‘이대론 못 참겠다’ 싶었던지 토론의 장으로 뛰어들고마는데, 이 박력감이 대단해 관객의 몸이 경직되어버릴 지경이었다.
사족으로 트리오 드 서울 소식을 좀 더 전하자면.
트리오 드 서울은 2014년 창단됐고, 올해가 10주년이다. 이날 연주회는 10주년 기념 연주회를 겸한 것이었다.
3년 만에 연주회를 갖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었다. 피아니스트가 부상을 입어 재활의 기간이 필요했다. 박수진은 2년반의 지난한 재활치료를 이겨낸 것은 물론 상상초월의 치열한 연습을 통해 오히려 부상 전보다 더 화려한 테크니션이 되어 컴백했다.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연주회를 앞둔 11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비톨드 루토스와프스키 국제첼로콩쿠르에서 한국의 10대 첼리스트 김태연(18)이 우승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이 콩쿠르는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루토스와프스키를 기념하기 위해 1997년에 창설돼 3년에 한 번씩 개최되고 있는데, ‘첼로계의 쇼팽 콩쿠르’로 불릴 정도로 권위가 높은 콩쿠르다. 우승자 김태연은 현재 미국의 명문 음대 커티스 음악원에 재학 중으로 이 학교는 트리오 드 서울 멤버들의 모교이기도 하다.
그리고 김태연은 트리오 드 서울의 첼리스트 최정주 교수의 딸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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