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식용은 불법인데 보신탕 먹어도 처벌 안 받는다?

이학범 수의사·데일리벳 대표 2024. 6. 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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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범의 펫폴리] 2027년 2월 7일 시행되는 개식용종식특별법서 ‘섭취’ 관련 처벌 내용 빠져

※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과 행복한 동행을 위해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1월 9일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종식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지난해 개식용 금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국회의원들이 연이어 개식용종식법안을 발의했는데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이들 법안을 묶어 대안으로 내놓은 법안이 제정된 겁니다.

1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종식특별법)이 가결됐다. [GETTYIMAGES]

사육·도살·유통·판매 금지

개식용종식특별법이 제정된 뒤 "이제 보신탕을 먹으면 처벌받는 거냐"고 묻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정답은 '아니다'인데요. 개식용은 불법이지만 보신탕을 먹은 사람은 처벌되지 않는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요.

개식용종식특별법은 "식용을 목적으로 한 개의 사육·증식 및 도살과 개 또는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했습니다(상자 내용 참고).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 또는 증식하거나 개 또는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죠.

그런데 법 어디서도 '섭취'라는 단어는 찾을 수 없습니다. 사육·도살·유통·판매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먹는 행위는 금지하지 않은 거죠. 흥미로운 건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안, 무소속 윤미향 의원안 등 국회의원이 낸 법 초안에는 '섭취'라는 단어가 들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한 의원안을 보면 제5조 ②에 "누구든지 개를 사용하여 만든 음식물이나 가공품을 그 사실을 알면서 취득·운반·보관·판매 또는 섭취하거나 그러한 행위를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대안 발의 및 법 제정 과정에서 '섭취'라는 단어가 사라졌습니다. 개인 식생활을 국가가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섭취를 금지 행위에서 제외함으로써 개식용종식특별법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을 조금이나마 높이기 위한 의도였습니다.

결국 개식용종식특별법이 제정됐음에도 개고기를 먹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라는 이상한 상황이 됐습니다. 물론 식용 목적으로 개를 기르지도, 도살·유통·판매하지도 못하기에 사실상 개고기 섭취가 불가능해지긴 했지만요.

전·폐업 업체 5020개 넘어

또 개식용종식특별법은 당장 시행되지 않습니다. 개식용 관련 업체가 전·폐업할 시간이 필요하기에 유예기간 3년이 적용됐습니다. 정확히 2027년 2월 7일부터 개 사육·도살·유통·판매 행위가 금지되는 겁니다. 3년 안에 전·폐업해야 하는 개식용 관련 업체는 5000개가 넘습니다. 정부는 올해 2월 6일부터 3개월간 개식용 관련 농장과 영업장의 운영 신고를 받았는데요. 총 5625개 업체(사육 농장 1507개, 도축업 163개, 유통업 1679개, 식품접객업 2276개)가 신고했습니다. 이들 업체는 8월 5일까지 어떻게 전업 또는 폐업할 것인지 이행계획서를 각 지자체에 제출해야 합니다.

정부는 이행계획서를 성실히 작성해 제출한 농장과 영업장을 대상으로 전·폐업에 필요한 시설 및 자금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아직 전·폐업 지원 방안에 관한 세부 내용은 나오지 않았는데요. 과도한 지원을 노리고 운영 규모를 일시적으로 늘린 곳, 동물보호법 등 관련 법안을 심각하게 위반한 곳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지원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개식용이 3년 뒤인 2027년이면 한국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합리적인 전·폐업 지원 방안이 담긴 '개식용종식 기본계획'이 나오길 바라며, 3년 뒤 한국의 동물 복지 수준이 얼마나 발전할지 기대하겠습니다.

이학범 수의사·데일리벳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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