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지질 뗏목’ 원리 규명…바이러스 등 질병 치료 청신호

세포막 간 융합·신호 전달 등 세포 기능·질병 발병 핵심 역할

세포막 사이의 거리가 줄어듦에 따라 지질 뗏목(붉은색 영역)의 정렬과 성장이 일어나는 과정. (KAIST 제공)/뉴스1

(대전=뉴스1) 김태진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세포막 간 거리가 지질 뗏목(Lipid Raft)의 정렬을 조절하는 핵심 스위치임을 밝혀 질병 치료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질 뗏목은 세포막 간 융합, 신호 전달, 바이러스 침투 등 세포 기능과 질병 발병의 핵심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바이오및뇌공학과 최명철 교수팀이 고등과학원 현창봉 교수팀, 포항가속기연구소 이현휘 박사와 공동으로 세포막 간의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지질 뗏목의 정렬 현상의 원리를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지질 뗏목의 정렬 원인과 그 조절 메커니즘을 밝힌 것으로 세포막 간 상호작용을 조절, 질병 치료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세포 융합, 바이러스 침투, 세포 간 신호 전달 등 다양한 세포막 간의 상호작용을 조절할 수 있는 핵심 기전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지질 뗏목 위에 존재하는 막단백질 중 많은 수가 세포막 간의 상호작용, 즉 두 세포막이 서로 생체신호를 주고받거나 단백질을 통해 결합하거나 두 막이 하나로 합쳐지는 등의 작용에 관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두 세포막 간의 거리가 지질 뗏목의 정렬을 조절하는 핵심 요인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세포막을 여러 겹 쌓아 놓은 구조의 지질 다중막을 재구성해 이 가설을 검증했다.

이때 지질 뗏목들은 단순히 정렬만 되는 것이 아닌 각각의 지질 뗏목 크기가 커지면서 보다 안정된 구조를 형성했다.

두 세포막 사이의 거리가 지질 뗏목의 정렬과 크기를 조절하는 핵심 스위치인 것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은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물 분자층을 분석한 결과, 지질 뗏목들이 정렬된 상태가 정렬되지 않은 상태보다 불안정한 수소결합 층의 부피가 작기에 전체 시스템의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질 뗏목이 자연적으로 정렬되는 것을 규명했다.

이수호 KAIST 박사(왼쪽부터), 박지현 고등과학원 박사, 이현휘 포항가속기연구소 박사, 현창봉 고등과학원 교수, 최명철 KAIST 교수. /뉴스1

최명철 교수는 “지질 뗏목이 세포막 간의 상호작용에 관여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으나 어떤 원리로 상호작용을 매개하는지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었다”며 "이번 논문은 세포막 간의 거리가 지질 뗏목의 정렬, 세포막 사이의 상호작용을 조절하는 핵심 스위치임을 밝혀 생명 현상의 바탕이 되는 물리적 환경의 중요성을 재조명하는 이정표적 연구"라고 말했다.

이수호 KAIST 박사와 박지현 고등과학원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현창봉 고등과학원 교수와 최명철 KAIST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보건복지부, KAIST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지'에 지난달 22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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