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구름산 개발 10년 "이자만 연 2천만원…배보다 배꼽"
연간 10억여 원, 시 혈세낭비 지적도
주민 퇴거 지지부진…추가연장 가능성도
[광명=뉴시스] 문영호 기자 = 경기 광명 구름산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재연장 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광명시의 개발행위 제한으로 20년 넘게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주민들의 원성도 커지고 있고 광명시의 혈세낭비 지적도 나온다.
5일 광명시 등에 따르면 시는 당초 2025년 완공 예정이던 광명 구름산지구 도시개발사업 부지조성 공사 일정을 지난해 5월 2027년 완공으로 2년 연장했다. 개발지역에 살던 주민들의 퇴거가 완료되지 않아 부지조성을 위한 계획적인 대규모 지장물 철거를 하지 못하면서다.
개발사업지 내 지장물에 대한 보상, 영업보상 등이 99% 이상 완료됐음에도 250명 이상이 건물을 비우지 않고 있다. 심지어 배짱영업을 하는 사업장들도 있다.
지지부진한 주민 퇴거로 인해 2023년 5월 부지조성 공사 연장을 결정하고 또 다시 1년이 지났지만, 개발지역 주민과 사업장의 퇴거는 85%선에 그치고 있다.
'2022년 6월 이주완료'라는 당초 계획과 달리 2년이 지난 2024년 6월 현재도 이주는 '진행중'이다. 부지조성공사 추가 연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가리대·설월리·40동 마을, 광명소하·역세권지구 개발서 제외
광명 구름산지구 도시개발사업은 소하동 일원 77만2855㎡(약 23만평) 부지에 5000여 가구의 주거단지와 근린생활시설 등을 환지방식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가리대·설월리·40동 마을이 사업 대상지다.
구름산지구 도시개발사업의 시작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그린벨트로 묶인 지역 중 산림·녹지 부분을 제외한 취락지구에 공원·주차장·도로 등 기반시설을 계획하도록 광명시에 지시했다.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일부 건축행위를 허용해 시민이 재산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이같은 조치에 따라 가리대·설월리·40동 마을은 물론 LH가 조성한 광명소하·역세권지구에 대한 개발 논의가 본격화했고, LH가 사업자로 나서 이중 일부인 광명소하·역세권지구 개발을 진행, 2010년 부지조성을 완료했다.
반면 가리대·설월리·40동 마을 등은 상대적으로 개발사업이 지지부진했다. 광명시는 주민들의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명분과 구름산 동측 미정비지역의 도로·주거환경을 정비한다는 명목으로 개발사업에 발을 들였다. 타당성 용역과 추가 그린벨트 해제 등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까지 마련, 환지방식의 개발을 결정했다. 시는 2014년 10월 '구름산지구 도시개발구역 지정안'에 대한 주민공람을 시작으로 가리대·설월리·40동 마을 개발에 착수했다.
■ 왜 광명시가, 환지방식을…망자계치 탄식, 혈세 낭비 지적
올해로 광명 구름산지구 개발사업이 10년째를 맞았지만 사업지 내 지장물 철거조차 끝내지 못했다. 부지조성은 묘연하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광명시가 사업자로 나서면서 환지방식을 채택한 게 패착이란 지적이 나온다. 도시개발사업 초기, LH의 광명소하·역세권지구 개발에 포함돼야 했다는 '망자계치'의 한탄과 함께다.
환지방식은 개발사업자가 토지소유주로부터 개발부지를 사들이는 대신 수용한 토지만큼의 값어치에 맞게 향후 토지로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재정적 여유가 없는 토지주들의 경우, 개발 완료 전까지 생계에 대한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이주비용을 받고서도 쉽게 집을 비우지 못하는 이유다.
시가 사업 대행자로 나서면서 재정비용도 만만치 않다.
우선 환지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을 위해 광명시는 1500억원 규모의 특별회계를 편성했다. 쉽게 말하면 개발사업지 내 주민들의 이주비용, 지장물 철거비용 등을 보상하기 위해 광명시에서 1500억원을 우선 빌려준 셈이다.
광명시는 도시개발사업을 전담하면서 이를 담당할 전담부서까지 만들었다. 현재 인원은 12명으로,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포함하면 연간 10억여원이 투입된다. 사업이 10년째 이어지면서 벌써 100억 여원의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추산된다.
LH나 GH 등 개발전문 공사가 사업을 진행했다면 대략 7%대의 대행 수수료 등을 포함해 인건비 등을 회수하지만, 광명시는 직원 인건비를 회수하지 못한다. 혈세낭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이자만 연 2000만원…배 보다 배꼽이 커질 판"
광명시의 환지개발 방식에 따라 일찌감치 집을 비운 주민들의 원성은 커지고 있다.
시가 광명 구름산지구 도시개발사업을 빨리 진행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차원에서 이주보상비를 받고 집을 뺐지만 사업이 늦춰지면서 재산상 손실이 어마어마하다는 한탄이 대다수다.
A씨는 "광명시에서 받은 돈이 2억원이 채 안 돼서 6%대의 은행대출을 받아 이사를 했다"며 "연 이자가 2000만원에 이른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고 있다"고 성토했다.
B씨는 "광명시를 믿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시에서 사업을 한 것부터 잘못이다. 일반 시행사 같으면 회사 수익을 위해서라도 이렇게 사업을 지연시키지 않았을텐데, 광명시는 여기저기서 듣기 좋은 말만 하면서 정작 사업 추진에는 미온적"이라고 질타했다.
C씨는 "광명시가 보상비를 받고도 영업을 하는 업체들을 못 내보내고, 이주보상비가 적다고 못 나간다는 사람들을 그대로 두다보니 지장물 철거도 안 되고, 결국에는 체비지도 안 팔린 것 아니겠나. 토목공사도 안 된 땅을 누가 사려고 나서겠나"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사업구역 내 A5블록 집단체비지 매각 입찰공고가 유찰된 데 대한 해석이다.
광명시 관계자는 "지장물 철거와 부지조성공사가 당초 계획보다 늦어진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이주하지 않은 토지주나 사업자들에게 퇴거를 요청하고 있고, 부분적으로 가능한 곳에 대한 지장물 철거도 병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절차상 부지조성 이후에 진행할 사업도, 가능하다면 미리 진행해 광명 구름산지구 도시개발사업 준공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ano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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