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 서비스를 시작하시겠습니까? 아니요 [씨네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비주얼에 정성을 쏟을 시간에 이야기 내실을 다졌더라면 어땠을까. 초호화 배우들의 영상 화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극장 관람을 자극하는 매력이 부족한 영화 ‘원더랜드’다.

5일 개봉된 영화 ‘원더랜드’(감독 김태용)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영화 ‘가족의 탄생’ ‘만추’ 등으로 감성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태용 감독의 신작으로, 배우 탕웨이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등이 출연해 신뢰를 더했다.

영화는 그리운 사람을 AI로 복원해 영상통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원더랜드’에 얽혀 있는 여러 인간관계들을 그린다. 어린 딸을 두고 영원한 이별을 해야 하는 싱글맘과 식물인간이 된 남자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원더랜드’ 서비스로 해소하려는 여자와 의식을 되찾고 혼란을 겪는 남자, ‘원더랜드’ 서비스 플래너 등 여러 갈래의 이야기를 한 데 모았다.

‘감성 장인’ 김태용 감독과 초호화 캐스팅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은 작품이지만, 결과물은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물론 김태용 감독의 특유의 감성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지만 이야기 구성과 캐릭터 설계에 빈틈이 많다.

먼저 크게 싱글맘 바이리(탕웨이), 오랜 연인인 정인(수지)과 태주(박보검), ‘원더랜드’ 플래너 해리(정유미)와 현수(최우식) 등 세 갈래로 나눠진 이야기를 한정된 러닝타임에 담다 보니 분량 분배에 실패한 모양새다. 만국 공통의 감정인 모성애와 모녀 관계로 큰 설정 없이도 비교적 공감과 이해하기 쉬운 바이리 서사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두 축의 이야기는 비교적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일례로 정인은 왜 식물인간인 태주를 AI로 복원시키려 했던 이유와 해리와 현수의 관계성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넘겨짚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캐릭터들의 설정도 지나치게 헐겁다. 특히 정인의 감정선은 영화로만 봤을 때 쉽게 설명되지 않아 급발진하는 것 같은 구간이 여럿이고, 해리와 현수는 나머지 두 축에 비해서는 기능적인 소모로만 느껴질 정도로 캐릭터가 밍밍하다. 이는 배우들의 연기로 캐릭터의 빈틈을 채우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걸 간과한 탓이다.

만듦새가 이렇다 보니 감성 연출이나 혼신을 다해 담은 배우들의 비주얼의 만족도가 크게 떨어진다. 보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작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이야기와 캐릭터에 더 힘을 쏟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원더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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