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 AI 감성이 전하는 위로 [무비뷰]

임시령 기자 2024. 6. 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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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인간, 허구와 실제, 이질적인 두 성질이 하나로 어우러졌다.

세상을 떠난 이를 다시 만날 수 있게 하는 '원더랜드'가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원더랜드 서비스는 남겨진 이들의 일상 속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113분이란 시간이 끝나면 AI 바이리, 태주 정인 커플의 '그 후' 이야기가 여운을 남기지만 더 진해질 수 있는 감성을 옅게 만든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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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AI와 인간, 허구와 실제, 이질적인 두 성질이 하나로 어우러졌다. 세상을 떠난 이를 다시 만날 수 있게 하는 '원더랜드'가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5일 개봉한 영화 '원더랜드'(감독 김태용·제작 영화사 봄)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원더랜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커플, 가족들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정인(수지)은 의식불명에 빠진 연인 태주(박보검)를, 서비스 설계자 해리(정유미)와 현수(최우식)은 부모님을, 한 할머니는 손자를 AI로 복원해 대화를 나눈다. 바이리(탕웨이)는 딸과 엄마를 위해 자신이 죽기 전 직접 서비스를 의뢰해 AI로서 가족을 만난다.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원더랜드 서비스는 남겨진 이들의 일상 속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처음엔 낯설어하다가도 그리운 사람과 감정을 교류하며 대화하다 보면 슬픔, 외로움이 조금씩 흐려진다.

원더랜드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각 인물들의 관계와 스토리는 다르게 흘러가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을 떠났다는 점. 이로 인해 느끼는 그리움과 슬픔의 깊이를 이야기하는 것은 똑같다. 실제 누군가를 떠나보낸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고 뭉클할 수도,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더불어 '나라면 '원더랜드' 서비스를 이용할 것인가'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죽은 이를 AI로 복원시켜 영상통화로 대화를 한다는 게 과연 외로움을 달래는 것일까. 오히려 허구란 세계에 갇혀 현실로 나왔을 때 혼란스러움과 공허함이 몰아치진 않을까. 바이리 가족과 정인과 태주 커플이 바로 이러한 질문의 싹을 틔우는 이야기가 된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AI와 감성을 적절히 섞어 시각화한 SF적인 연출도 볼만하다. 남겨진 사람, 구현된 AI의 입장에서 본 죽음이라는 것도 독특하다.

배우 수지와 박보검, 탕웨이, 공유, 최우식, 정유미를 한 작품 안에서 볼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첫 작품에서 커플로 만난 수지와 박보검은 실제 연인 같은 케미스트리와 비주얼 합으로 눈을 호강하게 한다. 잔잔하게 오롯이 스며드는 감정 연기를 보여준 탕웨이, 광고 같은 공유, 최우식과 정유미의 편안한 호흡은 '원더랜드'의 따뜻함을 배가시킨다.

다만, 다양한 시각을 담아야 했기에 각 인물들의 전사, 서사 등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원더랜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다양한 군상을 보여주는 점은 좋았지만, '굳이?' 싶은 지점은 있다. 비교적 위기가 그려지는 바이리와 정인 태주 커플 이야기가 진행될 때는 몰입감을 안기지만, 할머니와 손자, 설계자의 에피소드는 다소 늘어지는 인상을 준다. 과감히 덜어내는 작업이 필요했으면 어땠을까.

113분이란 시간이 끝나면 AI 바이리, 태주 정인 커플의 '그 후' 이야기가 여운을 남기지만 더 진해질 수 있는 감성을 옅게 만든 것 같아 아쉽다.

◆ 기자 한줄평 :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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