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예수 윌커슨, 완봉승으로 진가를 드러냈다...KBO 지배 새 외인 될까 [MK초점]
‘사직 예수’ 애런 윌커슨(롯데)이 완봉승으로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KBO리그를 지배하는 새 외인이 탄생할까. 윌커슨이 4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KIA 타이거즈와의 2024 KBO리그 원정 경기서 9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 완봉 역투를 펼쳐 롯데의 6-0 완승을 견인했다.
9회까지 홀로 마운드를 지켜낸 윌커슨은 이날 108구를 던지면서 5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경기 중 단 한 차례 정도의 위기를 제외하면 1위 KIA 타선을 거의 완벽하게 봉쇄했다. 특히, 자신의 장기인 완벽 제구력을 살려 단 1개의 볼넷도 허용하지 않는 무결점의 투구를 했다.
또한 흔하지 않은 무사사구 완봉승이란 점에서도 더 의미가 깊다. 롯데 소속으로는 2016년 4월 14일 브룩스 레일리(LG전 상대) 이후 약 8년 2개월여만에 윌커슨이 이같은 기록을 달성했다. 무사사구를 제외한 완봉승으로는 2021년 6월 4일 KT전의 박세웅 이후 정확히 3년만에 다시 완봉승을 부활시켰다.
‘사직 예수’의 뜻이 광주에도 강림했다. 이날 윌커슨은 총 108구 가운데 체인지업 40구-커터 34구-직구 26구-커브 5구-슬라이더 3구 등으로 변형 패스트볼과 변화구를 다양하게 활용해 KIA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았다. 오른손 투수인 윌커슨을 저격한 좌투수 맞춤 라인업도 소용이 없었다.
1회 윌커슨의 출발은 다소 불안했다. 1회 1사 후 김도영에게 2루타를 내줬다. 하지만 후속 타자 나성범을 땅볼, 최형우를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각각 돌려세웠다. 롯데 타선도 2회까지만 5점을 뽑아 든든한 지원을 안겨주면서 윌커슨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이후에는 별다른 위기조차 없었다. 윌커슨은 6~9회를 3연속 삼자범퇴로 막아내는 등 한 차례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고 자신의 완봉승을 완성했다.
윌커슨의 역투와 장단 13안타를 때려낸 타선에 힘입어 롯데도 2연승과 함께 올 시즌 KIA 상대 4연승의 쾌조의 흐름도 이어갔다.
완봉승으로 윌커슨의 가치도 더 드러난 모습이다. 올 시즌 윌커슨은 투수 부문 전체 WAR(대체선수대비 승리 기여도)에서 3.14로 팀내 1위이자 리그 전체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을 기록 중이다. 윌커슨의 소화 이닝은 1위 쿠에바스(KT)에 단 1.1이닝이 뒤진 2위(81이닝)에 해당하며 13차례의 선발 등판에서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다소 불안했던 시기도 있다. 4월 윌커슨은 월간 평균자책 5.93을 기록하며 2패만을 당하는 등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평균자책이 5점대로 치솟으며, 지난해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해 7승 2패 평균자책 2.26을 기록한 것이 낯설음에서 온 장점이었던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도 자아냈다. 특히 올해부터 KBO리그에서 시작된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과 피치클록에 대해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듯한 모습도 노출해 부쩍 롯데 팬들의 불안감도 깊어졌다.
윌커슨에게 앞으로의 모습이 더 기대되는 이유는 이번 무사사구 완봉승에서 드러난 뛰어난 제구력과 탈삼진 능력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윌커슨은 올 시즌 단 8개의 볼넷만을 허용, 40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발 투수 가운데 리그에서 3번째로 적은 볼넷 허용률을 보여주고 있다.
윌커슨의 기록을 9이닝 당 볼넷 허용률로 환산하면 0.89로 이 부문에서도 신민혁(NC, 0.76)에 이은 리그 2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당 허용하는 볼넷이 1개 미만 수준이니 그만큼 안정적인 투구를 펼칠 수 있는 셈이다.
동시에 윌커슨이 단순히 범타만을 유도하는 유형의 투수가 아니라는 점도 놀랍다. 올 시즌 윌커슨은 리그 5위에 해당하는 72개의 탈삼진을 솎아내고 있다. 탈삼진/사구(K/BB) 비율은 9.00으로 단연 리그 1위 성적을 기록 중이다. 상대 타자를 탈삼진으로 아웃 처리하는 비중이 22.1%로 낮지 않은데 볼넷조차 내주지 않다 보니 상대 입장에선 더욱 까다롭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윌커슨의 피칭 스타일도 이제 적응을 마친 이후의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감을 더 키운다. 지난 2월 괌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만난 당시 23시즌 13경기 가운데 11경기서 QS(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를 펼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당시 윌커슨은 “투수로서 주도권을 갖고 스스로 경기를 풀어가면서 상대 타자를 분석한 이후 또 상대에 맞춰서 던졌고, 그 결과로 오히려 상대 타자가 나한테 끌려올 수 있도록 그런 방식으로 던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4월 부진이 리그 초반 적응과 함께 시스템에 대한 적응의 과정이었다면, 5월 이후의 모습은 윌커슨이 스스로의 말대로 투구의 주도권을 다시 가져왔다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이제 스스로의 플랜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방향성을 되찾았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모습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진다.
사직 예수가 앞으로 전국 곳곳에서 강림하게 될까. 분명한 건 KBO리그를 지배하는 새 외인이 또 한 명 탄생할 것이란 기대를 품어도 충분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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