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성폭행 가해자들 떨고 있나…신상공개 후 전 국민적 공분, 추가 폭로 예고도
이러한 가운데 인터넷에서는 관련자들의 신상이 공개돼 사적 제재가 이뤄지는 한편 추가 폭로도 예고됐다.
5일 세계일보가 각종 커뮤니티에서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인터넷에 가해자 중 일부의 사진과 직업, 가족관계 등이 모자이크 등의 처리 없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이를 본 국민들은 가해자가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진 곳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 결과 한 식당은 휴업을 하는 가하면, 다른 가해자는 직장을 관두고 잠적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밀양 사건을 재조명한 유튜버는 전날인 4일 “관련자들로부터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국민들은 집단성폭행 사건에 개입된 가해 학생 44명 중 단 한 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고, 이후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온한 일상을 사는 것에 대해 분노한다.
당시 검찰은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10명만 기소했고, 울산지법이 2005년 4월 기소된 10명에 대해 부산지법 가정지원 소년부 송치 결정을 내리면서 사건이 마무리됐다.
전 국민적인 공분은 이같은 결과에서 나온다. 분노한 국민 일부는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인다. 늦었지만 피해자가 입은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사적 제재는 앞서 부산에서 발생한 돌려차기 사건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당시 여론조사에서는 사적 제재에 동의하는 의견과 반대하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지난해 6월 리서치 전문 기업 리얼리서치코리아가 성인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 신상 공개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0.4%가 가해자의 신상이 공개된 것에 대해 ‘공개되면 다른 사람들이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으므로 ‘사적 제재’로서의 신상 공개를 지지한다’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재 적용되고 있는 사적제재에 대해 전체 응답자 중 37.6%가 ‘국가 혹은 법이 충분한 처벌을 내리지 못한다면 개인(집단)의 형벌이 필요하다’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설문조사의 허용오차는 ±1.4%p다)
전문가들은 사적 제재 확산의 배경으로 사법 체계와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꼽는다. 하지만 무분별한 사적 제재는 2차 피해나 공권력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절제와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은 20년 전인 2004년 1월 발생했다.
당시 울산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이던 A양은 알코올 중독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해 집을 나갔다.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알게 된 고교생 박모 군을 만나러 밀양에 갔다가 박군의 선·후배 고교생들에게 집단성폭행을 당했다.
박군은 A양을 유인해 쇠파이프로 내리쳐 기절시킨 후 12명과 함께 성폭행했다. 또 그 모습을 캠코더와 휴대전화로 촬영해 협박에 이용했다. 그렇게 1년 동안 저질러진 범행에 가담한 밀양 고교생은 무려 44명에 이른다.
A양은 수면제 20알을 먹었으나 이틀 만에 깨어났고, 울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치료를 받았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A양의 어머니는 2004년 11월 25일 경찰에 사건을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딸의 신분을 보호해달라’는 A양 어머니의 간절한 부탁에도 언론에 사건 경위와 피해자의 신원을 그대로 노출했다. 대면조사에서도 여경 대신 남성 경찰관이 심문을 맡았고, A양은 “네가 먼저 꼬리 친 것 아니냐”, “네가 밀양 물을 다 흐려놓았다” 등의 폭언을 들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사건 이후 신상이 노출되며 서울로 전학,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성폭행으로 인한 여러 합병증에 시달렸다.
결국 A양은 폐쇄병동에 입원됐고 그 와중에 가족들이 합의를 강권했다. A양은 가해자에게 합의서와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써줘야만 했다.
그의 아버지는 합의금으로 5000만원을 받았다. 이 중 1500만원은 전셋집을 마련하는 데 쓰고, 나머지는 친척들과 나눠 가졌다. 정작 피해자에게는 한 푼도 돌아가지 않은 것이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피의자들에 대한 선고 공판이 진행되는 도중에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했다.
피해자는 끝내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고, 지금도 당시 충격 때문에 트라우마를 겪고 일용직을 전전하며 굴곡진 삶을 살고 있다고 전해졌다.
그는 자신을 도왔던 변호사와도 연락을 끊은 상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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