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소리 5,000시간 듣고 박사된 레인저

서현우 2024. 6. 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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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공단 조류연구센터 홍길표 팀장이 박사학위 논문 '한국의 팔색조 분포와 미래 서식지 변화 예측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홍 팀장은 "이번 논문은 2019년부터 준비했고 천연기념물인 팔색조의 효과적 조사 방법, 전국 분포 현황, 기후변화에 의한 미래 서식지 변화 예측을 제시했다"며 "제주도를 제외한 내륙 지역에서 국립공원 등 보호지역을 중심으로 총 19개 지역을 조사했고,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한 팔색조 출현 위치 정보 82건으로 보강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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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공단 조류연구센터 홍길표 팀장
팔색조 소리 녹음 장치를 설치 중인 홍길표 팀장.

국립공원공단 조류연구센터 홍길표 팀장이 박사학위 논문 '한국의 팔색조 분포와 미래 서식지 변화 예측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현직 레인저가 공단 업무를 병행하면서 박사학위 논문을 낸 것은 이례적이라고 한다.

홍 팀장은 "이번 논문은 2019년부터 준비했고 천연기념물인 팔색조의 효과적 조사 방법, 전국 분포 현황, 기후변화에 의한 미래 서식지 변화 예측을 제시했다"며 "제주도를 제외한 내륙 지역에서 국립공원 등 보호지역을 중심으로 총 19개 지역을 조사했고,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한 팔색조 출현 위치 정보 82건으로 보강했다"고 전했다.

"자동 녹음 장치를 둔 다음 팔색조 소리가 들리면 추적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총 녹음 시간은 5,000시간 정도 돼요. 먼저 소나그램이라고 소리를 그림으로 표현해 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분석한 뒤 직접 들어서 섞인 소리를 분리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거치죠."

연구 도중 포획한 팔색조

논문에 따르면 19개 조사지역 중 북한산, 덕유산, 지리산 등 내륙 7개 국립공원에선 팔색조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경남 거제시, 남해군, 전남 해남군, 장흥군, 고흥군 등 남해안과 인접한 12개 지역에서 팔색조 서식이 확인됐다. 하루 중 소리 빈도가 가장 왕성한 건 오전 6시고 이후 뚜렷하게 감소한다. 5월 20일부터 6월 10일까지 발견 빈도가 높았고, 6월 8일을 정점으로 급격히 감소한다.

"팔색조가 재미있는 건 스피커로 팔색조 소리를 유도하면 답을 합니다. 전문용어로는 '플레이백'이라고 하는데 이번에 조사한 개체 중 83%가 이렇게 플레이백을 통해 찾을 수 있었어요. 특히 74.6%의 팔색조는 10회 미만의 음절 재생에 반응했는데 이게 유의미한 결과입니다."

홍 팀장이 이를 유의미하다고 한 건 다름이 아니라 탐조문화 때문이다. 팔색조가 플레이백을 하는 건 반갑다고 맞이하는 게 아니다. 자기 서식지에 침범한 경쟁자로 인식하고 경고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다. 이 연구결과는 플레이백은 최소한으로 해야 하며, 최소한으로 해도 충분하다는 함의를 담고 있는 것.

홍 팀장은 "코로나 시기 탐조인구가 급격히 늘었는데 문화적으로 성숙되지 못한 분들도 같이 늘었다"며 "팔색조가 워낙 예쁜 새다 보니깐 아예 차에 팔색조 소리를 최대 출력으로 5분 넘게 틀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둥지 앞까지 접근해 진을 쳐서 팔색조가 둥지를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개탄했다. 팔색조의 번식률은 40% 정도밖에 안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팔색조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홍 팀장은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2070년 기준 최악의 경우 무려 94.4%, 친환경 기술 발달로 기후변화가 완화된 최선의 경우에도 71.6%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팔색조는 숲이 울창하고 지렁이가 풍부한 곳을 선호하는데 팔색조가 주로 서식하는 거제도와 남해 지역에 현재 각종 개발 사업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립공원공단 조류연구센터 홍길표 팀장

월간산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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