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집중 안 한다며 욕설·폭행한 교사…1심 징역형 집유

수업 때 이어폰 낀 것 지적하며 심한 욕
욕설에 이의제기 하는 다른 학생 폭행도
1심 "학생 보살펴야 할 교사가 학대범죄"
"피해자 일부 언동, 행위에 영향 가능성"

[서울=뉴시스]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다며 학생의 무선 이어폰을 던져 부순 뒤 변상을 요구받자 욕설하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다른 학생에게는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교사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진은 서울법원종합청사. 뉴시스DB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다며 학생의 무선 이어폰을 던져 부순 뒤 변상을 요구받자 욕설하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다른 학생에게는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교사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단독 조민혁 판사는 지난달 31일 아동학대처벌법(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0)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강의 수강 및 80시간의 사회봉사, 아동 관련기관에 3년간 취업제한을 명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였던 A씨는 지난해 5월17일께 2학년 학생에게 욕설하는 등 정서적 학대를 하고, 또 다른 학생에겐 욕설과 함께 뺨을 때리는 등 신체적 학대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자신의 반 학생인 B군이 교육 영상을 시청해야 하는 수업 시간에 무선 이어폰을 꽂고 책을 본다는 이유로 이어폰 케이스 등을 던져 부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B군이 변상과 사과를 요구하자 돈봉투를 건네면서 고소하라며 심한 욕설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또 같은 반 학생인 C군이 "욕이 너무 지나치신 것 아닌가, 무슨 자격으로 욕을 하시느냐"고 이의를 제기하자 큰소리를 치며 C군의 멱살을 잡고 뺨을 때리는 등 폭행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사건 이후 A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관련 글을 직접 게시한 뒤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댓글을 작성하거나,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의 상담 및 교육 위탁을 명령한 법원의 임시조치 결정에 '납득이 안 된다'고 답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1심은 A씨의 범행을 유죄로 판단했다.

조 판사는 "교사이자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로서 학생들을 보살펴야 할 지위에 있는 피고인이 오히려 피해자들을 상대로 아동학대 범죄에 반복적으로 나아갔다는 점에서 죄책이 더욱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업과 생활에 있어 중요한 시기에 자신을 가르치던 교사로부터 범행을 당한 피해자들로서는 매우 놀라고 상당한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그럼에도 피고인은 자중하지 않은 채 사실과 다른 글을 게시하거나 자신의 책임을 피해자들에게 전가하고 이른바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내용이나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드러냈다"며 "진지한 반성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다만 "당시 주변 상황이나 피해자들의 일부 언동 내지 대응 방식 등도 피고인의 행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양형 이유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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