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아니라더니…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나선 이유
최근 3년간 적자…리파이낸싱 진행
점포 효율화·버티컬 강화 등 개선책 구상
홈플러스가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홈플러스 메가 푸드마켓' 전환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3년 연속 이어진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홈플러스 브랜드력 제고와 점포 효율화 등 다방면의 방안을 고려한다는 구상이다.
엑시트 돌입
홈플러스가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매물로 내놨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운영사인 사모펀드(PE) MBK파트너스가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돌입했다고 보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대형마트 사업인 홈플러스 실적을 회복시켜 매각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현재 직영점과 가맹점을 합쳐 315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B2B 상품공급 형태의 매장을 포함하면 총 413개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통해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내왔다.
홈플러스는 퀵커머스인 온라인 즉시배송을 약 80%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점포에서 제공 중이다. 지난 2021년 론칭한 즉시배송은 3년 연속 매출 성장을 이뤘다. 특히 2023년 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 매출은 전년보다 50% 이상 뛰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매각한다는 소식이 주목받는 이유다.
홈플러스는 이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부문 매각 검토와 관련해 "다수의 유통 업체들이 익스프레스 사업부문에 관심을 보여 지속 성장을 위한 여러 전략적 선택지 중 하나로 매각 가능성과 효과를 검토하는 단계"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발표했다.
또 홈플러스 측은 고용문제, 가맹점 계약 중단 등에 대한 우려에 대한 내용도 발표했다. 홈플러스 측은 "향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매각하더라도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전제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 가맹점주들과의 맺은 계약도 보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매각 관련 사항을 직원들과 가맹점주들에게 알리겠다는 의지다.
재무적 부담이 가중된 결과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매각된다면 확보한 자금으로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전환에 투자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매장을 리뉴얼하는 데 쓰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온라인 배송 인프라와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더불어 차입금 상환을 통해 실적과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9월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그 중 4조3000억원은 인수금융으로 충당했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그해 홈플러스의 실적은 전년보다 악화했다. 홈플러스의 매출은 2014 회계연도(2014년 3월~2015년 2월)엔 7조525억원이었지만, 2015 회계연도(2015년 3월 2016년 2월)엔 6조7000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44억원 흑자에서 1490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홈플러스는 재무건전성이 계속 악화하자 20여 개의 점포를 정리했다. 인천 인하점, 대전 문화점, 전주 완산점, 울산점 등을 세일 앤 리스백(sale and lease-back)해 자산을 유동화했다. 세일 앤 리스백은 점포를 매각한 후 해당 점포를 다시 빌려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또 안산점, 대전탄방점, 대전둔산점 등은 매각했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과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어느덧 MBK의 차입금은 5000억원으로 줄었다.
문제는 홈플러스의 적자가 최근 3년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홈플러스는 2021 회계연도~2023 회계연도에 해마다 수천억원의 적자를 냈다. 2021 회계연도 1335억원, 2022 회계연도 2602억원, 2023 회계연도 199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홈플러스는 2023 회계연도 실적을 발표하며 온·오프라인 전 부문에서 2년 연속 매출이 증가한 것에 의의를 찾았다. 비우호적인 대외 환경과 매장 수가 전년보다 3개 줄어든 상황에서도 매출 성장과 영업적자가 개선됐다는 점에서 향후 실적 개선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재무 안정성을 위하여"
홈플러스는 최근 1조3000억원의 리파이낸싱(재융자)을 진행했다. 리파이낸싱은 보유한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다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 4월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등 3개사로 이뤄진 대주단과 3년 만기 조건으로 계약에 합의했다.
리파이낸싱을 통해 홈플러스는 약 1조원의 유동부채를 상환했다. 지난달 31일 1조원을 인출했고 오는 10일 잔액인 3000억원을 인출할 예정이다. 홈플러스 측은 "인수금융 잔액, 임차보증금 유동화증권 및 메리츠 후순위 대출금 등을 상환하고 남은 자금은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전환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등 운전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올해 상반기 홈플러스는 자산재평가를 앞두고 있다. 홈플러스는 리파이낸싱을 통해 재무안정성이 크게 개선됐다며 1조원대로 자산을 재평가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도 확연히 개선될 것이라는 게 홈플러스의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리브랜딩, 브랜드 전략 이행, 점포 효율화 등 다방면의 실적 개선책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에 발표한 점포 리뉴얼 전략도 이어간다. 연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핵심 점포 10여 곳을 지역 맞춤형 특화매장으로 재단장할 계획이다. 익스프레스의 매각을 '검토'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현재 계획은 변함이 없다는 설명이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홈플러스 엑시트 추진설에 대해 "추측일 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자금은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전환에 활용할 것"이라며 "홈플러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점포 효율화도 있을 것이고, 점포 운영 최적화를 위해 온·오프라인을 균형감 있게 성장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먹거리 등 버티컬 서비스를 강화해 경쟁력을 제고해 지속 성장성을 확보하는 다양한 방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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