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만난 남친, 가방 속 봤는데”...쿠션부터 아이라이너까지, 나보다 많네

이새봄 기자(lee.saebom@mk.co.kr) 2024. 6. 5.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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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잘파세대'가 소비 중심축으로 떠오르며 남성 화장품 시장이 호황기를 맞고 있다.

원하는 감정을 숨기지않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잘파세대 성향이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을 가꾸는 '그루밍족'과 만나면서 남성 화장품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전체 화장품 시장 규모(30조원) 대비 비중은 높지 않지만 성장률과 잠재력이 높은 만큼 업계에서 남성 뷰티 시장을 주목하고 관련 제품과 브랜드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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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 탈피 ‘젠더뉴트럴 뷰티’ 대세로
남 눈치 안보고 ‘나 자신’ 주목
메이크업 통해 개성 드러내
10명 중 4명 “눈썹관리 한다”
남성 색조제품 검색 16배 급증
화장품 소비도 세계 1위 올라
젠더코스메틱 ‘라카’의 남성모델 화보[사진제공=라카]
#1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남성 A씨의 출근가방에는 늘 작은 파우치가 들어있다. 출근 후나 식사를 마친 후 A씨는 파우치 속에 있는 화장품을 꺼내 메이크업을 재정비한다. 파우치 속을 차지한 화장품은 쿠션 파운데이션과 컬러 립밤, 아이라이너 정도다. A씨는 “출근 전 집에서 눈썹 등을 비롯한 메이크업을 하고 오기 때문에 외출 시에는 수정 메이크업에 필요한 간단한 용품을 챙긴다”며 “또래 남성들 사이에서 이미 피부톤 보정 같은 색조 화장은 이미 익숙하고, 서로 좋은 제품을 공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2 대학생 남성 B씨는 주말에 여자친구와 집 근처 화장품 편집숍을 찾는 게 일상이다. B씨는 그동안 세럼, 토너, 썬크림 같은 피부 관리 기초 화장품에 관심을 가졌었지만, 요즘엔 탄력과 잡티까지 해결할 수 있는 기능성 화장품에 주목하고 있다. B씨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나 여자친구가 사다주는 화장품을 썼지만, 자기 관리 중요성을 깨닫게 된 후로는 직접 화장품을 챙기는 편”이라며 “남자들이 관리를 안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관리에 진심인 남성들이 주변에 많다”고 말했다.

능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잘파세대’가 소비 중심축으로 떠오르며 남성 화장품 시장이 호황기를 맞고 있다.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와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알파세대를 합친 세대를 일컫는 잘파세대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환경에서 성장해 어떤 세대보다도 최신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활용한다. 원하는 감정을 숨기지않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잘파세대 성향이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을 가꾸는 ‘그루밍족’과 만나면서 남성 화장품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과거에는 남성이 화장을 한다고 하면 스킨과 로션 같은 기초 제품을 통해 피부 결을 깨끗하게 하는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색조까지 바르는 진짜 ‘메이크업’을 하는 잘파세대 남성이 크게 늘었다.

4일 뷰티 플랫폼 ‘화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남성 색조 화장품 상품 조회수는 19만4317건으로 전년 대비 2.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1만1877건)과 비교하면 무려 16.4배나 폭증한 수치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조사한 ‘남성 그루밍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20~40대 사이 남성(2049세대) 10명 중 8명은 평소 피부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눈썹 문신나 눈썹 정리 같은 눈썹 관리를 하는 남성도 10명 중 4명에 달했다. 20대 남성 중 23%는 BB크림을 비롯한 피부 색조 화장품을 사용하고, 17%는 틴트와 컬러 립밤 같은 입술 색조 제품을 쓰고 있었다.

‘오브제(OBgE)’의 내추럴 커버 스틱 파운데이션 [사진 제공 = 오브제]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지난 2022년 기준 연간 남성 화장품 소비액이 한국은 1인당 9.6달러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2위 영국(1인당 4.4달러)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한국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20년 1조640억원에서 지난해 1조3000억원까지 성장했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전체 화장품 시장 규모(30조원) 대비 비중은 높지 않지만 성장률과 잠재력이 높은 만큼 업계에서 남성 뷰티 시장을 주목하고 관련 제품과 브랜드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인 한국콜마 관계자는 “기초 화장품의 경우 아직까지는 올인원 제품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세럼과 크림 같은 고효능·고기능성 제품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남성용 브로우카라(눈썹 연필)나 펜슬라이너 같은 제품을 개발해 달라는 의뢰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아예 성별 구분을 없앤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 트렌드도 남성 화장품 시장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성별과 관계 없이 개인 취향에 따른다는 의미의 젠더 뉴트럴은 최근 뷰티 시장의 가장 큰 화두로 자리잡았다.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할 뿐만 아니라 인종, 나이 등으로 규정되지 않는 ‘나 자신’에 주목하는 젠더 뉴트럴은 패션 업계에서 태동해 뷰티 브랜드까지 확장됐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남여공용을 의미하는 ‘유니섹스’나 남성이 여성 스타일을, 여성이 남성 스타일을 추구하는 ‘젠더리스’는 이미 한물 간 트렌드”라며 “요즘 잘파 남성은 무수히 쏟아지는 제품 속에서 자신의 취향으로 제품을 선택해 자신 만의 개성을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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