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혼 소송'으로 주목받는 총수들의 비상장사 지분

김서연 기자 2024. 6. 5.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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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1조원 넘는 재산분할을 판결한 서울고등법원의 이혼소송 2심 결과가 화제다.

LG실트론 인수 당시 SK그룹은 지분 70. 6%만 인수하고, 나머지 지분 29.4%는 최 회장이 개인자금으로 매수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SK가 임의로 잔여지분을 인수하지 않고, 최 회장에게 사업기회를 주었다고 판단해 SK그룹과 최 회장에게 각각 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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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SK실트론, 정의선-현대엔지니어링, 신동빈-롯데건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사진=뉴시스,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1조원 넘는 재산분할을 판결한 서울고등법원의 이혼소송 2심 결과가 화제다. 대법원에서 2심과 같은 판결이 유지될 경우 최 회장이 해당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인다.

재계 총수들은 대부분의 재산을 주식으로 갖고 있어 경영권 행사에 영향을 주지 않는 계열사 주식을 팔거나, 주식담보 대출 등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SK가(家) 이혼 소송으로 재계 총수가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 지분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최 회장은 SK(주) 지분 17.73%, SK실트론 29.4%, SK디스커버리 우선주 3.11%, SK케미칼 우선주 3.21%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가장 주목받는 회사는 비상장 계열사 SK실트론이다. 2017년 인수 당시 2600억원이었던 최 회장의 SK 실트론 지분 가치는 현재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SK실트론은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다. 반도체 업황 악화에도 2년 연속 2조원 대 매출을 기록했다.

LG실트론 인수 당시 SK그룹은 지분 70. 6%만 인수하고, 나머지 지분 29.4%는 최 회장이 개인자금으로 매수했다. 책임경영을 표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SK가 임의로 잔여지분을 인수하지 않고, 최 회장에게 사업기회를 주었다고 판단해 SK그룹과 최 회장에게 각각 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지난 1월 법원은 "최 전 회장이 적격투자자로 선정되는 데 있어 SK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판결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하고 있다. 2022년 상장 추진 당시, 현대엔지니어링은 정 회장에게 현대모비스 지분 확대를 위한 자금확보 창구로 거론됐다. 상장 준비 당시 거론되던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가치 10조원이 주식시장에서 인정받을 경우, 정 회장 보유 지분 가치는 1조 2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롯데건설 지분 0.59%를 갖고 있다. 건설업이 호황이던 2021년, 기업공개(IPO) 기대주였던 롯데건설은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자금 경색을 겪고 있다. 롯데건설 최대주주는 지분 44.02%를 갖고 있는 롯데케미칼이다. 신 회장은 그룹의 주요 계열사와 금융사 등에서 총 1조 4500억원을 조달해 롯데건설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뒤를 이어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김 부회장은 2022년 승진 후 본격적인 그룹 재편에 나섰다. 한화그룹 지주사 한화(주)의 지분은 김승연 회장 22.65%, 김동관 부회장 4.91%,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2.14%,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2.14%로 구성돼 있다. 김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선 한화(주) 지분 확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거론되는 곳이 비사장 계열사 한화에너지다. 김 부회장은 한화에너지 최대주주(지분율 50%)다.

재계 관계자는 "최고 의사결정자의 계열사 지분 취득은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만, 상장 등을 통해 필요시 자금을 마련하는 창구로 활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ks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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