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여기 맡겨야겠네”…‘원금만 보장’ 편견 깨고 증권사 수익률 제쳤다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이소연 기자(lee.soyeon2@mk.co.kr) 2024. 6. 5.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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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銀 적립금 1년새 20조↑
DC IRP 수익률 13% 넘어
퇴직연금 영업 고삐 죄는 은행
하나, 연금상담센터 전국 확대
국민, 사업부 독립해 조직 강화
[사진 = 연합뉴스]
증권사와 생명보험사의 영향력이 컸던 퇴직연금 시장에서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4대 은행이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적립금 규모 10위 금융사 중 지난 1분기 적립금 증가세와 수익률에서 하나은행이 증권·생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고 KB국민·우리·신한 등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은행이 퇴직연금 사업을 새 먹거리로 점찍은 이후 집중 공략한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의 지난 1분기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138조159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말 보다 17.5% 증가했다. 액수로 1년 새 20조6208억원 늘었다.

특히 하나은행의 성장세가 가팔랐다. 하나은행의 지난 1분기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34조786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7% 증가했다. 전체 적립금 규모 10대 금융사 가운데 증가율 1위였으며 미래에셋증권(21.9%), 한국투자증권(20%), 현대차증권(4.4%) 등의 증가율을 뛰어넘었다. 전체 적립금 규모 1위의 삼성생명은 1년새 적립금이 7.9% 늘었다.

국민(16.5%), 우리(16.1%), 신한(15.3%)도 두자릿 수 적립금 증가율을 기록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익률 면에서도 4대 은행의 성과가 좋았고 특히 하나은행이 두드러졌다. 4대 은행의 1년간(작년 4월~올해 3월)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평균 수익률은 각각 13.9%, 13.6%였다. 증권업권(12.4%·13.4%)과 보험업권(11.7%, 12.2%)보다 높은 수치이다. 적립금 규모 상위 10개 금융사 가운데 최근 1년간 원리금 보장과 비보장 상품 DC와 IRP수익률이 가장 높은 회사는 하나은행이었다. 하나은행의 원리금 비보장형 DC·개인 IRP의 연 수익률은 각각 15.8%, 14.32%였다. 미래에셋증권의 수익률은 각각 13.75%, 14.23% 였고 현대차증권의 수익률은 14.56%, 11.68%였다. 또 KB국민은행의 수익률은 13.91%, 14.07%로 집계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에서 은행은 안정성, 증권사는 수익성이 이미지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은행이 수익률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퇴직연금에서 은행들의 존재감이 커진 배경에는 다양한 특화 상품·서비스가 자리잡고 있다. ‘은행권 최초’ 타이틀 경쟁이 치열한 사업 중 하나로 퇴직연금이 꼽힐 정도다. 은행들이 ‘연금 전문은행’으로 변신 중이란 말도 나온다.

하나은행은 은행권 첫 연금자산 관리 상담센터인 ‘연금 더 드림 라운지’를 올 하반기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3월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퇴직연금 채권직접편입서비스 판매 금액은 최근 1000억원을 돌파했다. 채권직접편입서비스는 국채, 지방채 등 여러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국민은행은 올 1월 기존 연금사업본부를 독립본부로 전환했다. 하반기 중 투자이력, 투자성향, 투자목적 등에 따라 개인화된 운용 방법을 제공하는 쌍방향 자산관리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은행업권 최다인 퇴직연금 특화 상품인 상장지수펀드(ETF) 125종을 갖추고 있고, 조만간 5종을 추가할 예정이다. 하반기에 퇴직연금 일임형 로드어드바이저 서비스도 도입한다. 퇴직연금 전용 앱도 대대적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두 곳의 증권사 손잡고 파생결합사채(DLB) 상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작년 메리츠증권과 은행권 최초로 DC·IRP 비대면 전용 DLB를 출시했는데 고객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원리금과 비원리금 상품을 결합한 저위험 신포트폴리오도 출시할 계획이다.

시중은행들의 퇴직연금 시장 공략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고령화와 국민연금 고갈 우려 등으로 퇴직연금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은행은 ‘평생 고객’을 확보하고 비이자이익도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전엔 퇴직연금은 꾸준히 적립해서 한번에 받는 저축이라는 인식이 강해 원리금 보장 상품 수요가 많았지만 최근엔 수익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투자에 관심이 많은 퇴직연금 가입자를 잡기 위해 금융사들간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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