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여기 맡겨야겠네”…‘원금만 보장’ 편견 깨고 증권사 수익률 제쳤다
DC IRP 수익률 13% 넘어
퇴직연금 영업 고삐 죄는 은행
하나, 연금상담센터 전국 확대
국민, 사업부 독립해 조직 강화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의 지난 1분기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138조159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말 보다 17.5% 증가했다. 액수로 1년 새 20조6208억원 늘었다.
특히 하나은행의 성장세가 가팔랐다. 하나은행의 지난 1분기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34조786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7% 증가했다. 전체 적립금 규모 10대 금융사 가운데 증가율 1위였으며 미래에셋증권(21.9%), 한국투자증권(20%), 현대차증권(4.4%) 등의 증가율을 뛰어넘었다. 전체 적립금 규모 1위의 삼성생명은 1년새 적립금이 7.9% 늘었다.
국민(16.5%), 우리(16.1%), 신한(15.3%)도 두자릿 수 적립금 증가율을 기록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에서 은행은 안정성, 증권사는 수익성이 이미지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은행이 수익률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퇴직연금에서 은행들의 존재감이 커진 배경에는 다양한 특화 상품·서비스가 자리잡고 있다. ‘은행권 최초’ 타이틀 경쟁이 치열한 사업 중 하나로 퇴직연금이 꼽힐 정도다. 은행들이 ‘연금 전문은행’으로 변신 중이란 말도 나온다.
국민은행은 올 1월 기존 연금사업본부를 독립본부로 전환했다. 하반기 중 투자이력, 투자성향, 투자목적 등에 따라 개인화된 운용 방법을 제공하는 쌍방향 자산관리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은행업권 최다인 퇴직연금 특화 상품인 상장지수펀드(ETF) 125종을 갖추고 있고, 조만간 5종을 추가할 예정이다. 하반기에 퇴직연금 일임형 로드어드바이저 서비스도 도입한다. 퇴직연금 전용 앱도 대대적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두 곳의 증권사 손잡고 파생결합사채(DLB) 상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작년 메리츠증권과 은행권 최초로 DC·IRP 비대면 전용 DLB를 출시했는데 고객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원리금과 비원리금 상품을 결합한 저위험 신포트폴리오도 출시할 계획이다.
시중은행들의 퇴직연금 시장 공략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고령화와 국민연금 고갈 우려 등으로 퇴직연금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은행은 ‘평생 고객’을 확보하고 비이자이익도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전엔 퇴직연금은 꾸준히 적립해서 한번에 받는 저축이라는 인식이 강해 원리금 보장 상품 수요가 많았지만 최근엔 수익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투자에 관심이 많은 퇴직연금 가입자를 잡기 위해 금융사들간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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