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논리’에서 벗어난 기사를 쓴다는 것 [프리스타일]

전혜원 기자 2024. 6. 5.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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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기사를 처음 쓴 건 2018년이다.

제4차 재정계산 결과가 발표된 뒤 국민연금 기사에 달린 '분노의 댓글'들을 분석했다.

"저널리즘은 다른 쪽의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진영의 이익을 해칠 수 있는 진실과 아이디어를 보도하는 도덕적·지적 용기를 요구한다." 내가 생각하는 진보는 재정투입 그 자체가 아니라, '더 취약한 사람들에게 유리한 대안이 무엇인가'를 묻는 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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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2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 공론화 결과에 따른 연금개혁'을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연금개혁 기사를 처음 쓴 건 2018년이다. 제4차 재정계산 결과가 발표된 뒤 국민연금 기사에 달린 ‘분노의 댓글’들을 분석했다. 그 댓글 중 하나는 이랬다. “다단계 사기, 폭탄 돌리기다. 먼저 가입한 사람만 이익을 보고, 젊은 세대는 연금을 못 받거나 쥐꼬리만큼 받는 것 아닌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두 쪽으로 갈렸다. 그때 처음 알았다. 연금개혁에 대한 두 입장을.

한쪽은 ‘현세대는 보험료를 적게 내고 연금을 많이 받는데, 후세대는 보험료를 많이 내고 연금을 적게 받을 것이다’라는 주장 자체가 ‘프레임’이라고 했다. 이들은 기금 고갈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국고를 투입하면 된다는 논리를 폈다. 그렇기 때문에 은퇴 후 받는 연금액이 젊을 때 벌던 평균소득을 대체하는 비율, 즉 소득대체율(현재 40년 가입 기준 40%)을 오히려 올려도 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반면 다른 쪽은 ‘다단계 사기’ 우려가 근거 없는 게 아니라며, 저출산으로 연금 낼 사람이 줄어드는 미래를 대비해 현세대가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고 했다. 국고 투입 역시 미래세대 부담인 것은 마찬가지이며, 노인 빈곤을 개선하려면 오히려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했어도 세금으로 지원하는 제도인 ‘기초연금’에 재정을 써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낙관’에 가까운 전자 쪽이 이른바 ‘진보 진영’의 주류, 즉 민주노총·참여연대·민주당이다. ‘비관’에 가까운 후자 쪽은 대체로 보수 진영으로 분류된다. 양쪽을 취재하고, 때로는 2~3시간씩 질문을 던지고, 각종 데이터를 뜯어보면서 나는 굳이 따지자면 진보 매체 기자이면서도 진보 진영 주류와는 다른 견해를 갖게 되었다. 물론 나름대로 이견을 충실히 다루려 노력했지만, 기사 논조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에게 “지배계급의 논리를 대변한다”와 같은 말을 듣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에디터 시절에 논란의 여지가 큰 칼럼을 실은 뒤 그만둔 제임스 베넷은 〈이코노미스트〉 기고에 이렇게 썼다. “저널리즘은 다른 쪽의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진영의 이익을 해칠 수 있는 진실과 아이디어를 보도하는 도덕적·지적 용기를 요구한다.” 내가 생각하는 진보는 재정투입 그 자체가 아니라, ‘더 취약한 사람들에게 유리한 대안이 무엇인가’를 묻는 집단이다. 그 답이 진영의 주류와 다르더라도, 낙인찍기보다 토론할 수 있는 사회였으면 한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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