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차주' 허위제보 의혹 JTBC '한블리' 법정제재
2015년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사고 관련 허위 제보 의혹
'슈퍼카차주' 과속에도 미담화? 심의위원 "위법 조장 혹은 방조"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2015년 슈퍼카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사고와 관련해 허위 제보 의혹이 일었던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법정제재를 받았다.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는 4일 지난해 12월12일자 JTBC 예능프로그램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에 과반으로 법정제재 '주의'를 의결했다. 위반 항목은 방송심의 규정 14조 객관성, 33조 법령의 준수 등이다. 류희림·문재완·이정옥 위원이 법정제재를, 황성욱 위원이 행정지도 의견을 냈다.
해당 방송은 <억!소리 나는 고가 차량 사고>에서 2015년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의 사고 사례를 소개하며 △고가도로 우측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슈퍼카(람보르기니)가 초록불로 바뀌자 급가속하여 주행하는 모습 △주행 중 좌측에서 우측으로 차선 변경을 시도하던 탑차와 부딪히는 모습 △사고 이후 탑차가 잠시 감속했다 그대로 지나가는 모습 등을 내보냈다.
'슈퍼카 차주'라고 소개된 남성은 방송에서 “건너 건너 탑차 주인에게 연락이 왔어요. (중략) 당시에 (탑차가) 사고난 걸 인지는 했는데 그냥 갔대요”라며 “좀 오래전 일이기도 하고 법적 싸움도 해야 하고 해서 없었던 일로 하고 묻고 가기로 했어요”라고 말했다.
방송 이후 해당 '슈퍼카 차주'가 실제 운전자인지 진위 여부 논란이 일었다. 유튜브 '미디어오토'에서 장진택 기자는 지난해 12월17일 “인터뷰이는 남자였는데 8년 전 제가 알고 있기로는 여성 운전자였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장 기자는 “방송 다음날 용산경찰서에 확인해보니 실제 여성 운전자로 기록돼 있었다”며 “방송은 '슈퍼카 차주'가 8년만에 트럭 운전자를 만난 것처럼 했는데 경찰서 기록엔 2015년 11월, 사고발생 2개월만에 사건 처리가 종결된 걸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슈퍼카 차주'로 나온 남성과 통화했다며 장 기자는 “트럭이 사고 당시 그냥 간 건 맞는데 이후 경찰이 운전자를 찾아 사건 처리했다고 하더라. 사고 당시 본인이 운전한 건 맞는데 자신의 운전면허에 문제가 있어서 옆에 있던 여자가 운전한 걸로 사고처리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심의위원들은 방송이 기본적인 당사자 확인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성옥 위원은 “트럭(탑차) 차주에게 연락을 해서 입장을 확인해봤다면 이런 제보가 방송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교통사고라는 게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존하는데 한쪽의 편을 듣고 접근하면 위험할 수 있다. 방송에서 이 슈퍼카 운전자는 '대인배', '다둥이 아빠' 등 미담식으로 하지 않았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완 위원도 “깜빡이를 안 켰다는 이유로 그 사람(탑차) 때문에 사고가 났다, 그쪽에 과실이 있다는 쪽으로 비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한문철 변호사가 전문가라 한다면 법원 판례 등 설명이 있었으면 어떨까 싶다. 그런 것 없이 저 사람은 나쁜 사람,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인 것처럼 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문 위원은 “사고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제작진이 정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방송했다”며 “더군다나 트럭 운전자의 과실이 일부 있다 해도 기본적으로 (슈퍼카의) 과속이 있었고 과속으로 인해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던 큰 사안이다. 그 사안을 이렇게 '미담화'해서 하는 건 위법 행위를 조장 혹은 방조하는 행위라 본다”고 말했다.
반면 황성욱 위원은 “방송이 트럭운전자를 비난하기 위하거나 그런 목적으로 방송한 게 아니”라며 “결과적으로 구체적인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워 일단 행정지도 '권고' 의견을 내겠다”고 말했다.
의견진술을 위해 출석한 JTBC 제작진은 “교통사고는 항상 반대되는 입장이 있기 때문에 상대방 입장을 들어보려는 시도를 한다. 연락처를 구하기 어렵더라도 여러 경로를 통해 최대한 반대 입장을 구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형사 사건 등에 개입된 사고를 다룰 땐 더 면밀하게 검토하는 측면이 있는데 이미 종결된 사건이라 간과한 점이 있다. 차후 방송에서 사실관계 확보에 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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