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무슨 염치로" 훈련병 얼차려 사망…부모들 진상 규명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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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에서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다 숨진 가운데 시민단체와 군장병 부모들이 국방부 앞에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들과 군에 자녀를 보낸 부모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며 훈련병 사망 사건에 대한 조속한 수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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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육군에서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다 숨진 가운데 시민단체와 군장병 부모들이 국방부 앞에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군인권센터와 군장병 부모들은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민들과 군에 자녀를 보낸 부모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며 훈련병 사망 사건에 대한 조속한 수사를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50여 명의 관계자들은 군장병들이 입는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특히 군에서 아들을 잃은 부모들도 참석했다. 지난 2022년 11월, 육군 21사단에서 집단따돌림을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상현 이병의 아버지 김기철씨는 아들과 같은 사단에서 일어난 이번 훈련병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무슨 염치로 자식들을 군대에 보내라고 통지서 쪼가리를 집집마다 보내는가"라고 외쳤다.
아들이 군 복무 중이라는 어머니 A씨도 "군대가 어떤 법적 기준을 갖고 군 장병들을 훈련시키고, 군기 훈련은 언제 실시하며, 훈련병이나 병사들이 아플 때는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명확히 알고 싶다"면서 "왜 아들이라는 이유로 이러한 불합리함을 참고 견디며 희생해야 하는지 정말 묻고 싶다"고 울분을 토했다.
전역한 아들을 둔 어머니 B씨는 "우리 부모들은 푸른 청춘을 다 펼치지도 못한 젊은 청년들에게 차마 명복을 빈다는 말조차 못 한다"며 "아들 있는 죄, 자식 가진 부모를 죄인으로 만드는 나라가 과연 온전한 나라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채 상병 사망 사건으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도 바뀐 것이 없다"며 "(이번 사건은) 명백한 가혹행위에 따른 사망이다.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은 분명한 진상규명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앞서 훈련병 C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5시 20분께, 강원도 인제의 한 부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져 후송됐지만 이틀 만에 숨졌다. 부검 결과 과격한 운동과 체온 상승으로 근육이 괴사하는 질환인 횡문근융해증 의심 증상이 나타났다. 이는 2014년 구타와 가혹행위로 군에서 숨진 고(故) 윤일병의 사망 원인과 같다.
당시 부대 중대장은 C씨를 포함한 훈련병들에게 완전군장을 멘 상태에서 구보와 팔굽혀펴기 등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현행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과 '육군 규정 120' 등을 위반해 군기교육을 진행한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위원회는 이날 훈련병 사망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의결하지 않고 논의를 3주 뒤로 연기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오는 25일 다음 소위에서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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