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빌트인 담합 유죄 받은 한샘…소비자 줄소송 어쩌나
2조원대 아파트 빌트인 가구 입찰 담합 혐의로 최양하 전 한샘 회장을 비롯한 가구업체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1심 선고에서 한샘에 벌금 2억원이 부과된 가운데, 수년 간 이어진 가구업계의 담합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불법행위로 인해 아파트 단지 당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상당의 내지 않아도 될 '웃돈'을 내면서 분양받았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향후 집단 민사 소송 등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5일 법조계와 가구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지난 4일 건설산업기본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혐의로 기소된 한샘·한샘넥서스·넵스·에넥스·넥시스·우아미·선앤엘인테리어·리버스 등 가구업체 8곳과 최양하 전 한샘 회장 등 전·현직 임직원 12명 가운데 11명에 유죄를 선고했다.
한샘·에넥스는 벌금 2억원, 한샘넥서스·넵스·넥시스·우아미는 벌금 1억5000만원, 선앤엘인테리어·리버스는 벌금 1억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전·현직 임직원 11명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혹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담합은 입찰 공정성을 침해하고 시장경제 발전을 저해해 결국 국민 경제에 피해를 끼치는 중대 범죄"라며 "장기간 진행되더라도 당국이나 수사기관에서 발견조차 하기 어렵고 얼핏 봐서는 관련자가 많은데, 건설사 외에는 피해자가 없는 것처럼 보여서 위험성을 간과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최 전 한샘 회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담합을 두고 최양하 전 한샘 회장 측은 혐의를 그동안 전면 부인해왔다. 최 전 회장의 변호인은 지난해 8월 첫 공판기일에서 "공소장에는 피고인이 담합을 보고받고 승인·묵인하면서 독려했다고 기재돼 있으나 전혀 관여하거나 인식한 바 없다"며 "한샘이 가구 입찰 담합 행위를 한 사실은 추후 수사 과정에서 파악했고, 피고인은 문제가 제기되기 이전인 2019년에 퇴사했기 때문에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야 인지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 대부분이 자백하고 있고 각 가구업체 임직원이 일치해 담합 사실을 진술하므로 검찰 기소 내용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이들은 2014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건설사 24곳이 발주한 전국 아파트 신축 현장 783곳의 빌트인 가구 공사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와 입찰가격 등을 합의해 써낸 혐의를 받고 있다. 담합 규모는 2조326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샘을 비롯한 가구업체들에게 총 93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한샘과 한샘 자회사인 한샘넥서스까지 받은 과징금은 총 253억원으로 전체의 27%에 달한다.
공정위의 추정에 따르면 가구업체들은 이번 담합으로 원가율 5% 수준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황원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84㎡를 기준으로 가구당 분양가 25만원을 더 부담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500가구를 기준으로는 1억2500만원, 1000가구 대단지를 기준으로 보면 2억5000만원 상당의 금액이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 셈이다.
10년간 이어진 가구업계의 담합으로 알게 모르게 아파트 분양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정섭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 는 지난 4월 "집값이 비싼 만큼 그 영향이 크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담합이 9년간 이어지면서 지속적으로 분양가에 조금씩이라도 영향을 미쳐왔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건설업계 아파트 고분양가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 이번 가구 업체들의 담합으로 분양가를 둘러싼 소비자들의 여론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로 추가 민사 소송등 법정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담합 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소비자는 해당 내용을 토대로 별도의 민사 소송이 가능하다"며 "형사 사건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진행이 가능하지만 형사 사건에서 유죄가 입증되면 민사를 진행하는데도 수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무법인 차원에서 집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담합에 가담하지 않은 가구업계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가구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고 가구업계도 원자재와 인건비 등으로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업계 이미지가 나빠지는 소식을 들으면 힘이 빠지는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샘은 지난 4월 담합과 관련해 "공정위가 발표한 사안과 관련해 책임을 통감하며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담합 구태를 철폐하고,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윤리 경영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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