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루수 준비할까요?”, “당연하지!”…다시 시작된 김경문 감독의 ‘뚝심 야구’[스경x초점]

배재흥 기자 2024. 6. 5.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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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왼쪽)과 안치홍이 4일 수원 KT전에서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한화 제공



김경문 한화 감독(66)은 ‘뚝심 야구’로 명장 반열에 오른 지도자다. 한 번 믿음을 가지면, 여간해선 흔들리지 않는다. 한국 야구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했던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특유의 뚝심이 금메달 쾌거로 이어졌다.

당시 대표팀 4번 타자였던 이승엽 두산 감독은 대회 기간 내내 부진하다가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2-2 동점이던 8회말 극적인 투런포를 터트렸다. 김 감독은 이승엽의 ‘해결사’ 본능을 끝까지 신뢰했고, 이승엽은 김 감독의 믿음에 결정적인 홈런으로 보답했다.

6년 만에 프로 현장으로 복귀한 김 감독의 철학은 지금도 비슷하다. 그는 지난 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뚝심 야구는 변치 않으려고 한다”며 “선수를 믿게 되면 조금 더 기회를 많이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치홍이 4일 수원 KT전에서 득점한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한화 제공



한화 감독으로서 첫 번째 지휘한 4일 수원 KT전에서도 김 감독의 뚝심이 빛을 발했다. 김 감독은 첫 경기부터 유로결(중견수)과 하주석(지명타자)을 각각 1·3번에 배치하는 파격적인 라인업을 꺼내 들었다. 이와 함께 안치홍을 5번 타자 ‘2루수’로 기용한 것도 눈에 띄었다.

한화는 지난겨울 자유계약선수(FA) 안치홍을 4+2년 총액 72억원에 영입했다. 주 포지션이 2루수인 안치홍은 최원호 전 감독 체제에서 1루수와 지명타자로만 경기에 출장했다. 공격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수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다만, 올해 주전 2루수로 낙점됐던 프로 2년 차 문현빈이 초반부터 고전하며 2루수에 대한 고민이 자라났다. 신인 황영묵만 믿고 한 시즌을 치르기엔 위험 부담이 컸다.

안치홍이 4일 수원 KT전에서 타격하고 있다. 한화 제공



새롭게 한화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안치홍이 현재도 2루수로 활약할 만한 능력이 있다고 봤다. 그는 KT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어제 베테랑 선수들과 저녁 식사를 했는데 안치홍이 먼저 ‘2루 수비를 준비해야 하냐’고 묻더라”라며 “‘당연하다’고 말해줬다. 안치홍은 지금도 충분히 2루 수비를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신뢰했다.

믿음에 기반한 뚝심은 이번에도 적중했다. 이날 2타수 1안타 2볼넷 2득점으로 활약한 안치홍은 수비에서도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6회말 무사 2루에선 멜 로하스 주니어의 까다로운 땅볼 타구를 잘 잡아 깔끔하게 아웃 카운트를 늘렸다.

이번 시즌 처음 2루수로 출장한 안치홍은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며 김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팀도 8-2로 승리하며 3연패를 끊었고, 김 감독도 ‘한화 사령탑’으로서 첫 승리를 거뒀다.

김 감독의 뚝심 야구가 다시 시작됐다.

김경문 감독(왼쪽)이 4일 수원 KT전에서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한화 제공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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